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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확률’ 가르친 전교조 교사의 수난

2008.07.30 10:29

관리자 조회 수:1124 추천:224

[사설: “‘광우병 확률’ 가르친 전교조 교사의 수난,” 조선일보, 2008. 7. 7, A31쪽.]
지난 3일 서울 모 상고 이모 교사가 촛불집회에 참가한 학생 정모군을 체벌했다는 주장과 사진이 인터넷에 나돌면서 교사 이씨는 곧바로 ‘인터넷 마녀사냥’의 표적이 됐다. 이씨는 물론 학교측에 네티즌들의 항의전화가 쏟아져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해직당해 12년간 교단을 떠나 있었던 전교조 교사 이씨는 전교조 분회측으로부터 탈퇴를 종용받았다.
서울시교육청 진상 조사 결과 이씨는 정군이 촛불집회에 참석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군이 몇 차례의 설명과 설득에도 불구하고 미국 쇠고기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바꾸지 않고 대들듯 따지기를 거듭해 학습진도를 나갈 수 없게 되자 체벌을 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국제상무(무역) 수업시간에 우리나라 무역 현실과 한미FTA의 중요성을 들며 미국 쇠고기 수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자 정군이 “광우병 쇠고기를 내가 먹을 수도 있잖아요” 하며 따졌다. 이씨는 “미국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40억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했고 정군은 거듭 “바로 그 40억분의 1이 내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이씨는 정군을 교실 앞으로 불러내 훈계하면서 무릎을 꿇리고 허벅지를 두 차례 때렸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 분위기는 교사들조차 학생들에게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도록 강압하고 있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익명의 공격자들이 벌떼처럼 나서서 인격적 집단 린치를 퍼붓고 있다. 이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항의전화에 시달리며 지난 며칠이 몇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체벌은 반성하고 있다. 그러나 상업 교사로서 미국 쇠고기 수입에 찬성하고 대원군 쇄국정책처럼 극단적 행동에 반대한 것”이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지침을 어겼다며 탈퇴를 요구한 전교조 측엔 “스스로 나가지 않을 테니 차라리 제명시키라”고 했다고 한다. 1987년 전교조 전신 전교협 창립멤버로 해직됐다가 1999년 복직된 이 교사는 “이번 일이 있고 나서 동료교사, 심지어 전교조 교사들까지 나서 격려하는 것을 보고 전교조가 그동안 얼마나 독선적으로 운영돼 왔고 조합원들 신뢰를 잃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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