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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고 황당한 美·北 회담, 이대로 가면 北 핵보유국 된다


[사설: "어이없고 황당한 美·北 회담, 이대로 가면 北 핵보유국 된다," 조선일보, 2018. 6. 13, A27쪽.]

많은 국민이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기다려왔다. 이번 회담이 지난 25년 동안 한반도를 무겁게 짓눌러온 핵 공포를 걷어내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의 핵무기를 빠른 시일 내에 없앨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고 이번 회담 준비를 총괄해온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가 회담의 목표"라고 회담 하루 전까지 못 박듯이 다짐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서명이 담긴 6·12 합의문은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만큼 어이없고 황당하다. 이번 회담의 목표는 오로지 한 가지, 북한 핵을 폐기하는 것이었다. 이번 회담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합의문 속에 핵 폐기 시한(時限)과 CVID라는 핵 폐기 원칙이 명확히 담기느냐 두 가지였다. 북한이 늦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0년 말까지 모든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 이행을 검증할 사찰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반드시 담겨야 했다.

그러나 합의문 속에 담긴 비핵화 관련 내용은 '북한은 4·27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 성명을 재확인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는 것이다. 판문점 성명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라는 문구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판문점 성명 합의 내용 자체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정부는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합의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출될 것"이라고 했고 국민들도 그렇게 이해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 반 만에 나온 미·북 핵 담판 결과도 '완전한 비핵화'라는 추상적 한마디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몇 달간 "빠른 시일 내에 핵 폐기"를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는데 언제까지 핵 폐기를 한다는 시한은 아예 합의문에서 실종됐다.

더구나 북한 측의 비핵화 약속은 미·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체제라는 미국 측 약속에 이어 세 번째 순서로 합의문에 담겼다. 또 서문에는 미·북 간의 신뢰 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것이라면서 미국 측의 대북 관계 개선 및 평화 체제 구축 노력이 북한의 핵 폐기 약속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처럼 돼 있다.

2005년 9월 19일 채택한 6자회담 공동성명의 첫 번째 합의 내용은 "6자회담의 목표가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임을 만장일치로 재확인한다'였다. 이 합의 이행을 위해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했다. 9·19 성명은 완전한(Complete) 비핵화의 대상을 '모든 핵무기와 핵 계획 포기'라고 구체화했고 '검증 가능한(verifiable)'이라는 원칙을 담았으며 검증을 위한 NPT, IAEA 복귀라는 행동 계획도 포함했다. 이번 미·북 정상 합의문은 13년 전 6자회담 공동성명보다도 더 뒷걸음친 것이다. 충격적이기에 앞서 어처구니가 없다.

합의문에 담지는 못했지만 회담에서 오간 다른 얘기가 있는지 기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더 걱정스러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1993년 1차 핵위기 때 북한이 핵사찰을 거부해 한·미가 연합훈련을 재개하기로 하자 북은 "서울 불바다" 운운하며 반발했었다. 한·미 연합훈련은 북을 그만큼 고통스럽게 하는 확실한 북한 비핵화 압박 카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폐기에 시동도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선물을 북에 안겨 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곧 미사일 실험장을 폐쇄할 것을 약속했다고 했다. 핵 실험장 폐쇄에 이은 김정은의 대미 선심 공세다.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면 미 본토에 대한 핵 공격 위험은 사라진다. 그 대가로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북은 핵무기를 감추고 있으면 우리로서는 최악의 결과다.

북한 김씨 왕조는 미국 현직 대통령과 마주 앉는 것이 3대에 걸친 숙원 사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30대 초반의 북한 지도자를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김정은에게는 엄청난 성과다. 그래서 이번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막대한 대가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속을 챙긴 쪽은 김정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손해 보는 거래를 하려고 싱가포르까지 날아가 불량 국가 독재자를 만났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이번 회담 합의 내용 이행을 위해 폼페이오 장관과 북 고위 관계자를 양측 대표로 하는 후속 회담이 곧 열릴 것이라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을 두 차례나 만났고 미·북 실무진은 회담 하루 전까지 합의 내용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 정상회담이 성사되느냐 깨지느냐 하는 긴장 국면에서도 북한 압박에 실패했다면 정상회담이 끝난 마당에 무슨 진전된 비핵화 합의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북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모두 그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워싱턴과 평양을 오가며 김정은과 계속 만나겠다고 했는데 그 회담은 핵보유국 사이의 핵 군축 회담 성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이 노려왔던 구도 그대로다.

