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 때 급진파 지도자로 공포정치를 펼쳤던 로베스피에르는 "어린이는 값싼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우유 가격을 강제로 내리게 했다. 이 조치로 우유값이 떨어졌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우유 가격 하락으로 사료 값도 건질 수 없게 된 농민들이 젖소 사육을 포기해 우유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값이 뛴 것이다. 그러자 로베스피에르는 '비싼 사료 가격' 잡기에 나서 사료로 쓰이는 건초 값을 내리라고 명령했다. 이번엔 농민들이 건초 생산을 접었다. 건초를 재배해 봤자 밑지기 때문이다. 건초 공급이 줄면서 사료 값이 올랐고 우유 가격도 치솟았다.


이 소동의 흐름은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시대를 문재인 정부로, '우유'에 '부동산'을 대입해보면 상황이 너무도 흡사하다. 정부는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며 임대차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게 하고, 임대료 인상 폭을 최대 5%로 제한하는 법을 7월 말 시행했다. 하지만 정부의 장담과 달리 세입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전세 매물이 사라졌고 그나마 남아 있던 전세 매물은 값이 날개를 달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가 강화되자 임대를 포기하고 실거주를 선택하거나 전세를 반(半)전세·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어난 결과다.


세입자에게 부담이 큰 반전세·월세로 바뀌는 사례가 늘자 정부는 규제에 나섰다. 전·월세 전환율을 기존 4.0%에서 2.5%로 낮춘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규 세입자는 전환율 규제의 대상이 아닌 데다, 기존 세입자에 대해선 임대차 계약이 끝난 후 집주인이 월세를 최대한 올려받으려고 할 테니 결국 '조삼모사' 대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집주인으로선 세입자 동의 없이 전셋값을 올릴 수도 없고 월세 수익률까지 떨어졌다. 그래서 세를 줘봐야 남는 게 없다며 집주인들이 임대 물량을 거둬들일 경우 공급 위축으로 임대료가 더 오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은 저서 '화려한 약속, 우울한 성과'에서 "좋은 의도를 얘기하며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당초 약속대로 성과를 낸 경우가 있으면 예를 들어보라"며 "경제적 약자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실시한 정책은 당사자들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곤 했다"고 지적했다. 공익과 선의를 앞세운 정부 개입이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이 책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다는 임대료 통제가 주택 건설을 감소시켰고, 결과적으로 세입자들의 부담을 더 키웠다"라고도 했다.


현실을 외면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역사가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다면서 오히려 서민 세입자를 힘들게 하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시장 개입 실패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