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월성 1호 폐쇄 주역은 결국 文, 왜곡 조작이 탈원전뿐이겠나," 조선일보, 2020. 10. 22, A35쪽.]


월성 1호기에 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조기 폐쇄 타당성 관련 경제성 분석은 순전히 요식 절차였다. 산업부는 경제성 평가에 착수하기도 전에 이미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 폐쇄 의결 즉시 가동 중단’ 방침을 정해놨다. 산업부가 2018년 5월 2일 청와대 비서실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선거 직후인 6월 13~18일 이사회를 연다는 일정표까지 있었다. 조기 폐쇄 세부 과정을 산업부가 청와대와 조율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8년 4월 2일까지만 해도 한수원은 조기 폐쇄로 결정되더라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폐쇄 허가가 나기까지 2년 반 정도는 계속 가동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산업부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4월 2일 산업부 과장이 청와대 행정관에게서 “대통령이 ‘월성1호기 폐쇄는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 물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으면서 산업부 방침이 돌변했다. 4월 3일 그 얘기를 보고받은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폐쇄 의결 즉시 가동 중단’을 지시했고, 산업부 과장은 다음 날 한수원 본부장을 호출해 장관 뜻을 전달했다.


4월 10일부터 시작된 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 역시 산업부가 청와대와 협의해가며 간섭했다. 이후 과정은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대로 노골적인 왜곡과 조작 그 자체다. 감사를 받게 되자 일요일 밤에 증거 파일을 444개나 삭제했다.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뒤에 있다고 믿지 않고선 도저히 벌일 수 없는 범죄 행위다. 산업부 과장은 한수원 관계자들에게 “청와대에서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으니 대통령 탈원전 선언 1주년(6월 19일) 이전까지 월성 1호 처리 방침을 정해 달라”면서 “한수원 직원들의 인사상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는 협박까지 했다.


미국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 96기 가운데 88기가 40년에서 60년으로 수명을 연장했고 4기는 최근 거기서 다시 80년으로 수명을 연장했다. 7000억원을 들여 새 원전처럼 보수한 월성 1호기는 35년밖에 쓰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폐쇄됐다. 미국에 비해 반도 쓰지 않고 버린 것이다. 우리가 미국보다 부자 나라인가. 말도 되지 않는 행태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2029년까지 설계 수명에 도달하는 원전 10기를 모두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원전 보수와 수명 연장을 ‘세월호’ 운운하며 배제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뿐일 것이다. 이 원전들을 수명 연장해 계속 가동한다면 정부가 100조원 들여 세운다는 태양광·풍력에 맞먹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100조원 이상의 이런 이득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경제적 자살 행위와 같다. 이 정부는 그런 자해 행위를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신분으로 2016년 12월 18일 부산에서 원전 재난 영화 ‘판도라’를 보고서 “머리맡에 폭탄 하나 매달고 사는 것과 같다. 판도라 상자 자체를 치워야 한다”고 했다. 미생물학 교수가 총괄 감리를 맡았다는 허구 영화였다. 이것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2018년 11월 체코 총리에게는 “한국 원전은 40년간 사고가 없었다”고 자랑했다. 이 이율배반과 분열적 사고방식으로 중대 에너지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지금 이 나라에서 왜곡, 조작, 뭉개고 덮기가 월성 1호기뿐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