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대 선관위원 후보자
조성대 선관위원 후보자


민주당이 추천한 조성대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오늘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답변서에서 “선관위원의 가장 필수적 자질은 고도의 공정성과 중립성”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 후보자는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이 확실시되자 소셜미디어에 “만세 만세 만만세”라고 썼다. 2012년 문재인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조국씨의 파렴치가 드러나자 “가짜 뉴스가 공분을 유도했다” “X 묻은 개가 X 묻은 개를 나무란다”며 조씨를 감쌌다. 이 정권과 한 몸인 참여연대 소장을 지냈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놀랄 만한 개그”라고 했다. “이 XX들은 언제까지 거짓말로 일관할 건가”라고도 했다. 민주당 극렬 지지자인 이런 사람이 ‘공정’과 ‘중립’을 말하니 그의 말대로 놀랄 만한 개그 아닌가.


중앙선관위는 ‘공정한 선거 관리’를 책임지는 헌법 기관이고 선관위원은 선거법 유권해석 등에 관한 최고 의사 결정을 하는 ‘민주주의 심판’ 자리다. 정치적 공정과 중립이 생명이기 때문에 정당에 들어가거나 정치에 개입할 때는 선관위법으로 해임·파면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이 정권은 민주당 대선 백서에 ‘문재인 캠프 특보’로 이름을 올렸던 사람을 선관위 상임위원에 임명했다. 자기 팀 ‘선수’를 ‘심판’시킨 것이다. 그 효과는 지난 총선에서 톡톡히 입증됐다. 선관위는 야당의 ‘민생 파탄’ 구호는 불허하고 여당의 ‘친일 청산’ ‘적폐 청산’은 허용했다. 야당이 요구했던 ‘비례 OO당’ 명칭도 쓸 수 없다고 결정했다. 심판과 선수가 같은 편인 것보다 불공정한 경기는 없을 것이다.


이 정권이 대놓고 ‘만만세’를 부른 조 후보자를 선관위원으로 추천한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후년 대선을 감시할 심판진에 자기 선수를 한 명 더 꽂겠다는 것이다.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의 행태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는 대법관 임기가 끝나면 물러난다는 관례를 깨고 2주간 자리를 지키다가 기어이 선관위 새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을 임명했다. 현 선관위에서 핵심 보직을 맡았던 사람들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뭔지 알 수 없다.


내년과 후년 선거에선 선관위가 정권의 편으로 대놓고 나서는 것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선관위가 이렇게 정파적으로 구성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선거법 강제 변경이라는 폭거를 저지른 정권이 이제 선관위까지 망가뜨리려 한다. 민주주의와 선거의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