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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까지 밀고 들어온 '착한 사람 콤플렉스'


[이진석, "은행까지 밀고 들어온 '착한 사람 콤플렉스'," 조선일보, 2019. 6. 20, A35쪽.]
                          

"착한 사람들이 잘돼야죠."

2년 전 이 정부 출범 직후 금융권 실세라고 하던 인사가 저녁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하면서 두 사람의 이름을 얘기했다. 그중 한 명이 지금 금융위원장이다. 다른 한 명은 국책은행장이 됐다. 착한 사람이라는 표현은 두 가지 뜻이었다. 하나는 출세에 목숨 걸고 아랫사람·옆사람 밟아가며 독하게 살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정부 시절의 '나쁜 사람들'과 다른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뒷말은 몰라도 앞의 말에는 동의했다.

그날 일을 다시 떠올린 건 금융위원장이 '금융권 일자리 창출 효과 측정 계획'이라는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대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시중은행 6곳은 물론이고 지방은행 등까지 14개 은행을 대상으로 직·간접적 일자리 창출 효과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런 일은 들어본 적이 없다. 착한 사람은 두 가지 뜻이라고 했는데,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 '안 한다' '못 한다' 하지 않고 말 잘 듣는 사람이라는 세 번째 뜻이 있었던 것 같다.

금융위는 은행마다 12년치 직원 채용 규모를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이것만 해도 이상한 일인데, 대출로 간접적으로 일자리 늘린 실적도 따져보겠다는 괴상한 말까지 튀어나온다. 대출 이자도 못 내는 한계 기업, 좀비 기업도 일자리 유지하겠다고 하면 대출 연장이 가능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기업 구조조정에 역행하고, 일자리는 더 줄어들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느냐는 소리가 나오자 금융위는 갖은 해명을 하고 있다. "전수조사를 하더라도 순위를 매겨 공개할 생각은 없다. 모범 사례로 한두 곳 공개해서 다른 은행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만 하겠다"고 한다. 금융위가 채점표를 손에 쥐고 "성적 공개는 하지 않을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 곧이곧대로 믿을 은행이 있겠나. 볼멘소리가 나오고 논란이 되자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도 이번 건은 (여론에) 두드려 맞을 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좋은 소리 못 들을 줄 알면서도 발표했다는 것이다. 한 전직 경제 관료는 "금융위원장이 착한 사람이라 '노(No)'라고 못한 모양인데, 그래도 그렇지 이런 '똥볼'을 찰 수가 있느냐"고 했다.

이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라고 하면 대개 한숨부터 나오지만, 이건 심하다. 세금 퍼부어 일자리 만든다고 나라 곳간 비우는 것도 모자라 은행 대출 창구에 턱을 괴고 앉아 간섭하겠다고 하는 격이다. 빈 강의실 전등 끄는 단기 알바 늘리는 것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일자리 대출'이라는 표창장을 받는 대출이 늘어나면 경제가 어디까지 비틀어지고 왜곡될지 모른다. 은행 창구는 돈이 굴러가는 곳이지 일자리가 굴러다니는 곳이 아니다.

이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백약이 무효라는 것이 드러났다. 올해까지 80조원의 세금을 퍼붓고도 지난달 실업자가 114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세금으로 못할 일이 없다고 믿는 모양이지만, 일자리는 남의 돈으로 못 만든다. 은행 돈이라고 다를 리 없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혁신하고 투자하고 성장을 만들어내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미국·일본·유럽이 다 ' 일자리 풍년'인데 우리만 고용 악화에 시달리는 이유가 뭐겠나.

착한 사람들 눈에만 보인다는 최고급 옷감으로 만든 옷을 입은 동화 속 '벌거숭이 임금님'은 늦게라도 진실을 깨달았다. 한 소년이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하자 부끄러워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눈이 어두워진 이 정부 사람들은 주위에서 '벌거벗었다'고 아무리 소리쳐도 도무지 부끄러움을 모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9/20190619037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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