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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없는 민주주의' 한반도


[류근일, "'자유주의 없는 민주주의' 한반도," 조선일보, 2018. 10. 2, A30쪽.]
                  
평양 남북 회담 이후 한반도는 어디로 가고 있나? 이걸 세계사와 한반도사의 어떤 추세로 봐야 할까? 한 관점으로 이런 게 있을 수 있다. 한반도 전체가 '자유주의를 떼어버린 민주주의'로 가고 있다고.

김정은 북한은 원래 '자유 없는 민주주의'다. 이쪽 운동권도 지난번 헌법 개정안과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꾸자고 주장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후 평양에 가 '빛나는 조국'을 관람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려운 시절 민족의 자존을 지킨 불굴의 용기를 보았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찬사를 보낸다. 우리는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있다." 한반도의 '비(非)자유주의적 민족·민주 시대'의 서곡인 셈인가?

자유주의를 배척하는 민주주의, 종족적(ethno) 민족주의, 포퓰리즘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동유럽·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가 다 그렇게 간다. 미국의 트럼프 현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도 그런 각도에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 현상을 비(非)자유주의적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라고 부르기도 한다. 1997년, 미국 언론인이자 정치학도 파리드 자카리아가 계간(季刊) '포린 어페어스' 글에서 처음 쓴 말이다.

이 말을 2014년, 국가 공식 이데올로기로 천명한 사람은 지금의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이다. 폴란드의 카친스키, 터키의 에르도안, 이집트의 압둘팟타흐 시시도 그런 유형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시진핑을 빼고는 거의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 다수 유권자가 그들을 지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집권 후에는 자유주의와 대의제(代議制) 민주주의를 '민중 직접참여'란 구실로 허문다.

폴란드의 카친스키가 두드러진 사례다. 그는 헌법재판소 등 각급 법원부터 자기편으로 메웠다. 이어서 공영방송 장악, 비판 언론 추방, 종족적 민족주의에 따른 역사 교육, 정치적 반대자 투옥, 삼권 분립 무시, 소수 야당 탄압으로 치달았다.

왜 이런 반(反)자유주의 역풍이 불었나? 신(新)자유주의 세계화 탓으로 돌려진 빈부 격차 등 경제 위기, 난민 유입과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문화적·안보적 위기감, 이에 대처하지 못한 자유주의 정치 엘리트의 리더십 위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 유권자들은 좌우를 막론한 '강력한 인물'의 카리스마, 선동, 공짜 약속, 외부 적(敵)에 대한 적개심, '빛나는 조국' 판타지, 자칭 메시아에게 휩쓸리기 일쑤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어디로 가느냐 하는 것이다. 헝가리, 폴란드가 어디로 가든 국제적 영향은 별로다. 그러나 일부 미국 언론이 주장하듯 트럼프가 정말로 푸틴 같은 권위주의 모델을 부러워한다면 영향은 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취임 후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은 조지 오웰의 '1984'였다. 올더스 헉슬리의 '힘찬 새 세상',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도',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근원'도 많이 팔렸다. 갑자기 미국에 웬 전체주의 디스토피아(dystopia·이상향의 정반대) 악몽이었을까?

트럼프 대통령을 '1984'의 빅 브러더로까지 본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황, 불법 이민, 테러, 리버럴 위선에 식상한 백인 대중이 트럼프 포퓰리즘을 껴안은 것이 미국 지식층 일각엔 '한 방 맞은' 기분이었던 모양이다. 이 '한 방'은 기존 자유민주주의 국제 질서, 자유무역 체제, 동맹 관계도 흔들어 놓았다.

이런 국제 정치의 판(板) 이동을 틈새 삼아 한반도 북쪽 '김일성 민족 신화'와 남쪽 '386 민족 운동'이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어떤 시대일까? 핵(核) 가진 빅 브러더와 그의 '집단체조 노예'들이 만든 엽기적 '1984' 체제, 그리고 이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남쪽 '함께 세력'의 한철일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도 차라리 김정은과 사랑에 빠지기로 했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그럼 어떻게 되나? 희망은 있나? 흑인 영가에 이런 게 있다.

"소리 높이 노래하자/ 하늘, 땅이 울리도록/ 어두운 시절이 가르쳐준/ 신앙의 노래를/ 자유와 더불어/ 승리의 그날까지." 작사·작곡자는 20년 후에 그들의 노래가 전국 흑인들의 애창곡이 돼있는 걸 알았다.

