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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본과 어떤 전쟁을 벌일 것인가


[정몽준, "우리는 일본과 어떤 전쟁을 벌일 것인가," 조선일보, 2019. 7. 26, A35쪽.]            → 대일(對日) 관계
 
한·일 관계가 최악이다.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순풍과 역풍을 거쳐 왔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는 없었다. 일본은 우리에게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고, 우리는 이에 분노하며 결기를 다지고 있다.

역사 문제로 인해 우리 국민은 대체로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본에 대한 피해 의식은 임진왜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16세기 말 일본은 중국을 정벌한다는 명분으로 조선을 침략하고 유린했고, 아무런 힘이 없었던 조선은 제대로 된 전투도 치러보지 못했다. 그 결과, 많게는 100만으로 추정되는 인명 피해를 보았다. 왜군은 전과를 자랑하고자 18만5000여 조선인의 코와 귀를 베어 갔다니 그 참혹함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에는 100만명이 넘는 징병과 징용도 큰 아픔이지만, 많게는 20만명에 이른다고 하는 위안부 문제는 일본의 비협조로 정확한 진상 파악도 못 하고 있다고 하니 답답한 마음이다.

하지만 눈을 돌려 바깥 세계를 보면 과거의 악연(惡緣)을 딛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간 사례도 없지 않다. 요즘 사이가 부쩍 좋아진 것으로 보이는 미일 관계가 그렇다. 미국은 19세기 이전만 해도 일본을 잘 몰랐고 '천황'을 받드는 일본인들을 미개인처럼 여겼을 정도다. 일본이 진주만을 침공하고 자국군 수천 명이 사망하자 반일 감정은 극에 달했다. 워싱턴의 벚꽃나무는 모두 잘라버렸고, 일부 단체는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을 사냥해도 좋다는 면허증을 내줄 정도였다. 미국 정부는 12만명에 이르는 일본계 미국인을 강제로 수용소에 가두어 버렸다. 아직도 미국 대통령들은 진주만을 방문해 2차 세계대전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1945년 8월 6일에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6만4000명이, 천황이 항복 문서를 준비하던 8월 9일에는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3만9000명이 사망하고 방사능 후유증으로 70여만 명이 희생되었다. 미국이 황인종을 상대로 핵실험을 했다며 일본 내에서는 반미 감정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에 안보를 맡기며 세계 3위 경제 대국을 이루었다. 맥아더 장군이 일본을 '전쟁할 수 없는 나라'로 만든 평화 헌법을 개정해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탈바꿈하려 들고 있다. 이런 일본의 행보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고, 미국과 긴밀한 협의 아래서 추진되고 있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일본의 역할 강화가 포함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한 팀으로 중국과 대치하는 세계 질서 재편 과정에서 우리가 사는 한반도에는 커다란 소용돌이가 일 수 있다. 다가오는 폭풍우에 우리는 무슨 대책이 있는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하지만 역사에만 매달리는 민족에게도 미래는 없다. 과거사에 얽매이지 말고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일본과 협력과 경쟁을 해 나가야 한다. 역사를 삼키자는 게 아니다. 우리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것은 우리의 지혜와 노력 덕분이다. '하면 된다' 는 자신감으로 전 세계에 나아가 다른 나라와 경쟁한 덕분이다.

일찍이 클라우제비츠는 '정치가와 지휘관이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판단은 그들이 시작하려는 전쟁 형태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갈파했다.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전쟁 형태는 역사 전쟁이나 무역 전쟁이 아니다. 우리 내실을 다져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의 평화와 번영을 지킬 수 있는 자신과의 전쟁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25/20190725030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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