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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은 소멸한다, 자기모순 때문에


[박정훈, "민노총은 소멸한다, 자기 모순 때문에," 조선일보, 2017. 12. 8, A34.]

       

이제 우리 사회가 민주노총의 존재 의미에 근본적 의문을 던질 때가 온 것 같다. 지난주에도 우리는 민노총의 폭주를 목격했다. 민노총 핵심인 현대차 노조가 쇠사슬로 공장 라인을 세웠고, 건설 노조는 서울 교통을 마비시켰다. 민노총의 해악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불법을 저지르고 국민에게 불편 끼칠 일을 서슴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민노총은 국민 괴롭히는 민폐 집단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지난주 현대차 노조의 '쇠사슬 파업'엔 기가 막힌 대목이 있었다. 노조 요구에 협력업체 공정 일부를 회수하라는 조건이 들어갔다. 하도급 노동자 일감을 도로 가져다 자기들이 먹겠다는 것이었다. 현대차 노조의 평균 연봉은 9400만원이다. 그런 노동 상류층이 중소업체 노동자 몫까지 손대려 했다. 한 하도급 업체 여직원은 "돈 잘 버는 분들이 왜 이러시느냐"며 울먹였다고 한다. 협력업체엔 영락없는 '갑(甲)질'로 느껴졌을 것이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현대차 노조는 파업할 때마다 빠짐없이 '전리품'을 챙긴다. 그 와중에 죽어나는 것은 중소 협력업체들이다. 생산라인이 멈추면 협력업체는 일감 자체가 없어진다. 안 그래도 박봉인 월급이 더 줄고 일자리가 사라진다. 파업 때마다 울산 일대 협력업체들은 생존 위협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가 귀 기울이는 법은 없다.

민노총은 자신을 탄압받는 약자(弱者)로 규정한다. 강령에도 '권력과 자본의 탄압'이라고 썼다. 20여 년 전, 민노총 설립 무렵엔 그랬을 것이다. 노동자가 억압받고 노동의 가치는 존중받지 못했다. 그 열악했던 시절, 민노총의 투쟁이 노동의 지위를 높인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현장엔 초심을 잃지 않은 훌륭한 노조 활동가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민노총 수뇌부는 아니다. 지금 민노총이 약자라 주장한다면 사람들이 혀를 찰 것이다. '자본의 탄압'은커녕 기업 목줄을 쥐고 흔드는 것이 민노총이다. 현대차는 노조 동의가 없으면 생산라인도 바꾸지 못한다. 과거 쌍용차 노조는 76일 점거 농성으로 회사를 폐허로 만들었다. 민노총의 강경 투쟁으로 빈껍데기 된 기업이 한두 곳이 아니다.

'권력의 탄압'이란 주장 역시 현실과 다르다. 공권력이 거꾸로 민노총에 농락당하는 세상이다. 민노총 집회에서 불법과 폭력은 일상사가 됐다. 쇠파이프와 밧줄이 등장하고 경찰이 폭행당한다. 지난 6년간 불법 집회로 부상당한 경찰은 453명이다. 그 절반가량이 민노총 시위에서 발생했다. 청와대 앞길에서 천막 노숙을 벌이고 서울 도심을 1박 2일 점거한 것도 민노총이었다.


민노총이 법과 질서를 무시한 사례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그러나 공권력의 대응은 무기력하다. 가공할 투쟁력 앞에서 경찰 수천명이 쩔쩔매기 일쑤다. 대한민국에서 공권력을 제일 우습게 보는 게 민노총이다. 심지어 대통령의 만찬 초청을 거부할 만큼 오만하기까지 하다.

민노총은 '성분'부터 노동 약자라 할 수 없다. 소속 노조 대부분이 대기업이나 공기업이다. 이들 연봉은 근로자 최상위권이다. 민노총이 대변하는 것 역시 대기업 정규직의 이익이다. 말로는 노동 약자를 위해 싸우겠다 하나 행동은 종종 다르다. 대표적 귀족 노조인 기아차 노조는 비정규직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했다. 자기 몫을 더 챙기려 비정규직 약자를 내쳤다.

민노총 소속 에어컨 회사 노조가 7개월간 공장을 점거했다. 견디다 못한 협력업체들이 신문 광고를 냈다. 2만명 근로자 생계가 막막하다며 "누구를 위한 파업이냐"고 물었다. 한 협력업체 사장은 이렇게 호소했다. "고연봉 노조 파업으로 연봉 3000만원 근로자 일자리가 날아갑니다." 이 노조의 연봉은 8400만원이었다.

이제 노동자 안에서도 계급이 갈리고 있다. 민노총으로 대표되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노동 상류층이다. 그 반대편에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 청년 실업자들이 있다. 노동 약자들은 민노총이 기득권 세력이라 하고 있다. 민노총의 기득권 집착이 약자들을 더 힘들게 만든다고 한다.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내부 모순으로 붕괴한다'고 했다. 자본주의는 살아남았지만 같은 논리로 민노총은 몰락의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민노총의 불법·억지 체질에 국민의 인내심은 한계까지 갔다. 이제 그만하라는 심정이다. 2030 젊은 세대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 '자본 대 노동'의 대결로 보는 그들의 세계관은 수명을 다한 지 오래다. 세상은 달라졌는데 의식 구조는 80년대에 머물러 있다. 그 괴리가 민노총을 모순으로 몰아넣고 있다.

어떤 청년 단체는 '민노총 형님들, 삼촌들'에게 보내는 성명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청년 일자리는 안중에도 없는 민노총은 노동자를 대표할 자격이 없습니다." 기득권이 된 민노총은 이제 노동계 내부의 계급 저항에 직면했다. 스스로 만든 자기모순 때문에 고립과 소멸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7/20171207033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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