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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정치와 소비에트 전체주의



[김광동, "광장정치와 소비에트 전체주의," 미래한국, 2018. 4. 25, 13-15쪽;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현재 제출된 헌법 개정안은 언제든지 떼법이 헌법을 부정하도록 정당화시키고 있다. 촛불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발의한 헌법 전문(前文)에는 4.19혁명, 5.18운동, 부마(釜馬)항쟁 및 6.10항쟁을 열거하고 그런 운동과 항쟁을 계승해 ‘민주개혁’에 나서고 ‘민족단결’을 공고히 한다고 규정짓고 있다. 촛불 같은 저항과 대중집회가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이고 헌법정신이라고 못을 박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은 4.3사건과 5.18운동에 대한 비판적 견해는 처벌한다는 법안을 제출해놓고 있다. 촛불 같은 집단시위가 곧 정의(正義)이고 헌법보다 상위의 보편의지(general will)라고 전제하며 그런 정치를 계속 구사하겠다는 다짐이다.

개정안은 떼법이 합법을 밟는 구조


실제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에서 보듯 광화문을 점령한 집단시위는 대통령도 끌어내렸고 새로운 권력도 창출했다. 광화문을 장악한 대중 시위는 무소불위였고 못한 것이 없었다. 이회창-노무현 후보로 압축되었던 2002년 대선에서 대선 결과를 뒤흔든 것은 효순-미선사건이었다. 미군 장갑차 사고로 희생된 효순-미선사건을 계기로 반미(反美)주의를 고양시켜내며 이회창 후보를 떨어뜨리는 선거운동으로 전환시키며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촛불세력이 광화문을 점령했었다. 결국 김대중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뒤엎고 노무현 당선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이회창 후보도 당시 광화문에 나가 몇 시간이나 시위에 참여하며 시위세력에 잘 보이려 노력했었다.


2007년 대선에선 노무현 정부의 참혹한 실패로 500만 표가 넘는 압도적 차로 이명박 정부가 등장하자 이명박 정부를 궤멸시킬 소재로 만든 것이 바고 광우병 사태였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려죽는다며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촛불을 들고 광화문을 점령했다.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는 이명박 정부는 한국 국민을 다 죽이는 미친 정부라며 정부를 공격했다.


미국에서 광우병으로 쓰러지는 사람들이 숱하고 한국 사람은 DNA 구조상 광우병에 더 취약하다는 여론조작과 정치선동이 몇 개월간 나라를 휩쓸었다. 그때 이미 이명박 정부는 거세(去勢)된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이회창과 이명박 정부보다 더 무참하게 무너졌다. 소위 ‘최순실 게이트’를 기점으로 촛불세력이 외치고 만드는 말은 다 사실인 것처럼 일방적으로 보도되고 전국으로 확산되며 기정사실화 되었다. 박근혜는 최순실 ‘아바타’이고 최순실이 없으면 단 한 가지도 제대로 판단하고 결정하지 못한다고 선동했다. 진짜 대통령은 최순실이고 그녀가 상왕(上王)이라는 선동에 다들 그런 줄 알고 혀를 찼고 박근혜를 선택했던 자신을 자책하며 부끄럽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더구나 박근혜는 잡귀에 씌워 있는 인물이고 청와대에선 자주 굿판이 벌어진다는 것에서부터 세월호가 가라앉던 그 시간에도 박 대통령은 청와대로 남자를 불러 밀회(密會)를 즐겼다며 ‘세월호 7시간’을 밝히라는 것은 몇 년에 걸친 촛불세력의 선동구호였다. 심지어 박 대통령도 국민과 헌법이 위임한 5년 임기를 포기하고 국회 합의에 맡기겠다고 했다. 광장의 불법시위에 국가권력은 상납된 것이고 그 순간부터 헌정은 이미 중단된 것이었다.


