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출국(노규엽 감독, 이범수 주연)'은 한반도 고통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그것은 인간을 학대하는 세습 사교(邪敎) 체제의 존재 자체라는 것이다. 헨리 키신저류(類)의 세계관엔 이런 데 대한 연민이 전혀 없다. 오로지 정글 속 냉혹한 흥정만 있을 뿐이다. 사이공 최후의 날은 그렇게 해서 왔다.
한반도 문제도 키신저식(式)으로 보면 일개 세력 균형의 문제에 불과하다. 납북자와 국군 포로,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들의 참상 따위는 계산에 없다. 이런 국제정치관(觀)은 분쟁의 원인이 전체주의 폭정(暴政)이라는 본질을 덮어둔 채, 어떻게 그런 극악(極惡)과도 적당히 거래할 것인가만 궁리한다. 이게 현실주의적 평화의 길이라는 것이다.
일리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일 수는 없고, 전부여서도 안 된다.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그런 현실주의보다, 악(惡) 자체인 히틀러를 암살하려다 처형당했다. 악의 몫을 현실주의에 밀려 인정해 준 게 아니라, 온 생명을 던져 그것을 거부한 것이다. 이게 바로, 강제된 상황에 대한 인간 실존의 참을 수 없는 구역질 아닐까? 영화 '출국'은 한반도 상황을 그런 각도에서 비라본 한 편의 시국선언이었다.
'출국'은 실재 인물 오길남의 '잃어버린 딸들 오, 혜원·규원'이란 원작을 각색한 작품이다. 그는 서독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유신 정권에 반대하다가 좌경했다. 좌경의 끝자락은 '박정희-전두환을 미워하다가 김일성-김정일을 받아들인' 상황이었다. 이런 그에게 작곡가 윤이상이 북한으로 가라고 꾀었다. 일가족을 끌고 북에 가자마자 그는 "아차, 내가 잘못했구나" 하고 후회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북은 그에게 서독으로 다시 가 한국 유학생 2명을 유괴해 오라고 했다. 이때 그의 아내 신숙자가 감동적인 말을 토해냈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이 우리를 이곳으로 우격다짐으로 데리고 온 과오는 용서할 수 있어요. 그러나 내 사랑하는 딸들이 짐승처럼 박해받을망정, 파렴치하고 가증스럽고 저열한 범죄 공모자의 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길남은 코펜하겐 공항에서 서방으로 탈출했다. 그의 아내는 얼마 후 요덕수용소에서 작고했고, 그의 딸들은 아버지 보기를 원치 않는다고 북한 당국은 발표했다.
이 세 모녀의 애사(哀史)야말로 한반도 문제의 실존적인 내역(內譯)이다. 이런 반(反)인륜을 일삼는 폭압을 지양(止揚)하는 것, 이게 한반도 문제의 처음이자 끝이란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의 한반도 정세는 북한 체제 전환보다 남한 체제 변혁에 더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한·미 동맹 반대-미군 철수-대북 억지력 반대는 이제 다반사가 되었다. "북한 정권을 미화하는 전시회·상품 판매가 잇따르고 있다. '으니굿즈'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김정은의 이름 마지막 글자 '은'을 귀엽게 부르는 '으니'와, 상품을 뜻하는 굿즈(goods)를 합친 말이다."(조선닷컴 11월20일) 초등학생에게 김정은 환영단 가입 신청서를 주기도 한다. 공권력은 이런 현상을 보고만 있다. 대한민국 나라 만들기 70년사가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셈이다.
대체 왜 이런 미친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일까? 오길남의 아내 신숙자가 통영 출신이라 '통영의 딸 구출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그 운동에 몸담았던 김미영 전 한동대 교수는 유튜브 방송 VON에서 이렇게 말한다. "북에 가보지 않은 오길남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그들이 오늘의 난폭한 충동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어야 한다. "갈 데까지 가버린 이 시점에서 자유인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탈북자 이웅길씨는 이렇게 답했다. 자유주의 청년 그룹이 도심에서 '백두 청산 위원회'란 맞불을 지핀 현장에서였다. "악마 김정은을 서울로 부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북한 주민들이 들고일어나려 했다. 평창올림픽, 남북·미북 회담으로 다 쓰러져 가던 김정은이 신(神)이 됐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은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에 회부해 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와 인권 압박이 강화될 기색도 있다. 이런 추세라면 김정은은 서울에 못 온다. 그러나 우리 내부가 환각 속에 있으면 '으니'가 '백두 칭송' 개선문으로 입성(入城)한다. 많은 국민이 영화 '출국'을 보고 깨어 외쳐야 한다. "김정은은 6·25 남침 사과, 혜원·규원-납북자-국군 포로 송환, 정치범 수용소 해체부터 하라"고.
