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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하고 유능한 사람들

선하지만 무능한 것 같던 정권 악하면서 정치적으로 유능해 무능한 야당에 기대할 수 있나 윤석열 뜨는 이유가 거기 있다

 [한현우,  "악하고 유능한 사람들"  조선일보, 2020.11.13, A35쪽]

이 정권이 출범하고 나서도 한동안, 선한 의도를 가졌지만 무능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운동권 시절의 이상을 현실 정치에서 실현하려다 보니 좌충우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공급을 늘리면 시장이 알아서 해결할 부동산을 세금 때려서 잡으려는 걸 보고 참 무능하다고 생각했다. 서울 천지에 신축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다면 왜 다들 ‘지금 아니면 못 산다’고 뛰어들겠는가. 자기들이 집값 올려놓고 거기 맞춰 세금 올리는 걸, 그땐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라고만 생각했다.

무능하면서 선하지도 않다는 생각은 작년 조국 사태 이후 들기 시작했다. 이 정권에서 대표적으로 선해 보이던 그가 수십억원 규모 사모 펀드와 입시 비리에 얽히고 자기가 했던 말을 죄 뒤집는 걸 보면서다.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 공작에 개입하고 위안부 할머니들 후원금을 자기 계좌로 받은 사람이 국회의원 되는 걸 보면서 그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악하고 무능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었다.

이 정권이 검찰총장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생각이 또 바뀌고 있다. 대통령이 “우리 총장님”이라고 부르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말했는데 그 총장이 실제로 권력을 수사하니까 법무장관을 바꿨고, 바뀐 장관은 거의 매일 검찰총장을 괴롭히고 있다. 한마디로 배우가 시나리오대로 연기를 안 하니까 캐스팅 감독을 바꾸고, 캐스팅 감독은 주연 배우더러 하차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감독의 지시이며 어떤 정치적 계산 때문에 그 감독은 일절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선하지 않으면서 정치적으로 유능한 것이다.

이들의 ‘악하고 유능한’ 수법을 되풀이해 접하다 보니 왜 그러는지 알 것 같다. 이들의 뻔뻔함과 말 뒤집기와 남 탓으로 돌리기는 분명 욕 먹고 표를 빼앗길 일이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콘크리트 지지층은 어떤 이유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계산을 마친 이들은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일이라면 뭐든지 한다. 그러고도 부족한 표는 현금 살포 복지 정책을 비롯한 다른 방식으로 끌어모으면 된다는 계산인 것 같다. 대통령은 “잘되고 있다” “자신 있다”는 공허한 말을 되풀이하며 이들의 유능함을 독려하고 있다.

여당이 대통령의 약속을 깨면서까지 당헌을 바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겠다는 걸 보면, 이들은 역시 뻔뻔한 게 아니라 유능한 것이다. 그렇게 해도 굳어있는 표는 허물어지지 않는다는 계산이 끝난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약속이고 뭐고 다 깰 수 있다. 대통령은 아무 말도 안 하면 된다. 선하고 무능한 게 아니라 악하고 유능한 사람들이다. 이제 와서 보면 부동산 정책도 단순히 실패한 게 아니라 이들 특유의 정치적 유능함을 보여주는 정책, 국민을 자기 편과 적으로 갈라놓기 위한 정책인 것 같다.

어쩌다가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에 올랐나. 그가 무슨 비전을 보여주거나 약속을 하기라도 했나. 그는 그저 자기 일에 충실하다가 억울하게 쫓겨나게 생겼으니 국회에 나가 마음속 얘기를 했을 뿐이다. 이 여론조사는 현 정권에 대한 분노를 보여줌과 동시에 야당을 기대할 수 없음을 드러낸다. 그간 어떤 정권하에서 전 국민이 검찰총장, 아니 검사장 이름까지 외운 적이 있었던가. 이것이 촛불로 일어섰다는 정권에서 벌어지는 모습이다. 나는 촛불 시위에 나갔던 것을 후회한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 역시 악하고 유능한 사람이었다. 미국 대선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그렇다면 우리 야당은 어떤 사람들인가. 악한지는 몰라도 무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느닷없이 윤석열이 1위에 오른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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