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작권 문제 평행선 달리다 공동회견도 취소, 이런 韓·美 동맹," 조선일보, 2020. 10. 16, A35쪽.]


어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는 최근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서욱 국방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 한국군 주도의 연합 방위 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겠다”며 ‘조속한 전환’을 강조하자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바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다른 얘기를 했다. 방위비 문제에 대해 미 측은 “공동 방위 비용이 불공평하게 미국 납세자들에게 지워져선 안 된다. 한국도 우리의 집단 안보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공동성명에는 지난해 포함됐던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 문구가 빠졌다. 사안마다 엇박자가 났고 공동 기자회견은 갑자기 취소됐다.


동맹 간이라도 늘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동맹의 근간이 되는 문제를 놓고 심각한 갈등이 공개적·지속적으로 표출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전작권 전환은 6·25전쟁 이래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다져온 한반도 안보의 근본 틀을 바꾸는 중대한 변화다. 전환 이후에도 대북 억지력, 대응 태세에 한 치의 손상도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최우선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북한과의 평화쇼에 집착한 우리 정부가 역량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정권 임기 내에 전환을 마무리 짓겠다고 미 측과 마찰을 불사한다. 합참의장은 “조건들로 인해 전작권 전환이 지연될 경우 수정·보완해 ‘타임베이스’로 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할 군 책임자가 어떻게 안보보다 정권 스케줄을 먼저 고려하나.


한국의 전작권 조속 전환 요구에 미 측에서는 “특정한 시한을 정해 전환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우리(미국) 군대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까지 나왔다. 상대방 때문에 더 위험해진다고 생각한다면 동맹이라고 할수도 없다. 이런 갈등을 최일선에서 진화하고 관리해야 할 주미 대사는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오히려 기름을 끼얹는다. 이러고도 한·미 동맹이 건재하다면 기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