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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워싱턴-평양, 3色 엇박자


[김대중, "서울-워싱턴-평양, 3色 엇박자," 조선일보, 2018. 3. 27, A34쪽.]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지금 한껏 들떠있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자신이 성공시켰다며 '핑크' 무드에 젖어 있다. 심지어 주변에선 노벨 평화상 얘기까지 나왔다. 그는 지난 21일 정상회담 준비위원회에서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피해 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내일모레 곧 통일이 될 듯한 감상에 빠져 있는 느낌이다.

이렇게 조성된 남북 '해빙' 무드를 타고 국내에선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잊힌 천안함'의 유족들은 통곡하고 있다. 광주에선 북한으로 수학여행 가자는 요구가 나왔다. 공무원 시험엔 북한 정권 수립을 학습하는 문제가 나왔다. 정부가 만든 개헌안에서는 사회주의 냄새가 물씬 난다.

워싱턴은 어떤가? 서울이 해빙 무드에 들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전쟁의 그림자'(미국 주간지의 표현)가 어른거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초강경 매파'인 존 볼턴을 내정하고, 대화파인 틸러슨 국무장관을 해임하고 역시 강경파인 폼페이오 CIA 국장을 기용한 것을 두고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전시(戰時) 내각'을 꾸렸다고 했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일단 수락한 것은 북핵 제거 못지않게 김정은의 '무릎'을 꿇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트럼프로서는 역사상 지금까지 핵무기로 직접 미국 땅을 공개적으로 위협한 나라가 북한이 유일하다는 사실에 지극히 자존심이 상해 있고, 그것을 본보기로 제거해서 또 다른 '김정은'이 나오지 않도록 경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의 목표는 북핵이라기보다 김정은이고 미·북 회담 운운은 명분 쌓기용(用)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곧 미·북 회담의 결렬을 의미하며 그다음 절차는 군사적 옵션이다.

