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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배상 판결 취재기

2019.08.02 10:25

oldfaith 조회 수:120

강제징용 배상 판결 취재기


[한경진, "강제징용 배상 판결 취재기," 조선일보, 2019. 8. 1, A30쪽.]            → 대일(對日) 관계
                            

"불편한 얘기를 나서서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결국 '친일파' 딱지만 붙을 테니까요." 기자는 지난해 사회부 소속으로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특집 보도를 담당했다. 당시 꽤 많은 법률·외교 분야 전문가가 이 문제로 언론에 등장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이제 와서 보면 그들의 예상이 맞았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이후 우리 정부의 '무대책·무대응'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결국 '친일 대(對) 반일'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공개한 '매국노 구분법'은 공포심마저 불러일으켰다. 이제 징용 배상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에게는 정부가 '친일파' 공인인증서라도 발급할 태세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주저하지 않고 소신을 밝히는 전문가 그룹이 존재한다. 법률·외교를 풍부한 '실전 경험'으로 체득한 전문가들은 판결의 후폭풍을 진심으로 걱정했다. 재상고심 선고 다음 날 만났던 한·일 협정 전문가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국제법과 국제 현실을 고려했다면 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놓지 못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일대사 출신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1965년 청구권 협정에 강제징용 문제가 포함됐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으며 이는 노무현 정부 민관공동위원회에서도 재확인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2012년 대법원 판결을 치밀하게 분석했던 학자들도 있었다. 2013년 5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들은 이 사안으로 학술대회까지 열고 논쟁했다. 사법부의 정점인 대법원 판결을 학계가 종합적 분석·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일은 흔치 않다. 그만큼 징용 배상을 둘러싼 이론적 난점과 현실적 딜레마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었다. 국제법 전문 이근관 교수는 판결의 국제법적 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징용 배상 책임의 성립 요건을 분석한 민법 전문 이동진 교수는 "이런 분쟁에서 민사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가장 좋은 접근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법대 교수였던 조 전 수석은 당시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일본 보복 이후 '죽창가'를 부르며 등장한 조 전 수석이 그렇다고 해서 이런 맥락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 전 수석은 28일 페이스북에서 '참여정부 민관공동위원회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문제를 끝냈던 것처럼 보도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기사는 사실이 아니 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한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민관위에 참여한 적도 없는 조 전 수석이 민관위 백서에 등장하는 법리 해석 부분과 당시 노무현 정부의 정책적 입장을 혼동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조 전 수석은 '랜선 대자보'만 발행할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징용 배상 문제를 연구했던 실무·이론가들과 깊이 있는 토론에 나섰으면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31/20190731029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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