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노조 현실 보여준 ‘두 발 뛰기’ ‘올려 치기’," 조선일보, 2020. 10. 6, A35쪽.]


현대차가 자동차 조립 라인에서 2~3명에게 할당된 작업을 1명에게 몰아 처리하게 하고 나머지는 쉬는 이른바 ‘두 발 뛰기’를 한 근로자 50여 명을 징계했다. 달리 보면 지금 현대차는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작업량을 2~3명이 나눠 처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력 과잉을 회사가 어쩌지 못하는 것은 노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전부 소비자들이 부담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7월엔 생산 라인을 거슬러 올라가 자기 작업을 미리 끝내고 일찍 퇴근하는 속칭 ‘올려 치기’ 작업자 300여 명을 징계했다. 이 역시 ‘올려 치기’가 가능할 정도로 작업량이 느슨하게 할당돼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에선 노조 동의 없이 생산 라인 증설이나 작업 속도 조정이 불가능하다. 얼마 전엔 신형 SUV가 인기를 끌어 주문이 몇 만 대나 밀렸는데도 노조가 증산에 필요한 생산 라인 조정에 협조하지 않아 차량 인도가 수개월 지연됐다. 근로자들이 휴대폰으로 스포츠 경기나 영화를 보면서 차를 조립하는 일이 계속돼 회사 측이 작업 시간 중 와이파이를 끊자 노조원들이 들고 일어난 일도 있었다.


1명이 할 일을 2~3명이 쉬엄쉬엄하는 공장의 생산성이 좋을 리 없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드는 시간은 26.8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 포드(21.3시간) 등 경쟁사보다 훨씬 길다. 같은 현대차라도 미국 앨라배마 공장(14.7시간), 인도 첸나이 공장(17시간)의 생산성은 울산 공장의 2배 수준이다. 반면 현대차 국내 공장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9200만원으로 도요타(9100만원), 폴크스바겐(8040만원)보다 높다.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 근로자와 비교하면 10배를 웃돈다. 이는 현대차만이 아니라 한국 제조업에서 일반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노동 개혁 없이 더 이상의 한국 경제성장은 물론 생존도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