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정권 빚 낸 410조원, 다음 정권 갚을 수 있나," 조선일보, 2020. 9. 3, A31쪽.]


정부는 올해보다 43조원 늘린 초대형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예산”이란 명분을 내걸었다. “전시(戰時) 상황인 만큼 일시적 적자와 채무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산안 내역을 들여다보면 경제 위기 극복과는 아무 관계 없는 현금 뿌리기와 선심성 지출이 대거 포함돼 있다. 코로나를 핑계로 세금 퍼붓기 포퓰리즘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예산에 반영된 공공 일자리 창출 예산은 올해보다 9% 늘어난 3조1000억원이다. 이 돈을 투입해 103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중 80만개가 하루 2~3시간 자리만 지키고 용돈 정도 급여를 받는 노인 아르바이트 일자리다. 산불 감시, 지하철 질서 지킴이, 어린이 등·하교 안전 지도 등 꼭 필요하지도 않은 업무에 온갖 명목을 붙여 세금을 뿌리겠다고 한다. 가짜 일자리를 양산해 고용 통계를 분식하겠다는 것이다.


군 장병 사기를 올려주겠다며 병장 월급을 60만9000원으로 올리고, 연 10만원의 자기개발비를 주기로 했다. 장병들이 민간 이발소·미용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월 1만원의 이발비를 지급하는 데 421억원을 쓰고, 스킨·로션 등 화장품 지원비도 월 1만1550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군 장병 사기와 코로나 극복이 무슨 관련이 있나. 이렇게 군 복무 청년을 위한 ‘7종 세트’에 배정된 예산이 3조8000억원에 달한다. 북핵 위협에 대응할 F-35 스텔스기 도입 예산의 3배를 웃도는 규모다.


전 국민의 절반인 2346만명에게 지역상품권과 각종 바우처·쿠폰을 뿌리는 데 1조8000억원을 배정했다. 지난 4월 지급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가 적다는 것이 입증됐는데도 똑같은 세금 낭비를 반복하고 있다. 전면적 고교 무상 교육 실시며 공무원 1만7000명 증원, 남북협력기금 377억원 증액, 스마트 박물관 사업 366억원 등 천문학적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강행할 이유가 있는지 우선순위 면에서 의구심이 드는 사업도 적지 않다.


낭비성 지출로 5년 임기 동안 국가부채를 410조원 늘려놓고는 지출 삭감은 다음 정권 이후의 과제로 미뤄놓았다. 예산 증가율을 내년엔 8.5%, 2022년엔 6%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현 정부 임기가 끝난 뒤인 2023년부터 4%대로 낮추겠다고 한다. 5년 내내 마음껏 세금을 펑펑 쓰고 적자투성이의 빚더미 재정을 물려주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