이런 회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역사적인 북·미 회담 성공을 뜨거운 마음으로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놨다. 정말 '뜨거운 마음'인지 그런 척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벌써 많은 것이 어그러졌다. 이제 남은 것은 대북 제재밖에 없다. 김정은은 미·북 회담을 이어가며 집요하게 제재를 허물어뜨리려 할 것이다. 싱가포르 회담 결과를 보니 김정은이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게 되면 북은 핵보유국이다. 대북 제재만이라도 지켜야 하는데 한·미 양국 정부의 의지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국민들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냉철한 눈으로 앞으로의 북핵 협상을 지켜봐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2/20180612037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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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선우정, "[5.18 문제] 용서와 화해를 말할 때." 2017.05.24 135
85 이하원, "북(北) 김정은의 선의(善意)" 2017.05.24 121
84 김효성, "한반도평화포럼의 주제 넘은 엄포" 2017.03.14 157
83 박주연, "언론 왜곡 조작보도 사례" 2017.02.12 227
82 김효성, "야권 지도자들의 사상 우려" 2016.12.06 226
81 박정훈, “야당의 정체성? 무슨 정체성?,” 2016.09.22 169
80 김대중, "안팎의 전쟁" 2015.11.13 304
79 이정민, "광화문광장 대형태극기 설치 두고 서울시-보훈처 진통" 2015.09.24 276
78 김대중, “'댓글'의 轉禍爲福,” 2013.10.04 690
77 김기호, “'우리 민족끼리'의 함정,” 2013.07.09 688
76 파피안느,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정우상류를 멀리하라." 2013.03.01 727
75 뉴스--남아프리카에서 흑인 공산주의자들이 백인 농부들을 살인하고 있다 2012.11.07 859
74 황성준, "‘정신적 귀족’ 보수주의자의 길 그 근간은 기독교적 세계관" 2012.04.25 960
73 문민규, "세속 정치에 대한 신자들의 자세" 2012.03.28 854
72 전정웅, “한나라당의 ‘개혁․쇄신=물타기’(?),” 2012.03.02 853
71 사설, “선거 휘젓고 거짓 드러난 '나경원 1억 피부숍 출입',” 2012.03.02 899
70 이상민, “분노의 대상은 월가가 아니라 워싱턴 정부,” 2012.02.16 993
69 김대중, "반FTA 세력은 '뼛속까지' 반미인가" 2011.12.30 760
68 한정식, "독도가 한국 영토인 진짜 이유" 2011.09.29 879
67 박정훈, "4대강 난리 난다던 사람들의 침묵" 2011.09.29 771
66 강찬식, "盧 전 대통령이 화나고 기(氣)가 찰 일들" 2011.07.07 816
65 김태훈, "용서 잘하는 한국 정부" 2011.06.22 780
64 서울광장을 정치집회꾼들의 놀이터로 내줘선 안돼 2010.09.29 1181
63 유럽의회, “中, 한국 조치 지지하라” 2010.06.30 1131
62 ‘軍부모’가 부대 앞에 드러눕는 날 2010.06.15 949
61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2010.06.04 1070
60 탈북 여성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 굵은 눈물 2009.12.16 945
59 노 전(前) 대통령 묘소에 보고서 바친 친일진상규명위원들 2009.12.16 998
58 ‘극일(克日) 대한민국’이 ‘친일파 나라’라니 2009.12.10 895
57 외눈박이 친일반민족조사위의 발표를 보고 2009.12.10 1058
