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判·檢·官·軍, 이 정권이 ‘또 이긴다’ 확신한 것," 조선일보, 2020. 10. 15, A30쪽.]


/일러스트=김성규
/일러스트=김성규


문재인 정권 사람들은 불법 비리가 드러나면 도리어 화내고 눈 부라린다. 그런데 최근엔 여당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판사, 검사, 관료, 군인들도 이 철면피 행태에 가세하고 있다. 판·검·관·군은 늘 정권의 눈치를 보지만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마저 없다. 왜 이토록 뻔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지만 답은 하나뿐이었다.


이들은 이 정권이 최소 5년을 더 간다고 나름 확신한 것 같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이고 후년 대선도 민주당이 이길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6년 여인데, 이 정도 기간이면 지금 저지르는 잘못들은 모두 덮힐 수 있다. 이 기간 중에 자신을 대법관, 헌법재판관, 장관, 검찰총장, 참모총장 시켜주는 것도 민주당 정권이다. 그러니 이 정권에 눈 딱 감고 충성하자고 작정한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무도하고 대담한 행태를 설명할 수 없다. 판사들도 노골적이다. 대법관들은 선거 TV토론에서 거짓말을 해도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라고 민주당 지사에게 면죄부를 줬다. 대법관들은 조폭의 금품을 받은 민주당 시장에 대해 공소장의 사소한 문제를 트집 잡아 면죄부를 줬다. 대법원의 전교조 합법화 판결은 법에 따른 것이 아니라 법을 창조한 것이라고 한다. 술은 마셨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란 이런 판결과 결정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조국 동생에게 돈을 전달한 돈심부름꾼들은 구속돼 유죄를 받았는데 정작 돈을 받은 조국 동생은 구속도 면하고 이 부분 무죄가 됐다. 채널A 기자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영장에 없는 혐의를 제 마음대로 집어넣고 법에 없는 구속 요건을 만드는 황당한 일을 벌였다. 알고 보니 채널A 기자 사건 자체가 허위 조작이었다.


문 대통령을 비판한 사람의 무죄는 유죄로 뒤집히고, 천안함 괴담 유포자는 유죄가 무죄로 뒤집힌다. 대학에 문재인 비판 대자보를 붙인 청년들을 ‘건조물침입죄’라며 유죄 판결을 내리는 부끄러운 일들이 버젓이 자행된다. 뇌물 받은 공무원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상상하기 힘든 일도 벌어진다. 그는 대통령을 형이라고 부르는 사람이었다. 앞으로 조국 재판과 드루킹 댓글 조작 판결도 정권 손을 들어줄 것이란 예상이 파다하다.


검사들은 사실상 범죄까지 저지르고 있다. 청와대의 울산 선거 공작과 박원순 피소 유출 사건은 대놓고 뭉갠다. 채널A 기자 사건 허위 녹취록을 방송에 흘린 사람이 검찰 간부였다. 추미애 아들 사건은 8개월을 뭉개다 면죄부를 줬다.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아들 부대 대위 전화번호를 줬지만 ‘지시는 아니다’고 한다. 추 장관 아들 수사를 막았던 사람이 수사 책임자로 임명돼 ‘술을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결론을 지휘했다.


이성윤 서울지검장은 정권 연장을 확신하는 듯하다. 박원순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알려준 혐의를 받는 것도 그다. 이 사람이 펀드 사기 수사를 자청했는데 그 뒤 사건은 실종 상태였다. 검사들이 문건 확보도 숨기고 중요 진술은 누락시켰다. 정권 실세 의원의 불법에 대한 내부 폭로도 검찰로 간 뒤에 오리무중이다. 대통령이 뒷배라는 이상직 의원의 임금 체불, 재산 빼돌리기도 조사를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대신 윤석열 총장과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억지 청부 수사는 열심이다. 정권 교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검사들이 이럴 수는 없다.


비교적 합리적이라던 관료 출신 산은 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가자, 민주당 20년 집권” 구호를 외친 것은 정권 연장을 확신하고 그 배에 올라탄 것이다. 국민권익위가 추미애에게 면죄부를 주고 국방부가 ‘추(秋)방부’로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군인들이 민주당과 회의를 한 뒤에 ‘추미애 잘못없다’는 보도자료를 뿌린다. 추 아들 청탁 녹음파일도 없다고 거짓 발표했다. 합참의장이 조건이 안 돼도 전작권 전환을 하겠다고 한다. 30년 만에 정치군인들을 다시 보는 것 같다.


월성 1호기 억지 폐쇄에 관련된 관료들은 갑자기 당초 진술을 뒤집고 있다 한다. 정권 연장이 될 것으로 보고 생각을 바꾼 것이다. 경찰이 재인산성을 쌓고 광화문을 철제 울타리 미로로 만드는 등 온갖 무리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조심스럽던 경제부총리가 정치적 강변을 거침없이 하고, 세금으로 펀드 손해를 메꿔준다는 황당 발상을 관료들이 내놓는 것 역시 ‘다음 정권도 민주당’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들의 노골적 행태는 민주당이 압승한 4월 총선 이후 극명해지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 민주당은 53.5% 득표로 국민의힘을 압도했다. 이것이 2년 만에 뒤집히기 힘든 구조인 데다 재난지원금까지 뿌릴 수 있다. 정권 교체 가능성이 없거나 극히 낮다고 보면 판사, 검사, 관료, 군인들은 위험 부담 없이 대담하게 정권 친위대로 나설 수 있다. 국가적 자정(自淨) 장치, 양심의 제동 장치가 없어지는 것이다. 박원순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권이 따끔한 민심의 매를 맞아야 이들 판, 검, 관, 군이 제 자리 근처에라도 돌아온다. 그런데 대선 후보 한 사람 부각되지 못하는 국민의힘에선 중진이란 사람들이 제 욕심만 차리려고 혈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