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조원 퍼붓고도 낙제생이 15%라니…
[안석배, "70조원 퍼붓고도 낙제생이 15%라니…" 조선일보, 2019. 4. 15, A35쪽.]
전교조와 시민 단체들이 광화문으로 모였다. 전교조 교사는 학교에 검은 상복(喪服)을 입고 출근하겠다고 했고, 학부모 단체들은 등교 거부 아이들을 모아 산과 들로 떠났다. 이날은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이 학업성취도평가를 보는 날. 거리에선 "시험으로 줄 세우는 교육 반대한다"는 구호가 요란했다. 좌파 교육감들은 "시험 안 봐도 된다"고 동조했다. 10여 년 전 일이다.
이들은 이 시험을 '줄 세우기 시험'이라고 했다. 전국의 모든 학생이 동시에 시험을 치른 후 1등부터 꼴찌까지 등수를 매긴다고 했다. 거짓 선동이었다. 학생들에겐 과목별 성취도에 따라 3~4개 등급을 통보할 뿐이었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아이들이 교육과정을 잘 따라가는지 살펴본다. 그런데 전교조와 좌파교육감은 '나쁜 시험'이라 낙인찍고 학부모와 아이들은 동요했다.
10년 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이 시험부터 무력화했다. 모든 학생이 보는 시험에서 일부 학교 학생만 보도록 했다. 이 시험 취지가 낙오 학생이 많은 학교를 찾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어느 학교가 문제인지 알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치른 전국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최근 나왔다. 중·고교 모두 동반 하락, 역대 최악이었다. 중·고생 10% 이상이 수학에서 낙제점수를 받았다. 교육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 같다. 모든 학생이 시험을 치르는 방식으로 평가를 바꾸겠다고 했다. 그러자 좌파 교육감들이 또 "안 된다"고 한다. 이 교육감들 지역의 학력이 유독 나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교육감인가. 올해는 좌파 교육감이 등장한 지 10년 되는 해다.
2002년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오하이오주 한 고교에서 '낙오 학생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을 발표했다. 부시는 "연방정부는 돈을 내겠다. 학교는 성과를 보여달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5년 이를 '모든 학생 성공법'(Every Students Success Act)으로 계승했다. 미국도 시험 보고 성적 낮은 학교를 지원한다. 독일은 2000년대 초 '학력 쇼크'에 휘말렸다. OECD의 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독일 학생 성적이 최하위로 나온 것이다. 표준시험을 도입해 2012년 OECD 평균 이상으로 성적을 끌어올렸다. 일본은 2002년부터 수업 내용을 줄이는 '유토리(여유) 교육'을 실시했다가 2006년 PISA 성적이 1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그 후 공부와 수업량을 늘려 2012년엔 수학·과학 세계 1위를 했다. 주변 나라들이 이렇게 바삐 움직인다. 우리는 한때 세계 최고 학력 수준이었는데 지금 가파른 내리막길에 있다. 2015년 PISA에서 우리 학생들 최하위권 학생 비율이 15%대까지 늘었다(읽기 13.6%, 수학 15.4%, 과학 14.4%). 그런데도 이 정부와 좌파 교육감들은 관심이 없다.
해방 당시 한글을 읽지 못하는 인구가 78%였다. 10년 만인 1950년대 중반, 인구의 98%가 글자를 읽을 줄 알았다. 전시(戰時)에 천막학교 짓고, 마을마다 한글 강습소를 운영한 결과다. 한 교육학자
는 "인류사에 없었던 교육 혁신"이라고 했다. 그렇게 낙오 학생을 줄여왔던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이제 일 년에 교육 예산 70조원을 쓰면서 낙오자 15%를 배출하는 나라가 됐다. 학교의 실패, 교육의 실패다. 진보의 가치는 격차(隔差) 해소일 것이다. 교육에서 이렇게 큰 틈이 벌어지고 있는데 당국과 좌파 교육감들은 눈감고 외면하고 있다. 이런 모순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