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막을 수 있었던 文은 공연관람까지, 행적 다 밝히라," 조선일보, 2020. 9. 25, A35쪽.]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연설했지만, ‘평화’만 여섯 차례 외쳤을 뿐 우리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북한의 만행은 입에 담지도 않았다.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 해상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이 청와대에 보고된 것은 지난 22일 오후 6시 36분이었다. 세월호 사고 때 문 대통령이 보인 반응대로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에 신변안전부터 요청했어야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3시간 동안 공무원은 살아 있었다. 문 대통령은 그를 살릴 수 있었다. 헝가리 한국인 관광객 유람선 침몰 사고가 벌어졌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외교장관까지 현장에 파견하던 문 대통령이다. 북한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몇 시간 뒤 유엔총회 연설에서 내세울 ‘종전선언’ 이벤트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그 걱정부터 했을 것이다.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사실은 그날 밤 10시 30분 청와대에 보고됐다. 청와대는 이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거짓말일 것이다. 새벽 1시에 청와대에서 안보장관 긴급회의가 열렸지만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그 시각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관저에서 잠을 자고 있었나. 그사이 자국민을 잔혹하게 살해 소각한 세력과 ‘평화’를 얘기하는 문 대통령 연설이 방영됐다.


청와대에 북의 만행이 보고된 지 10시간 만인 아침에야 문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고 했다. 이 역시 거짓말일 것이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은 이어 열린 장성 진급 신고식에서도 “평화”를 반복했다. 문 대통령은 24일에야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첫 보고에서 47시간이 지난 뒤였다. 인터넷에선 ‘시간차 분노’ ‘간 보다가 격노’ 등으로 개탄한다. 그는 그 후에도 헤드셋을 쓰고 공연을 관람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한 북의 엽기 살인 만행이 벌어진 이틀간 문 대통령의 행적은 의문투성이다. 최소한의 구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을 거론하며 “긴박한 사고의 순간에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사고를 챙기지 않고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행적 역시 모두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