한반도 문제도 키신저식(式)으로 보면 일개 세력 균형의 문제에 불과하다. 납북자와 국군 포로,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들의 참상 따위는 계산에 없다. 이런 국제정치관(觀)은 분쟁의 원인이 전체주의 폭정(暴政)이라는 본질을 덮어둔 채, 어떻게 그런 극악(極惡)과도 적당히 거래할 것인가만 궁리한다. 이게 현실주의적 평화의 길이라는 것이다.
일리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일 수는 없고, 전부여서도 안 된다.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그런 현실주의보다, 악(惡) 자체인 히틀러를 암살하려다 처형당했다. 악의 몫을 현실주의에 밀려 인정해 준 게 아니라, 온 생명을 던져 그것을 거부한 것이다. 이게 바로, 강제된 상황에 대한 인간 실존의 참을 수 없는 구역질 아닐까? 영화 '출국'은 한반도 상황을 그런 각도에서 비라본 한 편의 시국선언이었다.
'출국'은 실재 인물 오길남의 '잃어버린 딸들 오, 혜원·규원'이란 원작을 각색한 작품이다. 그는 서독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유신 정권에 반대하다가 좌경했다. 좌경의 끝자락은 '박정희-전두환을 미워하다가 김일성-김정일을 받아들인' 상황이었다. 이런 그에게 작곡가 윤이상이 북한으로 가라고 꾀었다. 일가족을 끌고 북에 가자마자 그는 "아차, 내가 잘못했구나" 하고 후회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북은 그에게 서독으로 다시 가 한국 유학생 2명을 유괴해 오라고 했다. 이때 그의 아내 신숙자가 감동적인 말을 토해냈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이 우리를 이곳으로 우격다짐으로 데리고 온 과오는 용서할 수 있어요. 그러나 내 사랑하는 딸들이 짐승처럼 박해받을망정, 파렴치하고 가증스럽고 저열한 범죄 공모자의 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길남은 코펜하겐 공항에서 서방으로 탈출했다. 그의 아내는 얼마 후 요덕수용소에서 작고했고, 그의 딸들은 아버지 보기를 원치 않는다고 북한 당국은 발표했다.
이 세 모녀의 애사(哀史)야말로 한반도 문제의 실존적인 내역(內譯)이다. 이런 반(反)인륜을 일삼는 폭압을 지양(止揚)하는 것, 이게 한반도 문제의 처음이자 끝이란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의 한반도 정세는 북한 체제 전환보다 남한 체제 변혁에 더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한·미 동맹 반대-미군 철수-대북 억지력 반대는 이제 다반사가 되었다. "북한 정권을 미화하는 전시회·상품 판매가 잇따르고 있다. '으니굿즈'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김정은의 이름 마지막 글자 '은'을 귀엽게 부르는 '으니'와, 상품을 뜻하는 굿즈(goods)를 합친 말이다."(조선닷컴 11월20일) 초등학생에게 김정은 환영단 가입 신청서를 주기도 한다. 공권력은 이런 현상을 보고만 있다. 대한민국 나라 만들기 70년사가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셈이다.
대체 왜 이런 미친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일까? 오길남의 아내 신숙자가 통영 출신이라 '통영의 딸 구출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그 운동에 몸담았던 김미영 전 한동대 교수는 유튜브 방송 VON에서 이렇게 말한다. "북에 가보지 않은 오길남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그들이 오늘의 난폭한 충동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어야 한다. "갈 데까지 가버린 이 시점에서 자유인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탈북자 이웅길씨는 이렇게 답했다. 자유주의 청년 그룹이 도심에서 '백두 청산 위원회'란 맞불을 지핀 현장에서였다. "악마 김정은을 서울로 부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북한 주민들이 들고일어나려 했다. 평창올림픽, 남북·미북 회담으로 다 쓰러져 가던 김정은이 신(神)이 됐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은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에 회부해 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와 인권 압박이 강화될 기색도 있다. 이런 추세라면 김정은은 서울에 못 온다. 그러나 우리 내부가 환각 속에 있으면 '으니'가 '백두 칭송' 개선문으로 입성(入城)한다. 많은 국민이 영화 '출국'을 보고 깨어 외쳐야 한다. "김정은은 6·25 남침 사과, 혜원·규원-납북자-국군 포로 송환, 정치범 수용소 해체부터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