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묘하다. 실물 경제는 엉망인데 증시는 활황이고, 주택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금리가 사상 최저인데도 투자는 회복될 기미가 없다.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지만 서민들 삶은 나아진 것이 없고, 청년들은 성실히 일하기보다 영혼을 끌어들여서라도 주식과 주택 투기에 매진하고 있다. 가계, 기업, 정부 할 것 없이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뭔가 조짐이 상당히 안 좋다.


사람들은 대부분 코로나 때문으로 생각하겠지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얼마 전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들의 76%가 부동산 정책 잘못을 지적했듯이, 잘못된 정책이 코로나로 인한 고통을 더욱 가중하는 부분도 상당할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반기업 정책을 보자. 법인세 인상, 주 52시간,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등 그동안 추진한 것도 감당하기 버거운데, 앞으로 집단소송 확대, 감사위원 분리 선임, 공정 거래 전속 고발권 폐지, 해고자 노조 가입, 노동 이사제 등 끝도 없이 예고되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들을 범죄인으로 몰아가는 구태는 더 심해지고 있다. 세상에 이런 나라에서 투자가 일어나겠는가.


민간 투자가 부진하다 보니 ‘광주형 일자리 사업’같이 기업 인건비에 세금을 지원하는 방안까지 나오고 있지만 공공 부문이 자동차 제조 회사에 간여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최근에는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는 펀드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 역시 위험한 발상이다. 정말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고 싶으면 규제 완화와 반기업 정책을 수정하는 것이 정석이다.


양극화 완화를 위해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인구 절벽, 사드 보복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닥치니 버틸 길이 없다. 카드 수수료 낮추고, 자치단체가 앱 만들고, 지역 상품권을 발행하는 등 온갖 노력을 해보지만 곁가지에 불과하다. 세금으로 상품권을 할인해주는 것은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진즉 최저임금 인상을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해야 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문제다. 비정규직 제도는 원래 ‘한번 고용하면 해고할 수 없는’ 경직된 노동시장을 보완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에 입법화한 것이다. 근본 목적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것인데 지금처럼 비정규직을 없애면 전체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천국제공항 사태에서 보듯이 공정하지도 못하다.


부동산 정책은 난맥의 종합판이라 볼 수 있다. 미친 집값의 근원은 저금리에 기초한 과다한 유동성과 실수요자들의 두려움이다. 이것이 투기로 연결된 만큼 이에 대한 처방이 앞서야 했다. 유동성이 실물 투자로 갈 수 있도록 반기업 정책을 완화하고, 주택 공급 계획 발표로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워야 했다.


근원적 처방 없이 행정력에 의존하다가 사달이 났다. 세금과 규제 폭탄에 이어 수도 이전, 부동산 감독 기구 설치, 공직자 집 팔기 등 소설 같은 진화를 했다. 주택 가격은 결국 하락하겠지만 정책 혼란 속에서 폭증한 ‘영끌’ 청년층의 부채가 가장 걱정된다. 이들은 주식에도 빚 내서 엄청나게 투자하지 않았나.


정책이 역효과를 내면서 코로나로 피폐해진 경제가 갈수록 복원력을 잃고 있다. 역효과를 내는 근본 원인은 정책이 이념에 사로잡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현 정부의 간판 정책인 반기업, 소주성, 친노조 정책만 보더라도 그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을지 모르지만, 모아놓고 보니 일자리를 줄였고, 재정 적자, 부동산 투기의 근원이 되었다. 최근 논란이 많은 기업 규제 3법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유의 정책은 경제가 호황이던 2017년이면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그래도 꼭 추진해야겠다면 ‘일자리 정부’라는 목표는 포기하는 것이 옳다.


정책 실패의 이면에는 시민 단체와 노동계가 있다. 오직 자기 분야에만 신념이 강한 사람들이 정책을 주도하다 보니 숲을 보지 못한다. 정책 경험이 없다 보니 시장보다 정부의 직접 개입을 선호하고, 국가 재정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지금 빚 내서 국민에게 주는 ‘작은 정성’이 미래 세대에게는 백 배, 천 배의 짐이 되는 줄 모르는 걸까. 벌써 국채가 안 팔려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사들이고 있는데 말이다.


이제 정권도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하산길도 지금처럼 나무만 보면서 가다가는 국민 모두가 숲속에서 헤매게 될 것이다. 최악 상황이 오기 전에 이제라도 전체 숲을 볼 줄 아는 전문 관료들로 하여금 정책을 이끌게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