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 회담 이후 한반도는 어디로 가고 있나? 이걸 세계사와 한반도사의 어떤 추세로 봐야 할까? 한 관점으로 이런 게 있을 수 있다. 한반도 전체가 '자유주의를 떼어버린 민주주의'로 가고 있다고.
김정은 북한은 원래 '자유 없는 민주주의'다. 이쪽 운동권도 지난번 헌법 개정안과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꾸자고 주장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후 평양에 가 '빛나는 조국'을 관람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려운 시절 민족의 자존을 지킨 불굴의 용기를 보았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찬사를 보낸다. 우리는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있다." 한반도의 '비(非)자유주의적 민족·민주 시대'의 서곡인 셈인가?
자유주의를 배척하는 민주주의, 종족적(ethno) 민족주의, 포퓰리즘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동유럽·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가 다 그렇게 간다. 미국의 트럼프 현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도 그런 각도에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 현상을 비(非)자유주의적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라고 부르기도 한다. 1997년, 미국 언론인이자 정치학도 파리드 자카리아가 계간(季刊) '포린 어페어스' 글에서 처음 쓴 말이다.
이 말을 2014년, 국가 공식 이데올로기로 천명한 사람은 지금의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이다. 폴란드의 카친스키, 터키의 에르도안, 이집트의 압둘팟타흐 시시도 그런 유형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시진핑을 빼고는 거의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 다수 유권자가 그들을 지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집권 후에는 자유주의와 대의제(代議制) 민주주의를 '민중 직접참여'란 구실로 허문다.
폴란드의 카친스키가 두드러진 사례다. 그는 헌법재판소 등 각급 법원부터 자기편으로 메웠다. 이어서 공영방송 장악, 비판 언론 추방, 종족적 민족주의에 따른 역사 교육, 정치적 반대자 투옥, 삼권 분립 무시, 소수 야당 탄압으로 치달았다.
왜 이런 반(反)자유주의 역풍이 불었나? 신(新)자유주의 세계화 탓으로 돌려진 빈부 격차 등 경제 위기, 난민 유입과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문화적·안보적 위기감, 이에 대처하지 못한 자유주의 정치 엘리트의 리더십 위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 유권자들은 좌우를 막론한 '강력한 인물'의 카리스마, 선동, 공짜 약속, 외부 적(敵)에 대한 적개심, '빛나는 조국' 판타지, 자칭 메시아에게 휩쓸리기 일쑤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어디로 가느냐 하는 것이다. 헝가리, 폴란드가 어디로 가든 국제적 영향은 별로다. 그러나 일부 미국 언론이 주장하듯 트럼프가 정말로 푸틴 같은 권위주의 모델을 부러워한다면 영향은 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취임 후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은 조지 오웰의 '1984'였다. 올더스 헉슬리의 '힘찬 새 세상',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도',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근원'도 많이 팔렸다. 갑자기 미국에 웬 전체주의 디스토피아(dystopia·이상향의 정반대) 악몽이었을까?
트럼프 대통령을 '1984'의 빅 브러더로까지 본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황, 불법 이민, 테러, 리버럴 위선에 식상한 백인 대중이 트럼프 포퓰리즘을 껴안은 것이 미국 지식층 일각엔 '한 방 맞은' 기분이었던 모양이다. 이 '한 방'은 기존 자유민주주의 국제 질서, 자유무역 체제, 동맹 관계도 흔들어 놓았다.
이런 국제 정치의 판(板) 이동을 틈새 삼아 한반도 북쪽 '김일성 민족 신화'와 남쪽 '386 민족 운동'이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어떤 시대일까? 핵(核) 가진 빅 브러더와 그의 '집단체조 노예'들이 만든 엽기적 '1984' 체제, 그리고 이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남쪽 '함께 세력'의 한철일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도 차라리 김정은과 사랑에 빠지기로 했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그럼 어떻게 되나? 희망은 있나? 흑인 영가에 이런 게 있다.
"소리 높이 노래하자/ 하늘, 땅이 울리도록/ 어두운 시절이 가르쳐준/ 신앙의 노래를/ 자유와 더불어/ 승리의 그날까지." 작사·작곡자는 20년 후에 그들의 노래가 전국 흑인들의 애창곡이 돼있는 걸 알았다.
