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무장관의 평화협정 발언
2010.05.28 10:38
[사설, “힐러리 국무장관의 한반도 평화협정 검토 발언을 주시한다,” 조선일보, 2009. 11. 23, A39쪽.]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과 관련해 “북한이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약속을 이행한다면 북한에 큰 혜택이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며 “북한이 수년 동안 계속 제기해온 관계정상화,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 경제 지원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에 대한 논의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미․북․중․일․러 6자는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2․13 합의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별도로 하기로 합의
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최고위급 당국자가 한반도 평화협정 문제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드문 일이다.
북한은 그동안 북핵 포기의 전제조건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 왔다. 김정일은 최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도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는 미․북 간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 그에 따른 한․미동맹 소멸 또는 소멸에 흡사한 변화와 주한미군 철수까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진정으로 원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대한민국의 최대 약점이라고 보고 이를 노리고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에 그토록 목을 매오다시피 한 배경에는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가 미국․북한․중국이므로 평화협정도 이 당사자 국가 간에 체결돼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한국을 한반도 문제 논의의 테이블에서 배제시켜 보려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돼 영원히 전쟁 발발의 위험성이 제거될 수 있다면 그것을 바라지 않을 사람이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한반도 평화협정이 주한미군 철수까지를 포함할 경우 주한미군이라는 가장 확실한 전쟁억지력이 사라지는 대신, 언제든 휴지로 바뀔 수도 있는 평화협정이란 문서만 남게 되는 것이다. 한․미 당국자들은 이런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할 테니 미․북 간에 평화협정을 맺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라”고 요구할 경우, 자국에 대한 핵 테러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국가 제일의 목표인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속단키 어렵다. 그런 점에서 클린턴 국무장관의 입에서 '평화협정' 얘기가 나왔다는 것은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북핵 협상이 진전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무엇보다 앞서 대한민국이 평화협정의 당사자라는 사실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한반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압도적 경제력을 가진 대한민국을 빼놓고 평화협정을 얘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음으로 주한미군 문제는 유럽식 집단 안보체제와 같이 동북아시아에 확실한 안보 보장 장치가 강구된 다음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으로 당장 미․북이 평화협정까지 내달릴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클린턴 국무장관의 발언으로 미국이 북핵과 평화협정을 동시에 테이블 위로 올려 얘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란 사실은 분명해졌다. 대한민국은 이 대목을 놓쳐서는 안 된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과 관련해 “북한이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약속을 이행한다면 북한에 큰 혜택이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며 “북한이 수년 동안 계속 제기해온 관계정상화,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 경제 지원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에 대한 논의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미․북․중․일․러 6자는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2․13 합의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별도로 하기로 합의
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최고위급 당국자가 한반도 평화협정 문제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드문 일이다.
북한은 그동안 북핵 포기의 전제조건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 왔다. 김정일은 최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도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는 미․북 간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 그에 따른 한․미동맹 소멸 또는 소멸에 흡사한 변화와 주한미군 철수까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진정으로 원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대한민국의 최대 약점이라고 보고 이를 노리고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에 그토록 목을 매오다시피 한 배경에는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가 미국․북한․중국이므로 평화협정도 이 당사자 국가 간에 체결돼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한국을 한반도 문제 논의의 테이블에서 배제시켜 보려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돼 영원히 전쟁 발발의 위험성이 제거될 수 있다면 그것을 바라지 않을 사람이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한반도 평화협정이 주한미군 철수까지를 포함할 경우 주한미군이라는 가장 확실한 전쟁억지력이 사라지는 대신, 언제든 휴지로 바뀔 수도 있는 평화협정이란 문서만 남게 되는 것이다. 한․미 당국자들은 이런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할 테니 미․북 간에 평화협정을 맺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라”고 요구할 경우, 자국에 대한 핵 테러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국가 제일의 목표인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속단키 어렵다. 그런 점에서 클린턴 국무장관의 입에서 '평화협정' 얘기가 나왔다는 것은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북핵 협상이 진전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무엇보다 앞서 대한민국이 평화협정의 당사자라는 사실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한반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압도적 경제력을 가진 대한민국을 빼놓고 평화협정을 얘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음으로 주한미군 문제는 유럽식 집단 안보체제와 같이 동북아시아에 확실한 안보 보장 장치가 강구된 다음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으로 당장 미․북이 평화협정까지 내달릴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클린턴 국무장관의 발언으로 미국이 북핵과 평화협정을 동시에 테이블 위로 올려 얘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란 사실은 분명해졌다. 대한민국은 이 대목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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