메뉴 건너뛰기

수퍼 전파자

2020.02.26 11:39

oldfaith 조회 수:78

수퍼 전파자


[한현우, "수퍼 전파자," 조선일보, 2020. 2. 22, A26쪽.]      → 코로나 19

1906년 미국 뉴욕에서 대가족 11명 중 10명이 장티푸스로 입원했다. 알고 보니 이 집 가정부였던 메리 맬런이 장티푸스 보균자였다. 맬런은 뉴욕에서 일하기 시작한 1900년부터 주소를 옮길 때마다 장티푸스까지 옮기고 있었다. 그녀 때문에 40여 명이 장티푸스에 걸렸고 3명이 숨졌다. 정작 본인은 증상조차 없어 깨닫지 못했다. 그녀는 외딴섬 병원에 영구 격리됐고 1938년 그곳에서 숨졌다. '장티푸스 메리'라 했던 그녀는 역사에 기록된 첫 '수퍼 전파자'로 볼 수 있다.

▶수퍼 전파자 (super spreader)라는 말은 보통 감염자보다 훨씬 많은 사람에게 병균을 퍼뜨리는 사람을 뜻한다. 2003년 사스 창궐 당시엔 '최소 8명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사람'을 그렇게 불렀다. 중국 연구팀은 우한 코로나 감염자 한 명이 평균 2.6명에게 병을 옮긴다고 보고 있다. 전염병 감염자 전체 가운데 20%가 나머지 80%를 감염시킨다는 '20/80 법칙'이란 것도 있다. 

                
▶사스는 2002년 말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했다. 그때 류젠룽이란 의사가 사스 환자를 치료한 뒤 2003년 2월 결혼식 참석차 홍콩을 방문했다. 그는 홍콩의 한 호텔에 머무르면서 같은 층 투숙객 16명을 감염시켰고 그 16명은 캐나다·싱가포르·대만·베트남으로 흩어져 사스를 온 세계로 퍼뜨렸다. 발열과 기침 증상이 있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이 중국 의사는 최악의 수퍼 전파자라는 오명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한 30대 남자가 70명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면서 수퍼 전파자가 됐다. 나중에 CCTV를 확인해보니 그는 병원에 온 첫날부터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고 로비에 있는 카페를 비롯해 온 병원 안을 기침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당시 또 다른 60대 환자는 메르스가 발생한 중동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도 의료진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 결과 39명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린 수퍼 전파자가 됐다.

▶감염자 여러 명이 한곳에 모여 종교 활동을 한 뒤 우한 코로나가 전국으로 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직 누가 수퍼 전파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떤 감염자는 증세 초기에 코로나 검사를 거부해서 조기 발견을 못 했고 격리도 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바이러스를 원해서 얻거나 퍼뜨리는 사람은 없다. 수퍼 전파자가 되지 않으려면 증세를 감지한 즉시 주변과 관계 당국에 알리는 것 말고 다른 도리가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2/2020022200008.html



주소 : 04072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26 (합정동)ㅣ전화 : 02-334-8291 ㅣ팩스 : 02-337-4869ㅣ이메일 : oldfaith@hjdc.net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