우리는 미국이 4월 재개되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서 한국에 있는 미국 민간인을 미국 본토로 철수시키는 훈련을 할 것이라는 미군 성조지의 보도를 그냥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그것은 미국이 군사 옵션에 대비해 자국민을 전쟁 위험 지역에서 철수시키는 미국의 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그것은 곧 미국이 한국 땅에서 군사행동을 할 수 있고 또 할 것에 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인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大)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지난 2월 초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남북 대화 이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열릴 가능성은 낮고 미국의 대북 무력 행사 가능성은 비교적 높다"며 "미·중은 1.5트랙(정부·민간 참여) 등을 통해 이미 컨틴전시 플랜(무력 행사 이후 북한 내 질서 회복을 위한)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 '전쟁 중'이라면 평양은 지금 잠수 중이다. 김정은이 보이지 않는다. 김정은의 동정을 연일 내보냈던 북한 매체는 김정은의 행방에 언급이 없다. 지난 5일 남쪽의 대북 특사단을 면담한 것을 끝으로 사라졌다. 핀란드 헬싱키에 나타난 북한 외무성의 최강일은 "조·미(朝·美) 수뇌 상봉이 잘될지 모르겠다"고 했고, 북한 매체들은 다시 미국을 때리기 시작했다. 북한은 어쩌면 지금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 옵션에 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워싱턴-평양의 모습은 이렇게 엇박자다. 누구는 우리 정부의 섣부른 낙관론을 가리켜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했고 누구는 '김칫국 마시고 있다'고 했다. 독일이 통일을 이룩하는 데 정권 교체를 이어가며 20년이 걸렸다. 그것을 자기들은 집권 1년도 안 돼 해낼 것이라고 하는 치기(稚氣)를 버리지 못하는 한 문 정권은 '김칫국'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북한은 지금까지 스스로 핵 포기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이제까지 북한의 '북핵 포기' 의사는 한국의 대북 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등의 전언(傳言)에 따른 것이 전부였다. 문 대통령이 남북 회담에서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은 김정은이 핵을 선제적으로 포기할 것을 내외에 직접 천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트럼프가 전쟁 모드로 상황을 몰고 가는 것을 예방하고 한반도를 화염에서 구하는 길이다. 그리고 김정은이 살아남는 길이다. 북한이 핵을 버리겠다며 손을 들었는데 트럼프가 굳이 총을 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문 정권이 대북 협상에서 성공하려면 한국 사회를 자유·민주 체제로 굳게 세우는 것이다. 한국이 이미 친북화됐다면 북한은 굳이 협상에 나설 이유가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6/20180326028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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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황성준, "‘정신적 귀족’ 보수주의자의 길 그 근간은 기독교적 세계관" 2012.04.25 960
73 문민규, "세속 정치에 대한 신자들의 자세" 2012.03.28 854
72 전정웅, “한나라당의 ‘개혁․쇄신=물타기’(?),” 2012.03.02 853
71 사설, “선거 휘젓고 거짓 드러난 '나경원 1억 피부숍 출입',” 2012.03.02 899
70 이상민, “분노의 대상은 월가가 아니라 워싱턴 정부,” 2012.02.16 993
69 김대중, "반FTA 세력은 '뼛속까지' 반미인가" 2011.12.30 760
68 한정식, "독도가 한국 영토인 진짜 이유" 2011.09.29 879
67 박정훈, "4대강 난리 난다던 사람들의 침묵" 2011.09.29 771
66 강찬식, "盧 전 대통령이 화나고 기(氣)가 찰 일들" 2011.07.07 816
65 김태훈, "용서 잘하는 한국 정부" 2011.06.22 780
64 서울광장을 정치집회꾼들의 놀이터로 내줘선 안돼 2010.09.29 1181
63 유럽의회, “中, 한국 조치 지지하라” 2010.06.30 1131
62 ‘軍부모’가 부대 앞에 드러눕는 날 2010.06.15 949
61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2010.06.04 1070
60 탈북 여성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 굵은 눈물 2009.12.16 945
59 노 전(前) 대통령 묘소에 보고서 바친 친일진상규명위원들 2009.12.16 998
58 ‘극일(克日) 대한민국’이 ‘친일파 나라’라니 2009.12.10 895
57 외눈박이 친일반민족조사위의 발표를 보고 2009.12.10 1058
56 과거사위원회들 정리하라 2009.10.15 995
55 미디어법 개정, 모두가 패자(敗者)였다 2009.08.16 969
54 미디어법에 관한 4가지 거짓말 2009.08.16 1028
53 전향한 386은 극소수, 젊은 세대가 386권력 교체해야 2009.07.15 1016
52 목숨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가 걱정된다 2009.06.17 1006
51 검찰총장 사죄, 잘못됐다 2009.06.17 1072
50 "의회와 정부가 ‘시민사회’의 중심이다" 2009.04.16 980
49 "TV논평, 좌편향 인용 심각" 2009.04.16 967
48 "민주화보상위는 법 근간을 뒤흔들었다 " 2009.04.02 912
47 "‘MBC 해방구’의 뿌리" 2009.01.29 929
46 "대법원 위의 4審 행세하는 민주화 운동委" 2009.01.23 1046
45 "'그들만의 방송' 국민 위해 개혁해야" 2009.01.23 988
44 미국금융위기, 정부 개입 때문 2008.12.24 1009
43 좌승희, “미국 금융위기의 시작은 클린턴의 반시장정책,” 2008.12.24 1077
42 삐라의 진실 2008.12.24 898
41 '10·4남북정상선언' 이행될 수 없는 이유 2008.12.24 918
40 남북관계 파행은 북한 책임이다 2008.12.24 895
39 역지사지(易地思之) 2008.10.22 1055
38 요즘 어깨가 으쓱해졌습니까? 2008.10.22 972
37 북한의 중국식 개혁개방은 불가능 2008.10.22 1001
36 누가 누굴 보고 '폭력'이라 하나 2008.09.03 1010
35 이 정권을 짓누르는 노 정권의 유산 2008.09.03 1013
34 국정원과 경찰의 본분 2008.08.12 995
33 엠네스티 한국지부 2008.08.12 1032
32 이명박 안수한 목사의 손목을 잘라버려라 2008.08.12 1066
31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 서한 2008.07.30 906
30 국민이 물을 때다 2008.07.30 898
29 칼집 속 재협상, 뽑을 건가 2008.06.11 901
28 친일 인명사전 편찬위 역사 평가방식 문제 있다 2008.06.11 960
27 김성욱, “‘화려한 휴가’ 제작진, 명예훼손 고발당해,” 2008.02.12 946
26 UFO는 착시 현상 2008.02.12 964
25 정동영, “김정일과 만남, 하늘이 준 기회” 2008.01.23 963
24 中․朝 우호조약의 한 구절 2007.11.13 999
23 ‘화려한 휴가’의 왜곡에 침묵하는 국방부 2007.11.13 1008
22 개성공단 기업 대부분 적자경영 2007.11.13 935
21 국비협의 성명 2007.11.13 957
20 결코 이행 못할 문서 또 생산 2007.11.13 878
19 교회가 잘못할 때, 재앙이 온다 2007.10.10 898
18 북한 체제에 대한 이해 2007.09.12 970
17 중·조 우호조약의 한 구절 2007.08.14 842
16 과거사委, 조사사건 82%가 국군·미군 가해사건 2007.08.14 916
15 불온세력의 사법판결 뒤집기 2007.05.16 935
14 FTA저지 범국민본부 지휘부 20인 2007.05.16 942
13 북한군 특수부대 광주사태 개입했었다 2007.04.14 1021
12 준전시 행동요령 12개항 2007.04.14 852
11 특무기관망은 살아 있다 2007.03.07 944
10 이질적 남북체제 2007.01.31 945
9 대선 괴담(怪談) 2007.01.31 885
8 ‘콜 총리’의 정상회담 2007.01.31 897
7 갈 데까지 가버린 대통령을 바라보며 2007.01.14 977
6 사상 초유 전직 외교관 성명 2006.10.13 1056
5 ‘김사모’는 가면을 벗었다 2006.10.13 978
4 ‘마오(毛)’ 인기의 비밀 2006.06.10 869
3 청와대에서 할복할 수도 없고… 2006.05.16 901
2 조류독감 대재앙 일제 경고 2005.11.12 1052
1 뉴올리언스의 숨겨졌던 부패 2005.11.12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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