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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부터 주한미군 철수 '현실'이 될 수 있다


[신원식, "올여름부터 주한미군 철수 '현실'이 될 수 있다," 조선일보, 2019. 1. 7, A34쪽; 전 합참작전본부장, 예비역육군중장.]
                  

올해 김정은 신년사는 지난해의 성과를 더욱 확대해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고 한·미 동맹과 한국의 국방 태세를 불가역적으로 와해하겠다는 선언이다. 우리 정부는 이를 적극 환영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정은의 계획대로 된다면 대한민국은 사라질 운명에 처할 것이다.

김정은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핵 선제 불(不)사용, 비확산' 등 핵확산금지조약상의 핵보유국 의무 준수(遵守)를 천명했다. 이는 지난해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으로 우리 정부가 공언한 '북한 비핵화' 의지는 거짓말임을 뜻한다.

설사 북한이 핵을 포기해도 우리 생존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은 튼튼한 한·미 동맹이고 그 중심은 주한미군이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종이쪽지에 불과하다. 1973년 미국은 월맹과의 평화협정으로 미군을 철수하면서 월맹이 남침하면 다시 오겠다고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주한미군이 떠나면 다시 올 가능성은 월남 경우보다 더 낮다. 북한의 핵, 생화학 공격을 무릅쓰고 미국 대통령이 6·25 때처럼 참전을 결심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더구나 한국 정부가 평화라는 미명 아래 연방제 통일을 받아들이는, 사실상 '굴복'을 택하면 오고 싶어도 못 온다.

북한의 전쟁 도발을 억제해 온 한·미 동맹의 보증서인 주한미군에는 역대 두 번의 큰 위기가 있었다. 첫 위기는 지미 카터 대통령이 '인권 외교'라는 도덕주의 관점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하며 발생했다. 당시 한국 정부와 국민이 일치단결해 미국 여론을 움직여 이를 백지화시켰고 '연합사 창설'을 통해 동맹을 더 튼튼히 하는 '신(神)의 반전'을 이뤘다.

두 번째 위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라는 상업주의 때문에 진행 중이다. 위기 원인이 트럼프에게만 있다면 카터 때처럼 해결할 수 있으나, 문제는 한국 정부가 '중재자' 운운하며 한·미 동맹의 토대인 신뢰를 허무는 행동을 반복해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있다.

미국에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라는 거짓말로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게 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수석 대변인'이란 소리를 들어가며 국제사회와 역주행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도 속았다고 당장 인정하긴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한국에 대한 불신과 앙금은 엄청난 불씨로 내재돼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한국이 방위비 대부분을 부담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공언해 왔다. 미·북 정상회담 후 "주한미군을 언젠가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다"고도 했다. 한국이 방위비를 제대로 올리지 않거나, 북핵 협상에서 필요할 경우엔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미 방위비 협상은 지난해까지 타결해야 했지만 결렬돼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방위비 인상은 '비용'을 최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치관인 동시에 미국 국민에게 공언한 사항으로 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우리 정부 역시 양보할 가능성이 불투명해 협상이 결렬되고, 주한미군 감축·철수가 선언되는 파국이 올 수도 있다. 매티스 국방장관과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사임으로 미 행정부 내에 제동 걸 참모도 없다.

국내 일각에서 믿는 '국방수권법'은 주한미군 철수를 막아 줄 안전판이 아니다. 주둔 병력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국방수권법'은 미국 의회에서 2만2000명 이하로 병력을 줄이는 데 드는 예산을 통제하겠다는 것이고, 이마저 새 회기가 시작되는 올 9월 종료된다.

더구나 대통령이 결심만 하면 현재 주한미군 2만8000여 명 가운데 6000여 명은 당장 줄일 수 있다. 주한미군은 대부분 지휘·행정, 항공기·포병 등 전투지원부대로 이뤄져 전투부대는 2사단 예하의 1개 기갑여단뿐이다. 올해 7월에 교대가 예정된 기갑여단의 후속 부대가 안 오면, 소위 '인계 철선'이라는 지상군 전투부대는 주한미군에 전무(全無)한 초유의 상황이 된다.

지난해 '남북 군사합의와 약소지향의 국방개혁 2.0'으로 한국군은 빠르게 약화됐고, 김정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군사합의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자고 요구했다. 이제 주한미군마저 철수를 시작하면 대한민국의 안전판은 모두 사라진다. 정부에 묻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관계만 잘 되면 모든 것은 깽판 쳐도 좋다'를 계승하는가. 깽판의 범주에 국가의 생존까지 포함되는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06/20190106017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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