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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반성


[김범수, "촛불의 반성," 미래한국, 2018. 4. 25, 7쪽.]


10년전 광화문 광장은 촛불의 바다였다. 미친소, 미국소 먹으면 뇌에 구멍이 송송 난다며 광장을 밝힌 광우병 촛불. 하지만 10년이 지난 오늘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서 탈이 난 사람도, 그때의 광풍과 구호를 기억하는 사람도, 여론을 호도하던 언론들의 반성도 없다. 지난해 한국의 미국 쇠고기 수입은 2년 연속 세계 2위를 차지했다. 10년전 라디오방송을 통해 광우병 선동에 앞장섰던 방송인 김미화 씨는 보란 듯이 미국산 쇠고기 레스토랑을 열었다.


촛불은 2002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이 미군의 고의적인 살인이라고 주장하며 타올랐다. 촛불은 2008년 광우병 선동으로 재점화 됐고 2016년에는 대통령 탄핵 요구로 또 다시 태워졌다. 촛불은 선동과 뗄 수 없는 관계여서 최근엔 ‘드루킹’이라는 여론조작의 괴물을 낳았다.


촛불은 헌법과 의회라는 민주제도를 넘어 아테네를 타락시킨 선동의 데마고기(demagogy)로 자리 잡았다. 민주주의가 타락하면 어리석은 민중들의 중우(衆愚)정치, 폭민(暴民)정치가 될 수 있다던 2천년전 플라톤의 경고가 오늘 대한민국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촛불은 헌정(憲政)을 대체할 수 없다. 이는 공화주의 정치철학에서 포기될 수 없는 가치다. 100만개의 촛불로도 국민의 뜻은 대표되지 않는다. 군중과 민중은 국민이 아니며 국민은 헌법의 입법권자로서 단일한 존재다.국민의 뜻은 헌법의 정신이 천명한 건국의 이념과 보편성에 부합하는 규범과 공동선(善)을 지향하는 정당성 안에 있다.  


민주사회에서 그러한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히자는 것이 공론(公論)이고, 민주제에서 공론의 장이 바로 의회다. 그래서 국민 대의(代議)를 위해 국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촛불정치는 대의제도의 실패를 의미한다.광장의 촛불은 의회가 대의해야 할 공론의 이성이 잠들어 등장한 군중들의 병리현상이다. 이제 우리는 다시 공론의 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보편성에 기꺼이 복종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공론의 장에서 누구의 주장에 더 보편적 원리와 덕의 가치가 있는지 토론하고 설득하는 의회주의를 되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10년전 광우병 선동 촛불의 잘못과 부덕함을 오늘 철저하게 반성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후대가 우리의 기록들 속에서 선동과 공론의 실패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후퇴시켰는지를 깨달을 것이고 ‘촛불민주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반민주적이고 반공화주의적 어젠다 였는지 돌이켜 보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이성을 가진 개인들 속에는 있지만 불특정 다수의 전체 속에는 없다. 덕을 갖춘 시민들 속에는 있고 혁명을 부르짖는 군중들 속에는 없다. 자유와 소유를 포기하지 않는 이들 속에는 있고 약탈하려는 자들에게는 없다.


누구나 자신이 옳다면 그것이 정말 옳은지, 그리고 그 결과가 좋은지에 대한 성찰적 질문을 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촛불의 광란은 끝내 대한민국을 태워 없애는 ‘망국의 방화(放火)’로 역사는 기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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