56 과거사위원회들 정리하라 2009.10.15 995
55 미디어법 개정, 모두가 패자(敗者)였다 2009.08.16 969
54 미디어법에 관한 4가지 거짓말 2009.08.16 1028
53 전향한 386은 극소수, 젊은 세대가 386권력 교체해야 2009.07.15 1016
52 목숨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가 걱정된다 2009.06.17 1006
51 검찰총장 사죄, 잘못됐다 2009.06.17 1072
50 "의회와 정부가 ‘시민사회’의 중심이다" 2009.04.16 980
49 "TV논평, 좌편향 인용 심각" 2009.04.16 967
48 "민주화보상위는 법 근간을 뒤흔들었다 " 2009.04.02 912
47 "‘MBC 해방구’의 뿌리" 2009.01.29 929
46 "대법원 위의 4審 행세하는 민주화 운동委" 2009.01.23 1046
45 "'그들만의 방송' 국민 위해 개혁해야" 2009.01.23 988
44 미국금융위기, 정부 개입 때문 2008.12.24 1009
43 좌승희, “미국 금융위기의 시작은 클린턴의 반시장정책,” 2008.12.24 1077
42 삐라의 진실 2008.12.24 898
41 '10·4남북정상선언' 이행될 수 없는 이유 2008.12.24 918
40 남북관계 파행은 북한 책임이다 2008.12.24 895
39 역지사지(易地思之) 2008.10.22 1055
38 요즘 어깨가 으쓱해졌습니까? 2008.10.22 972
37 북한의 중국식 개혁개방은 불가능 2008.10.22 1001
36 누가 누굴 보고 '폭력'이라 하나 2008.09.03 1010
35 이 정권을 짓누르는 노 정권의 유산 2008.09.03 1013
34 국정원과 경찰의 본분 2008.08.12 995
33 엠네스티 한국지부 2008.08.12 1032
32 이명박 안수한 목사의 손목을 잘라버려라 2008.08.12 1066
31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 서한 2008.07.30 906
30 국민이 물을 때다 2008.07.30 898
29 칼집 속 재협상, 뽑을 건가 2008.06.11 901
28 친일 인명사전 편찬위 역사 평가방식 문제 있다 2008.06.11 960
27 김성욱, “‘화려한 휴가’ 제작진, 명예훼손 고발당해,” 2008.02.12 946
26 UFO는 착시 현상 2008.02.12 964
25 정동영, “김정일과 만남, 하늘이 준 기회” 2008.01.23 963
24 中․朝 우호조약의 한 구절 2007.11.13 999
23 ‘화려한 휴가’의 왜곡에 침묵하는 국방부 2007.11.13 1008
22 개성공단 기업 대부분 적자경영 2007.11.13 935
21 국비협의 성명 2007.11.13 957
20 결코 이행 못할 문서 또 생산 2007.11.13 878
19 교회가 잘못할 때, 재앙이 온다 2007.10.10 898
18 북한 체제에 대한 이해 2007.09.12 970
17 중·조 우호조약의 한 구절 2007.08.14 842
16 과거사委, 조사사건 82%가 국군·미군 가해사건 2007.08.14 916
15 불온세력의 사법판결 뒤집기 2007.05.16 935
14 FTA저지 범국민본부 지휘부 20인 2007.05.16 942
13 북한군 특수부대 광주사태 개입했었다 2007.04.14 1021
12 준전시 행동요령 12개항 2007.04.14 852
11 특무기관망은 살아 있다 2007.03.07 944
10 이질적 남북체제 2007.01.31 945
9 대선 괴담(怪談) 2007.01.31 885
8 ‘콜 총리’의 정상회담 2007.01.31 897
7 갈 데까지 가버린 대통령을 바라보며 2007.01.14 977
6 사상 초유 전직 외교관 성명 2006.10.13 1056
5 ‘김사모’는 가면을 벗었다 2006.10.13 978
4 ‘마오(毛)’ 인기의 비밀 2006.06.10 869
3 청와대에서 할복할 수도 없고… 2006.05.16 901
2 조류독감 대재앙 일제 경고 2005.11.12 1052
1 뉴올리언스의 숨겨졌던 부패 2005.11.12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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