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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보 교육감, 자식 外高․과학고 보낸 걸 왜 변명하나,” 조선일보, 2010. 6. 10, A35쪽.]

이른바 '진보 교육감'으로 통하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의 아들이 경기도 어느 외고 2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한다. 장만채 전남교육감 당선자 아들도 서울의 외고를 나와 의대에 진학했고, 전교조 지부장 출신인 장휘국 광주교육감 당선자 아들은 과학고를 졸업한 후 법대에 진학했다는 것이다. 곽 당선자는 "외고가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된다고 판단되면 퇴출시키거나 일반고로 전환시키겠다. 자율형사립고는 추가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장휘국 당선자도 "외고는 부작용이 너무 많다. 자율형사립고의 추가 지정은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곽 당선자 대변인은 "당선자의 둘째 아들이 외국어를 잘해 외고에 입학시켰지만 경험해보니 외고가 국․영․수 위주의 입시학원 같다고 느끼게 됐다. 외고가 그렇게 입시학원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안 보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식 외고 보낸 것이 무슨 죄(罪)라고 이렇게 마음에 없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곽 당선자 세대는 영어 앞에선 벌벌 떠는 세대(世代)다. 부모로서 내 자식은 외국인 앞에서 기(氣) 죽지 않고 영어로 당당하게 자기 뜻을 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게 당연하다. 곽 당선자만 그런 게 아니다. 모든 부모가 똑같은 마음이다. 게다가 외고․과학고에 가면 희망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수월하기까지 하니 더더욱 그런 학교에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곽 당선자 부인은 언론에 "아이들은 공부 잘하면 외고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 아들도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학생들은 다양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곽 교육감 부인의 이야기는 모든 부모의 공통된 희망을 대변하고 있다.

걸리는 게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어느 교육감이 자녀를 외고에 보냈다가 의대로 진학시키고, 또 다른 교육감은 과학고에 보냈다가 법대로 진학시킨 건 모양이 조금 그렇다. 과학고 보냈으면 공대나 자연과학계열로, 외고에 들어갔으면 대학도 외교관을 키우는 학교나 경제․경영 분야로 나가 나라에 더 크게 기여하는 인재(人材)로 성장하도록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가 뜻을 세워 갈 곳을 정하면 부모로선 그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진보 교육감들이 아이들을 외고․과학고 보냈다는 건 절대 죄가 아니다. 변명할 필요도 없다. 다만 이야기하고 싶은 건 '진보(進步)' 교육감이라 해서 '진보'라는 진영의 이데올로기에만 머리를 파묻지 말고 전국의 부모 마음이 자신과 똑같다는 세상 이치 위에서 그에 맞게 정책도 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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