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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주 기지 반대, 맹꽁이․'구럼비 바위' 다음엔 또 뭔가,” 조선일보, 2012. 3. 9, A35쪽.]
제주 해군기지 반대 세력이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강정마을 바닷가의 '구럼비 바위'가 망가진다는 기지 건설 반대의 새 이유를 만들어냈다. '평화의 섬에 군사기지가 웬 말' '강정 해군항이 미군 기지로 사용될 것'이라는 반대 이유에 대한 반응이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해군기지 반대 세력이 보존해야 한다며 느닷없이 들고 나온 구럼비 바위는 308㎞에 달하는 제주 해안 곳곳에 흔하디흔한 지형이다. 그런데도 해군기지 반대 세력은 구럼비 바위는 길이 1.2㎞ 너비 250m의 통돌로 돼 있고 20여곳에서 용천수가 솟아올라 습지대를 이루는 희귀 지형이어서 보존해야 한다고 떼를 썼다. 문화재청은 작년 10월 구럼비 바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할지 여부를 검토했으나, 비슷한 지형이 제주 곳곳에 있어 문화재로서 가치가 없다고 판정했다.
제주기지 반대 세력은 처음엔 기지 앞바다 밑에 산호의 일종으로 천연기념물인 연산호(軟珊瑚)가 많다고 주장했다. 해군이 14억원의 용역조사비를 들여 그 주장이 맞나를 확인했으나 연산호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연산호 주장이 헛발질로 끝나자 그다음으로 멸종 위기 동물인 붉은발말똥게․맹꽁이․제주새뱅이(민물새우의 한 종)를 잡아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요구를 들고 나와 그대로 따랐다. 여기엔 1억5000만원이 들었다.
구럼비 얘기는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가 2009년 제주도의회 동의를 받을 때까지는 나오지도 않다가 작년 4월 서울에서 원정 온 전문 시위꾼들이 점거 농성에 가세할 때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3년 어느 스님이 '100일 단식'을 하고 환경단체가 도롱뇽을 원고로 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3차례 수개월에 걸쳐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 공사를 중단시켰지만, 공사가 끝난 뒤 조사해보니 도롱뇽은 그대로 살아있었다. 나라 전체로선 공사 지체와 환경조사․재조사․추가조사로 몇 천억원 상당의 부담을 짊어져야 했다. 이번 구럼비 소동이 재정상 부담만이 아니라 국가 안보에 결정적 구멍까지 뚫는 식으로 진행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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