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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천안함 ‘괴담’에 대한 과학자 윤덕용의 답변,” 조선일보, 2010. 6. 1, A35.]

천안함 국제 민․군합동조사단의 윤덕용 공동단장(KAIST 명예교수․70)은 본지 인터뷰에서 “과학자가 논문을 쓸 땐 그 내용이 전 세계에 알려지고 영원히 기록으로 남는다는 걸 늘 의식한다”며 “이번 조사도 그런 마음으로 했다”고 했다. 윤 단장은 미 하버드대 응용물리학 석․박사로, 노무현 정부가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으로 선정한 과학자다. 그는 과학자로서 조사단장 임무를 수행했음을 분명히 했고, 과학자로서 명예를 걸고 “천안함은 북한이 쏜 어뢰에 의해 폭침(爆沈)됐다”는 조사 결과가 진실임을 새삼 강조했다.

지금 많은 여론조사에서 “조사단 결론을 믿지 않는다”는 응답이 30% 안팎이다. 인터넷에선 갖은 괴담(怪談)을 늘어놓는 자칭 전문가들이 수두룩하고, 지성인을 자처해 온 유명인사, 공당(公黨)의 선거 후보와 당직자들까지도 이들과 입과 발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누가 봐도 확실한 물증인 북한 어뢰 잔해에 대해 “그것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라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느냐”고 시비를 걸고 있다. 이에 대해 윤 단장은 “천안함 선체에서 산화알루미늄으로 분석된 흰색 흡착물이 나왔는데 어뢰 잔해에서도 같은 성분의 산화알루미늄이 발견됐다”는 과학적 논거를 해답으로 내놓았다. 그는 “어뢰 잔해의 ‘1번’ 한글 표기를 우리 군이 써 넣었을 수도 있다”는 ‘괴담’에도 언급, “(잉크 성분을 분석하고 나면) ‘그걸 어떻게 믿나. 잉크 분석 기기를 만든 공장에 가보자’ 이런 식으로 나가면 한이 없다”고 했다.

윤 단장은 야당 추천 조사위원이 우기고 있는 ‘좌초 후 미군 잠수함과의 충돌설’과 관련, “좌초라면 가장 약한 부분으로써 배 밑에 불쑥 튀어나와 있는 소나돔(음파탐지기 덮개)이 손상돼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천안함 침몰 인근해역을 샅샅이 뒤졌지만 암초는 없었다”며 일축했다. “잠수함과 충돌했다면 천안함 (선체)에 충돌한 배의 형태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천안함) 주위 함선의 무기체계를 전수(全數) 조사했는데 (천안함을 폭침시킬 만한) 무기가 발사된 적이 없었다”며 “미군 오폭설도 근거가 없다”고 잘랐다.

윤 단장은 여전히 음모론을 내놓는 이들에 대해 “모르는 걸 안다고 착각하면 희망이 없다”면서 “(천안함 진실을 부정하는 건) 어떤 의미에선 과학이 아니라 소양의 문제다. 진실을 찾는 데는 겸허한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자연과학을 가르쳐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광우병, 핵전쟁 등이 다 과학적 이슈”라는 전제에서 말이다. 명백한 물증과 과학적 검증을 통해 진실이 드러났는데도 귀를 막고 눈을 가린 채 “정부 발표는 0.0001%도 설득이 안 된다” “언젠가 진실을 밝히는 양심선언이 나올 것”이라고 망상(妄想)에 가까운 주문을 걸고 있는 자칭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이 새겨야 할 과학자의 잠언(箴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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