"김정은이 서울 오려면 정치범 수용소부터 허물고 오라"고 한 탈북민 지성호씨의 노래도 20년 아닌 두 달 안에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상황이 너무 비상하다.
김정은 북한은 원래 '자유 없는 민주주의'다. 이쪽 운동권도 지난번 헌법 개정안과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꾸자고 주장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후 평양에 가 '빛나는 조국'을 관람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려운 시절 민족의 자존을 지킨 불굴의 용기를 보았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찬사를 보낸다. 우리는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있다." 한반도의 '비(非)자유주의적 민족·민주 시대'의 서곡인 셈인가?
자유주의를 배척하는 민주주의, 종족적(ethno) 민족주의, 포퓰리즘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동유럽·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가 다 그렇게 간다. 미국의 트럼프 현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도 그런 각도에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 현상을 비(非)자유주의적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라고 부르기도 한다. 1997년, 미국 언론인이자 정치학도 파리드 자카리아가 계간(季刊) '포린 어페어스' 글에서 처음 쓴 말이다.
이 말을 2014년, 국가 공식 이데올로기로 천명한 사람은 지금의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이다. 폴란드의 카친스키, 터키의 에르도안, 이집트의 압둘팟타흐 시시도 그런 유형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시진핑을 빼고는 거의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 다수 유권자가 그들을 지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집권 후에는 자유주의와 대의제(代議制) 민주주의를 '민중 직접참여'란 구실로 허문다.
폴란드의 카친스키가 두드러진 사례다. 그는 헌법재판소 등 각급 법원부터 자기편으로 메웠다. 이어서 공영방송 장악, 비판 언론 추방, 종족적 민족주의에 따른 역사 교육, 정치적 반대자 투옥, 삼권 분립 무시, 소수 야당 탄압으로 치달았다.
왜 이런 반(反)자유주의 역풍이 불었나? 신(新)자유주의 세계화 탓으로 돌려진 빈부 격차 등 경제 위기, 난민 유입과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문화적·안보적 위기감, 이에 대처하지 못한 자유주의 정치 엘리트의 리더십 위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 유권자들은 좌우를 막론한 '강력한 인물'의 카리스마, 선동, 공짜 약속, 외부 적(敵)에 대한 적개심, '빛나는 조국' 판타지, 자칭 메시아에게 휩쓸리기 일쑤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어디로 가느냐 하는 것이다. 헝가리, 폴란드가 어디로 가든 국제적 영향은 별로다. 그러나 일부 미국 언론이 주장하듯 트럼프가 정말로 푸틴 같은 권위주의 모델을 부러워한다면 영향은 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취임 후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은 조지 오웰의 '1984'였다. 올더스 헉슬리의 '힘찬 새 세상',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도',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근원'도 많이 팔렸다. 갑자기 미국에 웬 전체주의 디스토피아(dystopia·이상향의 정반대) 악몽이었을까?
트럼프 대통령을 '1984'의 빅 브러더로까지 본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황, 불법 이민, 테러, 리버럴 위선에 식상한 백인 대중이 트럼프 포퓰리즘을 껴안은 것이 미국 지식층 일각엔 '한 방 맞은' 기분이었던 모양이다. 이 '한 방'은 기존 자유민주주의 국제 질서, 자유무역 체제, 동맹 관계도 흔들어 놓았다.
이런 국제 정치의 판(板) 이동을 틈새 삼아 한반도 북쪽 '김일성 민족 신화'와 남쪽 '386 민족 운동'이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어떤 시대일까? 핵(核) 가진 빅 브러더와 그의 '집단체조 노예'들이 만든 엽기적 '1984' 체제, 그리고 이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남쪽 '함께 세력'의 한철일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도 차라리 김정은과 사랑에 빠지기로 했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그럼 어떻게 되나? 희망은 있나? 흑인 영가에 이런 게 있다.
"소리 높이 노래하자/ 하늘, 땅이 울리도록/ 어두운 시절이 가르쳐준/ 신앙의 노래를/ 자유와 더불어/ 승리의 그날까지." 작사·작곡자는 20년 후에 그들의 노래가 전국 흑인들의 애창곡이 돼있는 걸 알았다.
"김정은이 서울 오려면 정치범 수용소부터 허물고 오라"고 한 탈북민 지성호씨의 노래도 20년 아닌 두 달 안에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상황이 너무 비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