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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성공'과 '국민 성공'이 따로따로 가면


[강천석, "'대통령 성공'과 '국민 성공'이 따로따로 가면," 조선일보, 2019. 2. 2, A26쪽; 논설고문.]

대통령이 성공하면 나라가 튼튼해져야 한다. 국민 생활도 나아져야 한다. 대통령의 성공과 나라와 국민의 성공이 함께 가야 정상(正常) 국가다. 대통령이 정치적 성공을 거두고 이념적 목표에 근접(近接)할수록 나라가 위태해지고 국민 생활이 고단해지는 나라는 분열(分裂)된 국가다. 그런 나라는 머지않아 존망(存亡)의 낭떠러지에 서게 된다.

대통령의 사법 개혁이 성공한다면 나라 모습이 어떻게 달라질까. 여권 전체가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장을 향해 퍼붓는 탄핵 공세 속에 그 답(答)이 있다. 정권의 외곽 단체인 민변은 탄핵 대상 판사들 명단까지 발표했다. '외부의 재판 개입은 온몸을 던져 막겠다'던 대법원장은 꿀먹은 벙어리다. 사법부(司法府)의 수장(首長)이 아니라 국무총리 휘하 '사법부(司法部) 장관' 모습이다. 이런 식의 사법 개혁이 성공하면 모든 판사의 핏줄 속에 정권과 같은 피만 흐르게 된다.

현 정권 사람들도 '경제가 좋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한다. 대통령은 '경제 체질이 바뀌는 과정'이라고 한다. 현 정권식(式) 경제 체질 바꾸기로 한국 경제의 앞날이 열릴까. 세계 어느 경제 전문가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대부분은 한국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경제가 다시 살아난다면 한국은 노동 개혁 없이 경제를 되살린 세계 최초 국가가 된다. 그런 기적은 없다. 결국 방향을 잘못 잡은 개혁이 목표에 접근할수록 국민 생활은 팍팍해진다는 말이 된다.

우리 민족은 수만년 전 한반도에 정착(定着) 한 이후 한 번도 이사한 적이 없다. '북(北)엔 중국, 남(南)엔 일본'이라는 지리적 조건은 삼국시대 이래 변한 것이 없다. 따라서 국가 안보의 기본도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력(國力) 충실과 군비(軍備)에 소홀하면서 대륙의 변화에 어둡고 일본을 경시(輕視)할 때마다 큰 화(禍)를 불렀다. 임진왜란 7년간 일본에 포로로 잡혀간 사람이 10만~40만명으로 추정되고, 병자호란 한 달 만에 추운 겨울 맨발로 만주 심양(瀋陽)으로 끌려간 조선인은 50만~60만명을 헤아린다.

삼국시대 이래 한반도 안보 환경의 최대 변화는 1945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 미국이 동북아에 출현한 것이다. 2018년 한국 GDP는 1조6000억달러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다. 이만한 살림이면 유럽·남미·중동 어디에 놓여도 고개 숙이지 않고 살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중국 14조9000억달러, 일본 5조2000억달러 사이에 놓고 보면 한국은 여전히 중-일 사이에 '끼어 있다'는 표현을 완전히 떨치긴 힘들다.

중국은 2012년 항공모함 랴오닝호를 최초 배치했고, 뒤이어 제2, 제3 항모를 건조하고 있다. 일본은 1922년 첫 항모를 만든 뒤 대평양 전쟁 직전엔 10척을 보유했고 전쟁 기간 중 15척을 추가로 건조했다.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기습에는 항모 6척이 동원됐다. 일본이 1941년 취역(就役)시킨 배수량 2만5000t에 함재기 84대를 실었던 항모 쇼카쿠호는 성능면에서 영국과 미국 항모를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과 갈등하면서 일본 방위청 장관이 점퍼 입고 나댄다고 한국 국방장관도 점퍼 입고 부대 방문하는 것은 하책(下策) 중에 하책이다.

중국에 휘둘리지 않고 일본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GDP 20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무게를 지혜롭게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외교는 출범 2년 만에 미국과는 금이 가고 일본과는 척(隻)지는 사이로 만들고 말았다. '자주(自主) 강박증(强迫症)'과 '민족끼리'라는 환상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외교'에 이념의 색깔이 짙어질수록 국가가 치욕(恥辱)을 당하고 국민이 고난(苦難)을 겪은 과거의 외교 구도에 갇히게 된다.

과거를 잘못 읽으면 현재를 잘못 판단하고 미래를 헛짚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광복은 결코 밖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다"고 했다. 만주 벌판에 백골(白骨)로 흩어진 독립지사들의 헌신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민족의 얼'마저 잃어버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광복을 우리 손으로 쟁취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1945년 일본 패망의 순간 만주를 점거한 관동군 숫자가 70만명이다. 국가 지도자가 역사를 편한 대로 읽으면 자라나는 세대가 미래에 잘못 대처하게 하는 씨앗을 심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01/20190201029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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