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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不정책 10년에 남은 건 하향평준화뿐

2007.04.14 11:33

관리자 조회 수:939 추천:123

[최재혁, ““3不정책 10년에 남은 건 하향평준화뿐,” 조선일보, 2007. 3. 23, A3쪽.]
“수없이 학생선발 자율권을 대학에 달라고 해도 (교육부는) 아무 반응이 없다. 말로만 해서는 안될 시점이다.” “목소리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도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22일 아침 서울에서 열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단 회의는 정부의 대학입시 규제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5월 총회 준비를 위해 이날 회의에 참석한 15명의 전국 사립대 총장들이 현 정부가 내세우는 입시정책의 골간인 ‘3불(不)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의 폐지를 정부에 요구하자고 입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 협의회는 전국 158개 사립대 총장들이 회원이다. 재정 자립도가 낮아 정부로부터 받는 재정지원금에 의존하는 사립대들이 정부에 정면도전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 작심한 사립대총장들=사립대 총장들은 이날 작심한 듯 ‘3불 폐지’를 요구하고 나왔다. 회의에 참석한 한 총장은 “이번에는 일회성으로 끝날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총장은 “정부가 사립대에 도와주는 것은 없으면서 툭하면 규제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같은 일치된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대학들의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사립대 대부분이 머지않아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수 감소라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외국대학과 경쟁하기 위해 우수학생을 뽑으려 해도 교육부의 입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인 손병두 서강대 총장이 “3불 정책을 고수하면 외국을 따라갈 수가 없다. 세계화의 큰 물결 속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 ‘3불’, 무엇이 문제인가=주요 대학의 입학처장들은 모두 본고사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행 제도가 학생들의 수준을 하향평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국제경쟁은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이뤄지는데 지금 입시제도는 최상위권을 밑으로 끌어내리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본고사 폐지의 명분이 사교육비 절감이었다. 그런데 과연 사교육이 죽었는가?”라고 되물었다.
고교등급제에 대해서도 교육부가 학교 간의 학력격차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교등급제는 외고나 과학고 출신 학생의 내신성적을 일반고 학생들보다 높게 평가해 주는 제도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고교 서열화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교육부는 냄새 나는 곳(학교 간 학력격차)을 신문지로 덮어 놓고는 ‘냄새가 안 난다’거나 ‘다른 곳에서 나는 냄새’라고 우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대 이태성 입학처장은 “민족사관학교가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보도가 나오는데, 거기 10등이 일반 고교 1등보다 내신이 불리하다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도 많은 대학들은 도입을 찬성했다. 박천일 숙명여대 입학처장은 “등록금을 아무리 인상해도 지금 정부가 지원하는 재정지원금 규모로는 도저히 외국 대학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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