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 대사는 지난 28일 “역사적 기록을 본 사람이라면 6·25전쟁이 북한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남한에 대한 침략 전쟁이었음을 안다”고 했다. 레스쿠이에 대사는 6·25전쟁 70주년 본지 인터뷰에서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25전쟁을 왜곡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시 주석이라 해도 이 사실을 바꿀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레스쿠이에 대사는 “6·25전쟁은 침략 전쟁이었기 때문에 유엔의 반응과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며 “만약 6·25전쟁이 남침이 아닌 북침이었다면 유엔군 파병을 이끌어낸 유엔 결의안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마 그(시 주석)는 이런 역사를 싫어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라고 했다.


레스쿠이에 대사는 1·2차 세계대전 당시 극심한 전쟁 피해를 입은 벨기에가 6·25전쟁 참전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이유 없이 침략당한 국가들 간의 연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벨기에 역시 세계대전 당시 침략당했으며, 국민들 역시 그런 한국에 연민을 느꼈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참전을 결정하기도 전에 많은 국민이 6·25전쟁에 참전해야 한다는 손 편지를 정부에 보내왔다”고 했다. 벨기에 정부가 아직도 보관 중인 이 편지 중에는 간호학교를 갓 졸업한 한 여성의 ‘꼭 의료 지원으로 참전하겠다’는 맹세가 담긴 것도 있었다고 레스쿠이에 대사는 전했다.


레스쿠이에 대사는 6·25전쟁을 ‘잊힌 전쟁’으로 보는 시각이 있고, 일부 젊은 한국인조차 6·25전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벨기에에서 6·25전쟁은 ‘잊힌 전쟁’이 아니다”라며 “물론 참전 용사들이 80대를 훌쩍 넘겨 이번 70주년이 그들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념일이 될 테지만, 젊은이들은 그들이 겪은 엄청난 고통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레스쿠이에 대사는 “나 역시 참전국 대사로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6·25전쟁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


3498명의 육군을 파병한 벨기에는 임진강 일대 전선에서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이 중 99명이 전사하고, 341명이 다치거나 실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