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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재판' 약속했던 대법원의 배신

엉뚱한 법 적용 실수해 놓고 그 실수 덮으려 사실까지 왜곡
무책임 상고 기각 남발하면서 '좋은 재판' 말할 자격 있나


[이명진, "'좋은 재판' 약속했던 대법원의 배신," 조선일보, 2020. 5. 13, A31쪽.]    → 좌파정권
                            

최근 대법원의 황당한 판결이 법조계 입길에 올랐다. 군부대 내 폭행 사건에서 군사법원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자 대법원이 "법 적용을 잘못했다"며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기 때문에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형법상 '반의사(反意思) 불벌죄'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법을 잘못 적용한 건 대법원이었다. 군부대 폭행은 일반 형법이 아닌 군형법 위반이고, 반의사 불벌죄가 아니다. 따라서 군사법원의 유죄 판단이 맞는 것이다. 대법원이 법 조문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재판했다.

대법원 실수가 명백했기 때문에 군사법원은 재차 유죄로 판결했다. 이제 대법원이 실수를 인정하고 최종 유죄 선고를 내리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또 이상한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잘못했다'고는 않고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건의 사실관계가 변경됐다"며 결론을 바꿨다. 자신들 실수는 덮어야겠고, 어떻게든 결론은 '유죄'로 꿰맞춰야 하니 있지도 않은 '사실관계 변경'이 있었다고 둘러댄 것이다. 판결이 아니라 소설이었다.

대법원이 쉬쉬했던 이 사건은 군사법원이 판결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법조계에 알려졌다고 한다. 대법원의 '엉터리 판결'을 고발한 것이다. 한 하급심 판사는 "실수하고도 끝까지 감추려 드는 대법원을 누가 감싸고 싶겠느냐"고 했다.

비슷한 일은 작년에도 있었다. 대기업 통상임금 사건에서 대법원이 "매출은 5조~6조원으로 안정적"이라며 기업 측에 추가 수당을 지급하라고 했는데, 실제 이 기업 매출은 2조원에 불과했다. 대법원은 "현금 자산도 상당하다"고 경영 상황을 평가했지만 실은 자본 잠식 직전이었다. 경영 상황은 통상임금 재판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숫자가 달라져도 결론은 같다"고 했다. 잘못해놓고 큰소리를 친 것이다.

대법원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변호사들은 무책임한 상고 기각 남발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판례를 내놓지 않는다" "법리(法理)를 발전시킬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비판이 줄줄이 나온다. 대법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가 경험담을 들려줬다. 대법원 판례가 없는 사건이어서 상고 이유서를 100장이나 써내며 "(대법원까지 올라온) 첫 사례이니 판결 이유를 밝혀 판례로 확립해 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겨우 네 문장 판결문으로 상고를 기각했다. 변호사가 낸 상고 이유서 제목으로 판결문 대부분을 채우다시피 하면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했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알아서 판단하라고 떠넘긴 것이다. 90% 넘는 대법원 형사 판결이 이런 '묻지 마 상고 기각'으로 종결되고 있다.

다른 변호사 말로는 쟁점이 똑같은 사건들이 하급심에서 상반된 결론으로 갈려 대법원에 올라갔는데 양쪽 모두 상고 기각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대법원이 '법 해석 기준 제시'라는 임무를 포기한 것이다. 상고심 사건 수는 줄고 있지만 사건 처리 기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권리 구제가 늦어지면 당사자들 고통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대법원의 '재판 역량'이 종전만 못하거나, 일을 덜해 서 빚어지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좋은 재판을 하겠다"고 해왔지만 지금 대법원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 권리 구제에 소홀하고 초보적 사안에서 실수를 연발하면서 덮는 데만 급급한 대법원이 '좋은 재판'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하급심과 변호사들에게 존중도 받지 못하고 있다. 좋은 재판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13/20200513000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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