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 수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정부 수립 70주년을 맞는 오늘,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2차 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에 함께 성공한 나라는 없다"고 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 정부 수립 당시 아프리카 최빈국보다 못했던 1인당 GDP는 3만달러 돌파를 코앞에 뒀고, 세계 12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전무했던 수출액도 작년 5737억달러로 세계 6위에 올랐다. 분단과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이룩한 성과다. 아무 기반 없는 후진국, 피지배국이 이렇게 도약한 경우는 세계 역사에 유례가 없다. 기적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 기적의 출발이 70년 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선택한 대한민국 정부 출범이다. 그때 만약 공산주의 노선을 선택했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런데 근래 들어 70년 전에 자유민주와 시장경제, 한·미 동맹 아닌 다른 길을 택해야 했다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대한민국의 성취를 인위적으로 지우려 하고 있다. 어느 대통령은 대한민국 건국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로 규정했다. 전교조는 정부 수립을 이끈 초대 대통령과 한강의 기적을 일군 대통령을 친일파와 미국의 꼭두각시로 조롱하는 동영상을 어린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틀어주었다. 이 정부는 교과서에서 대한민국의 번영을 가져온 '자유민주주의'를 없애려 시도하고 "한반도의 유일 합법 정부"란 표현도 삭제했다.
대통령의 축사는 형식에 불과하고 실은 이 정부가 정부 수립 70주년을 기념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국회가 작년 말 편성한 정부 수립 70주년 기념 예산(예비비 30억원)을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절반(15억원)으로 깎더니 나머지는 대통령이 미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활동비로 넘겼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1919년 임시정부에서 시작돼 1948년 정부 수립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모두가 소중한 역사다. 그런데 이 정권은 편협한 민중사관에 빠져 1948년 정부 수립은 국민의 기억에서 억지로 지우려고 한다.
올해는 대한민국 국군 건군(建軍) 70년이기도 하다. 그런데 청와대의 행사 기획자가 나서서 국군의날 행사를 대폭 축소하고 쇼 공연으로 대체한다고 한다. 아무리 김정은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라 해도 북의 남침에 맞서 수십만 사상자를 내며 나라를 지킨 군대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니다.
김정은은 올 초 신년사에서 "자기 국가의 창건 70년을 성대히 기념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의의 깊은 일"이라고 했다. 주민을 노예로 짓밟는 정권이다. 정말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북한 정권은 다음 달 9일 자기 생일을 성대하게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 준비에 바쁘다고 한다. 세계인이 부러워하고 감탄하는 대한민국 정부 탄생은 찬밥 신세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