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덕분에 北의 핵보유국 꿈 실현되나
2018.10.25 21:35
트럼프 덕분에 北의 핵보유국 꿈 실현되나
[윤덕민, "트럼프 덕분에 北의 핵보유국 꿈 실현되나," 조선일보, 2018. 10. 10, A34쪽; 한국외대 석좌교수, 전 국립외교원장.]
엊그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 "(트럼프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가 했던 것보다도 많은 진전을 이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의 회담 전후 항상 입장이 바뀌어 왔다. 올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전까지 회담 목적이 북핵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합의에 CVID는 없었고 이후 그는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는 비핵화)란 용어를 쓰며 핵·미사일 리스트(목록) 신고와 비핵화 일정을 우선적으로 다루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평양 방문에선 기대했던 신고도, 비핵화 일정도 실종됐다. 이른 시일 내에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원칙적 합의와 이미 용도 폐기해 5개월 전 폭파 쇼까지 벌인 풍계리 핵실험장에 사찰단을 받아들인다는 것 외에 눈에 띄는 내용도 없었다.
차기 대선 후보로까지 거명되는 세계 최강대국 국무장관이 안쓰럽게도 북한의 입장에 따라 춤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탓이다. 이용호 북한 외교부장이 유엔에서 미국을 맹비난하던 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아름다운 편지' 운운하며 "그와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 "2년이든 3년이든 5개월이 걸리든 상관없다. 핵실험도 없고 미사일 실험도 없다"고 했다. 핵무기 이전(移轉)과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있다면, 미국은 안전하다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에 입각한 마키아벨리적 발상이다.
트럼프의 이 말에 김정은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3대(代)에 걸친 핵 보유국 꿈이 실현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북한은 파키스탄·인도·이스라엘 등이 어떻게 핵보유국이 되었는지 철저히 연구했다. 그 공통점은 '미국과의 관계'였다. 구체적으로 핵무기가 미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미국에 주었다는 점이다. 북한은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포기하는 대가로 기존 핵 전력을 미국에 묵인받는 정치적 타협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의 존재는 김정은에게 일생일대의 기회다. 북한 관리가 지적한 대로, 관대한 트럼프가 없었더라면 미국과 북한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의 충동성과 협상의 달인(達人)이라는 자만심을 적당히 부추기면서 실무에 강한 폼페이오 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매티스 국방장관의 역할을 무력화하여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 한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5개월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실무 채널조차 구축되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기간 중 실무 책임자 격인 이용호 외교부장과 최선희 부부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김정은은 정치적 타협을 위해 트럼프와 직접 거래하고자 한다. 2차 정상회담은 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북한이 쳐놓은 뻔한 덫에 트럼프는 일부러 빠질지 모른다.
우리가 당사자가 아니라 중재자를 자임한다면, 결말은 예고되어 있다. 냉정하게 우리가 놓인 상황을 보자. 우리 입장에서 비핵화의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가? 북한이 엄청난 양보라고 선전하는 풍계리 핵 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폐기는 모두 실험 시설이지 양산(量産)용 시설이 아니다. 북한 핵 개발에서 영변의 상징성은 있지만, 영변 핵 시설을 폐기한다고 해도 비핵화의 첫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핵 동결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 핵폭탄 원료를 생산하는 양산용 주력 시설은 이미 낡은 영변이 아니다. 동결 없이 북한 핵 인프라는 가동 중이다.
올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은 6~7개의 핵탄두를 추가 생산했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 5000만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60여발의 핵탄두와 1000발에 달하는 각종 탄도미사일, 매년 12개 정도의 핵탄두를 생산하는 인프라 등 북한의 기존 핵 전력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다. 그런데 북한의 꿈은 핵무장에서 머무르고 있지 않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이어, 유엔사령부 해체, 주한미군 철수 그리고 한·미 동맹 해체다. 종전 선언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바탕 평화의 리얼리티 쇼가 끝나고 난 뒤, 현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는다. 조만간 북한이 핵 무장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는 담론이 제기되기 시작할 것이다. 남북 관계만 좋으면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할 것이다. 국민의 냉철한 자각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차기 대선 후보로까지 거명되는 세계 최강대국 국무장관이 안쓰럽게도 북한의 입장에 따라 춤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탓이다. 이용호 북한 외교부장이 유엔에서 미국을 맹비난하던 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아름다운 편지' 운운하며 "그와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 "2년이든 3년이든 5개월이 걸리든 상관없다. 핵실험도 없고 미사일 실험도 없다"고 했다. 핵무기 이전(移轉)과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있다면, 미국은 안전하다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에 입각한 마키아벨리적 발상이다.
트럼프의 이 말에 김정은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3대(代)에 걸친 핵 보유국 꿈이 실현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북한은 파키스탄·인도·이스라엘 등이 어떻게 핵보유국이 되었는지 철저히 연구했다. 그 공통점은 '미국과의 관계'였다. 구체적으로 핵무기가 미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미국에 주었다는 점이다. 북한은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포기하는 대가로 기존 핵 전력을 미국에 묵인받는 정치적 타협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의 존재는 김정은에게 일생일대의 기회다. 북한 관리가 지적한 대로, 관대한 트럼프가 없었더라면 미국과 북한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의 충동성과 협상의 달인(達人)이라는 자만심을 적당히 부추기면서 실무에 강한 폼페이오 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매티스 국방장관의 역할을 무력화하여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 한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5개월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실무 채널조차 구축되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기간 중 실무 책임자 격인 이용호 외교부장과 최선희 부부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김정은은 정치적 타협을 위해 트럼프와 직접 거래하고자 한다. 2차 정상회담은 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북한이 쳐놓은 뻔한 덫에 트럼프는 일부러 빠질지 모른다.
우리가 당사자가 아니라 중재자를 자임한다면, 결말은 예고되어 있다. 냉정하게 우리가 놓인 상황을 보자. 우리 입장에서 비핵화의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가? 북한이 엄청난 양보라고 선전하는 풍계리 핵 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폐기는 모두 실험 시설이지 양산(量産)용 시설이 아니다. 북한 핵 개발에서 영변의 상징성은 있지만, 영변 핵 시설을 폐기한다고 해도 비핵화의 첫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핵 동결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 핵폭탄 원료를 생산하는 양산용 주력 시설은 이미 낡은 영변이 아니다. 동결 없이 북한 핵 인프라는 가동 중이다.
올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은 6~7개의 핵탄두를 추가 생산했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 5000만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60여발의 핵탄두와 1000발에 달하는 각종 탄도미사일, 매년 12개 정도의 핵탄두를 생산하는 인프라 등 북한의 기존 핵 전력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다. 그런데 북한의 꿈은 핵무장에서 머무르고 있지 않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이어, 유엔사령부 해체, 주한미군 철수 그리고 한·미 동맹 해체다. 종전 선언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바탕 평화의 리얼리티 쇼가 끝나고 난 뒤, 현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는다. 조만간 북한이 핵 무장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는 담론이 제기되기 시작할 것이다. 남북 관계만 좋으면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할 것이다. 국민의 냉철한 자각만이 유일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