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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시위대에 매 맞아선 안 된다

2008.05.18 09:51

관리자 조회 수:1086 추천:75

[사설: “경찰이 시위대에 매 맞아선 안 된다,” 조선일보, 2008. 2. 22. A31쪽.]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경찰청장에게 “경찰이 시위대에 매 맞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외국 사람이 들으면 대한민국에선 경찰이 허구한 날 얼마나 두들겨 맞고 살기에 그런 당부를 하는가 의아해할 것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경찰은 많이 얻어맞아 왔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불법 시위를 막다 부상당한 경찰관이 적으면 한 해 621명(2004년), 많으면 893명(2005년)에 달했다.
한국 경찰이 이렇게 맞으면서 세월을 보내야 했던 것은 정부 스스로가 공권력의 손과 발인 경찰의 위신과 권위를 우습게 봐왔던 탓이다. 불법 폭력 시위를 진압하다 불상사라도 생기면 으레 경찰총수 옷을 벗기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총리는 경찰이 시위대에 몰매를 맞자 “(경찰과 시위대) 양당사자가 한 걸음씩 물러나 냉정을 찾으라”고 했다. 정부 고위층이 이러고 있으니 재작년 경남 창원에선 경찰관들이 시위대에 포위돼 집단 폭행당하는 현장이 모두 촬영됐는데도 경찰 지휘부는 “차라리 몇 대 맞는 게 속 편하다”며 아무런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전경, 의경 부모들이 보다 못해 “우리 애들 인권도 보호해 달라”며 인권위원회를 찾아가 시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 경찰은 집회.시위 현장에 폴리스라인(police line)을 설정하고 이 선을 넘는 시위대는 가차없이 제압해 연행한다.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을 넘어 시위하고선 연행에 항의하거나 봐 달라고 사정하는 일도 없다. 그랬다간 공무집행방해로 더 큰 처벌을 받는다. 국내에선 경찰 버스를 불태우고 뒤집으며 무법천지(無法天地)를 만들던 반(反)FTA 시위대도 미국 법이 무섭다는 것은 아는지 미국에 가면 얌전하게 행진만 하는 순한 양(羊)이 된다.
폴리스라인은 경찰이 지켜내야 한다. 폴리스라인만 정확하게 준수되면 시위대에 맞는 경찰이 생길 턱이 없고 대로(大路)를 점거하는 불법 시위로 시민이 길거리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일도 없어진다. 지금까지 경찰은 때론 여론의 동정(同情)을 얻으려고 시위대에 밀리고 두들겨 맞는 장면을 일부러 만들어냈다는 말도 들어 왔다. 경찰 임무는 법과 질서를 지키는 일이지 시위대에 얻어터지면서 동정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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