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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논문, 미디어가 부풀리고 정치권이 악용


[사설: “광우병 논문, 미디어가 부풀리고 정치권이 악용,” 조선일보 2008. 5. 9, A31쪽.]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취약할 수 있다’는 논문을 냈던 김용선 한림대 의대 교수 집에 최근 몇몇 사람이 몰려가 “논문에서 밝힌 광우병의 위험성을 왜 적극 알리지 않느냐”며 욕설과 함께 동물 분뇨(糞尿)를 뿌렸다고 한다. 김 교수와 함께 핀란드를 방문중인 윤대원 한림대 이사장이 밝힌 내용이다.
김 교수는 2004년 유전자 관련 해외 학술지에 한국인의 94.3%가 MM(메티오닌-메티오닌)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논문을 실었다. 미국인.영국인의 37~38%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확인된 ‘인간 광우병’ 환자 207명은 모두 MM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MBC ‘PD수첩’은 “한국인이 영국.미국인보다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두세 배 높다”고 보도했다. 이것이 다시 인터넷에서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고 뻥튀기되면서 광우병 공포가 급속하게 번졌다.


윤 이사장은 “김 교수가 자신의 논문을 미디어가 부풀려 보도하고 이를 정치권이 마녀사냥 식으로 악용하고 있어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노이로제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고 한다.


어느 질병이든 한 가지 원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의학의 기초상식이다. 동양인은 MM 유전자형 비율이 서양인보다 훨씬 높다. 일본만 해도 92%에 이른다. 그런데도 인간 광우병 환자 207명 가운데 동양인은 한 명뿐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MM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1억 1000만명을 넘지만 미국 쇠고기로 인한 광우병 환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일부 세력은 이런 사실을 훤히 알면서도 “쇠고기 개방하면 10년 뒤 (국민이 모두 광우병에 걸려 죽게 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없어질 것”이라는 식의 미치광이 같은 거짓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거짓말 대열에 동참하지 않는다며 ‘광우병 논문’ 저자에게 분뇨 테러까지 벌였다.


과학기술한림원과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잇달아 광우병 관련 토론회와 설명회를 가진 것을 비롯해 과학계가 광우병 괴담 진화에 나서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과학기술한림원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이영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광우병은 원인이 밝혀졌기 때문에 곧 사라질 질병”이라고 했다. 토론자들 대부분도 광우병 위험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선동꾼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과학자들의 이성적 설명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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