광장을 점거한 집단시위가 권력도 만들고, 국민이 만든 권력도 붕괴시킨다면 그 사회의 헌법과 민주주의는 유린된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와 성주 사드기지에서도 시위대 앞에 법은 초라했고 무릎 꿇었다. 이회창 후보는 물론 대통령 권력을 위임받은 이명박, 박근혜조차 무릎 꿇기는 마찬가지였다. 집단시위 앞에 법치와 민주주의는 선동정치를 합리화하는 장식물이 되어 있다. 집단을 이뤄 광장을 장악하고 외치는 것이 진리가 되고 법 위에 서는 것이 당연시 된 것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무력화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정의를 지켜야 할 사법부조차 집단적 다수가 ‘집회의 자유’를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들 뒤에는 대중이 펼쳐내는 직간접적인 물리적 폭력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선동과 무법적 상황에 내몰리면 그들도 무차별적으로 당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라는 명분 앞에 대중 조작으로 만들어진 다수 군중은 모든 것을 압도하는 권력으로 변신시켜냈다. 2002년 효순-미선사건을 예로 든다면, MBC <PD수첩>은 대선 정국에서 반미(反美) 여론을 확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고 반미 대중시위를 이끌어내기 세 번에 걸쳐 기획 방송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마지막 방송에서 ‘시위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의 모습과 ‘히죽히죽 웃으며 사진 찍는 미군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어 대비하며 보여주자, 드디어 분노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촛불 들고 광화문에 모이자”는 엄청난 촛불시위로 발전했다고 자랑스럽게 밝히고 있다. 조직된 집단시위와 외침이 곧 민주주의이고 국민적 정당성을 갖는 것처럼 전제된 사회이기에 마음대로 유린할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 넘실거리는 소비에트 전체주의 망령


2008년 내내 광화문에 ‘촛불 바다’를 연출했던 광우병 사태도 대중을 선동해 광장을 점령하려는 세력의 지속적인 기획 작품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PD수첩>을 선두로 <100분 토론> <시사매거진 2580>은 물론 <뉴스데스크> 등 MBC, KBS, SBS를 비롯한 좌파 미디어가 가진 화력을 총동원해 반복 강요된 세뇌로 대중을 분노하게 만들어 드디어 광화문으로 진출하게 만들어냈다.


대중은 사실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게 만드는 것을 믿는다는 것에 확신을 갖고 분노한 대중을 만들어 국가 사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짧은 시간 내에 모든 정보를 충분히 파악해 판단하기 어려운 대중의 취약점을 이용해 완벽히 선동시켜 낼 수 있다는 반 민주주의적 세력이 한국 민주주의를 농단해온 것이다.


집단을 형성해 외친다고 해서 그것이 올바른 것이 될 수는 없다. 조직된 집단이 주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여론이라면 민주주의는 아니다. 집단이 합의했다고 해서 개인의 재산을 뺏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집단이 요구한다고 해서 개인의 자유가 유린될 수도 없다. 동원된 집단이 곧 정의(正義)이고 선(善)이 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고, 그것이 바로 전체주의(Totalitarianism)이고 파시즘(Facism)이다. 원자력정책이든, 교육정책이든 방향을 정해놓고 ‘공론화위원회’와 같은 소비에트(soviet)를 만들고 소비에트의 결정이 국민 대다수의 결정인 것처럼 만드는 사회가 바로 전체주의 사회이다.

의회민주주의와 위임받고 책임 있는 제도를 부정하고 동원된 위원회와 동원된 군중으로 국민을 대표하게 만드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를 만드는 데 기여했던 ‘드루킹’도 곧 대중선동에 기여했고 그 결과로 문재인 정부도 출범했으니 자신이 만든 권력이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광우병 선동’과 ‘드루킹 조작’처럼 대중조작과 집단시위로 국가권력이 좌우된다면 더 이상 정상적 절차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른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설 자리가 없다. 선동정치와 집단시위가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대체하도록 방치된다면 그 사회에는 모두가 대중을 조작하고 선동할 방법만을 찾게 만드는 격이다. 또 그게 정치이고 민주주의라고 여기게 만든다.


우리 사회는 이미 그렇게 되어왔다. 민주주의는 단지 개인의 가치인 자유와 재산을 지켜내기 위한 수단일 뿐임에도 소비에트적 선동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자유민주질서와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며 집단시위적 항쟁과 운동이 민주이념이라는 헌법 개정안부터 철회되어야 한다.

특히 광우병 선동조작 10주년과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을 보며 우리 정치도 소비에트적 선동에 맞서 자유와 다양성, 그리고 생산지향적 번영 사회를 지켜내는 민주정치로 재편되는 성숙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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