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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를 막는 법

2009.04.02 15:01

관리자 조회 수:1070 추천:90

[김창준,"데모를 막는 법,” 조선일보, 2009. 3. 25. A35쪽; 전 미 연방 하원의원.]

1970년 말에 미국에서는 납세자들의 대규모 캠페인이 시작됐다. 정부가 자신들의 세금을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누굴 위해 쓰는지, 그리고 그 씀씀이는 공정하고 공평한지 따지고 넘어가자는 것이었다. 이 캠페인은 세금 사용과 관련해 더이상 정부를 전적으로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밑바닥에 깔린 것이었다. 미국의 납세자들은 당시 'Who pays, Who benefits'(세금은 누가 내며, 그 혜택은 누가 받느냐)란 구호와 함께 미국 전역을 돌았다. 이 캠페인의 하나로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소위 'proposition 13'(주민법안 13)이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으로 통과됐다.

서울의 광화문 한복판에서 4주 동안 계속된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데모로 인한 직간접 피해가 무려 6백억원에 이른다는 보도를 보았다. 이 피해를 누가 갚느냐 하는 문제가 현재 한국사회 쟁점 중 하나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경찰을 구타하고 경찰버스 등 공공기물을 파손하며, 코리아나호텔 로비에 오물을 던지고, 인근 상점들의 문을 닫게 한 데모를 막기 위해 수백 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하는 데 소요된 어마어마한 비용을 왜 일반 납세자가 부담하느냐는 질문이다.

이 비용은 당연히 때려부순 당사자들이 부담하고, 데모 주최자들이 갚아야지 일반 납세자가 부담해야 할 몫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찬성하는 입장에 있는 납세자들에게 데모대가 난동을 부려 파괴한 비용을 부담시킨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야기다.

공공기물을 파손하는 사람 따로 있고, 이 비용을 갚는 사람 따로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제 납세자가 그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미국의 납세 이론을 받아들여 이것을 정책으로 삼고, 납세자들은 자신의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누굴 위해 쓰이는지 제대로 알아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데모를 하려면 반드시 관할 관청에서 사전 허가를 받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 데모 때문에 발생할 모든 비용과 사고에 대해서는 데모 주최측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사전에 그 비용의 일부를 선금으로 받아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데모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비용과 사고 등 책임에 대해 집회를 요청한 측이 책임을 지며, 이와 관련해 25% 정도 선불을 내든가 전체 비용을 담보하는 본드를 사야 한다. 자기가 파괴한 시설물의 피해를 자기가 갚아야 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비생산적인 데모가 많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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