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게임’ 김정일의 네 가지 노림수
2009.04.02 15:10
[윤평중, “‘핵 게임’ 김정일의 네 가지 노림수,” 조선일보, 2009. 2. 3; 미래한국, 2009. 2. 7, 4쪽; 한신대 사회철학 교수.]
북한판 말의 정치는 일수사타(一手四打)를 겨냥한다. 오바마정부에 신호를 보내고, 흔들리는 내부를 다잡으며, 이명박정부에 경고하고, 남한 사회를 분열시키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핵포기는 없다. ‘조선반도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김정일 발언은 결국 핵보유국 지위 획득과 미․북 수교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자는 것이다. 나아가 북은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조선반도 평화체제' 수립 필요성을 강변하리라 예측된다.
김정일의 이런 전략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미국 내부 사정이 워낙 다급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미․북 교섭에서 북핵 치킨게임은 지루하게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명박정부에 대한협박도 한국이 ‘친절한 무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흔들리는 북한체제에 대한 내부 단속도 이미 ‘자력갱생’에 눈뜬 주민들 때문에 쉽지 않을 터이다. 김정일식 말의 정치가 그나마 가장 효과를 보일 부분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국 시민사회의 분열일 것이다.
역사를 유린한 자는 역사의 복수를 당하기 마련이다. 감히 추측건대'김정일 이후'의 시대는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