"김정은이 서울 오려면 정치범 수용소부터 허물고 오라"고 한 탈북민 지성호씨의 노래도 20년 아닌 두 달 안에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상황이 너무 비상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01/20181001034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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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김대중, "안팎의 전쟁" 2015.11.13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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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김대중, “'댓글'의 轉禍爲福,” 2013.10.04 693
77 김기호, “'우리 민족끼리'의 함정,” 2013.07.09 692
76 파피안느,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정우상류를 멀리하라." 2013.03.01 731
75 뉴스--남아프리카에서 흑인 공산주의자들이 백인 농부들을 살인하고 있다 2012.11.07 863
74 황성준, "‘정신적 귀족’ 보수주의자의 길 그 근간은 기독교적 세계관" 2012.04.25 965
73 문민규, "세속 정치에 대한 신자들의 자세" 2012.03.28 861
72 전정웅, “한나라당의 ‘개혁․쇄신=물타기’(?),” 2012.03.02 856
71 사설, “선거 휘젓고 거짓 드러난 '나경원 1억 피부숍 출입',” 2012.03.02 902
70 이상민, “분노의 대상은 월가가 아니라 워싱턴 정부,” 2012.02.16 997
69 김대중, "반FTA 세력은 '뼛속까지' 반미인가" 2011.12.30 763
68 한정식, "독도가 한국 영토인 진짜 이유" 2011.09.29 886
67 박정훈, "4대강 난리 난다던 사람들의 침묵" 2011.09.29 776
66 강찬식, "盧 전 대통령이 화나고 기(氣)가 찰 일들" 2011.07.07 819
65 김태훈, "용서 잘하는 한국 정부" 2011.06.22 783
64 서울광장을 정치집회꾼들의 놀이터로 내줘선 안돼 2010.09.29 1185
63 유럽의회, “中, 한국 조치 지지하라” 2010.06.30 1134
62 ‘軍부모’가 부대 앞에 드러눕는 날 2010.06.15 952
61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2010.06.04 1073
60 탈북 여성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 굵은 눈물 2009.12.16 948
59 노 전(前) 대통령 묘소에 보고서 바친 친일진상규명위원들 2009.12.16 1001
58 ‘극일(克日) 대한민국’이 ‘친일파 나라’라니 2009.12.10 899
57 외눈박이 친일반민족조사위의 발표를 보고 2009.12.10 1061
56 과거사위원회들 정리하라 2009.10.15 998
55 미디어법 개정, 모두가 패자(敗者)였다 2009.08.16 972
54 미디어법에 관한 4가지 거짓말 2009.08.16 1031
53 전향한 386은 극소수, 젊은 세대가 386권력 교체해야 2009.07.15 1019
52 목숨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가 걱정된다 2009.06.17 1009
51 검찰총장 사죄, 잘못됐다 2009.06.17 1075
50 "의회와 정부가 ‘시민사회’의 중심이다" 2009.04.16 983
49 "TV논평, 좌편향 인용 심각" 2009.04.16 970
48 "민주화보상위는 법 근간을 뒤흔들었다 " 2009.04.02 915
47 "‘MBC 해방구’의 뿌리" 2009.01.29 933
46 "대법원 위의 4審 행세하는 민주화 운동委" 2009.01.23 1050
45 "'그들만의 방송' 국민 위해 개혁해야" 2009.01.23 991
44 미국금융위기, 정부 개입 때문 2008.12.24 1015
43 좌승희, “미국 금융위기의 시작은 클린턴의 반시장정책,” 2008.12.24 1080
42 삐라의 진실 2008.12.24 901
41 '10·4남북정상선언' 이행될 수 없는 이유 2008.12.24 922
40 남북관계 파행은 북한 책임이다 2008.12.24 898
39 역지사지(易地思之) 2008.10.22 1058
38 요즘 어깨가 으쓱해졌습니까? 2008.10.22 977
37 북한의 중국식 개혁개방은 불가능 2008.10.22 1004
36 누가 누굴 보고 '폭력'이라 하나 2008.09.03 1013
35 이 정권을 짓누르는 노 정권의 유산 2008.09.03 1016
34 국정원과 경찰의 본분 2008.08.12 1000
33 엠네스티 한국지부 2008.08.12 1035
32 이명박 안수한 목사의 손목을 잘라버려라 2008.08.12 1069
31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 서한 2008.07.30 911
30 국민이 물을 때다 2008.07.30 904
29 칼집 속 재협상, 뽑을 건가 2008.06.11 904
28 친일 인명사전 편찬위 역사 평가방식 문제 있다 2008.06.11 965
27 김성욱, “‘화려한 휴가’ 제작진, 명예훼손 고발당해,” 2008.02.12 953
26 UFO는 착시 현상 2008.02.12 968
25 정동영, “김정일과 만남, 하늘이 준 기회” 2008.01.23 966
24 中․朝 우호조약의 한 구절 2007.11.13 1002
23 ‘화려한 휴가’의 왜곡에 침묵하는 국방부 2007.11.13 1012
22 개성공단 기업 대부분 적자경영 2007.11.13 942
21 국비협의 성명 2007.11.13 964
20 결코 이행 못할 문서 또 생산 2007.11.13 881
19 교회가 잘못할 때, 재앙이 온다 2007.10.10 901
18 북한 체제에 대한 이해 2007.09.12 973
17 중·조 우호조약의 한 구절 2007.08.14 847
16 과거사委, 조사사건 82%가 국군·미군 가해사건 2007.08.14 921
15 불온세력의 사법판결 뒤집기 2007.05.16 939
14 FTA저지 범국민본부 지휘부 20인 2007.05.16 946
13 북한군 특수부대 광주사태 개입했었다 2007.04.14 1025
12 준전시 행동요령 12개항 2007.04.14 855
11 특무기관망은 살아 있다 2007.03.07 948
10 이질적 남북체제 2007.01.31 948
9 대선 괴담(怪談) 2007.01.31 888
8 ‘콜 총리’의 정상회담 2007.01.31 902
7 갈 데까지 가버린 대통령을 바라보며 2007.01.14 982
6 사상 초유 전직 외교관 성명 2006.10.13 1059
5 ‘김사모’는 가면을 벗었다 2006.10.13 982
4 ‘마오(毛)’ 인기의 비밀 2006.06.10 872
3 청와대에서 할복할 수도 없고… 2006.05.16 905
2 조류독감 대재앙 일제 경고 2005.11.12 1057
1 뉴올리언스의 숨겨졌던 부패 2005.11.12 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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