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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존의 문제

2010.12.09 09:21

관리자 조회 수:925 추천:87

[김대중, “‘대한민국’ 생존의 문제,” 조선일보, 2010. 11. 27, A30.]

연평도에 대한 북한군(軍)의 무차별 공격은 우리를 오랜 위장평화의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 아니, 깨어나게 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은 역설적으로 말해 우리가 유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안보체제가 총체적으로 부실했고, 우리는 스스로 무장을 해제한 채 우리끼리의 싸움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그 누가 김정일이라도 한 번쯤 한국을 건드려보고 싶은 유혹을 느꼈을 정도다.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로부터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강토를 지키는 안보의 명제에 미숙하거나 소홀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토에 젖어왔다. 천안함사건 때도 그랬지만 정치지도자들의 우왕좌왕, 갈팡질팡, 흐지부지, 책임회피하기는 우리의 군 통수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절감케 했다.

통수의 문제는 바로 군 자체의 문제로 연결된다. 천안함 피폭 때의 속수무책은 별개로 치고라도 우리 군의 기강은 가히 무장해제 수준이다. 불량 전투화, K-21 장갑차의 침몰, 링스헬기 불량정비, K-9자주포의 불량부동액 등 군 내부의 비리는 우리 군이 지금 건국 후 최악의 무기력 상태임을 말해주고 있다. 군 상급자의 존댓말 쓰기, 상관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희화적 상황은 한마디로 'X판'군대라는 오명을 낳고 있다.

상당수 좌파세력은 아예 김정일 편이다. 우리 민․군이 죽고 연평도가 불바다가 됐는데도 평화를 들먹이며 북의 포격이 우리 포격에 대한 대응이라거나 북한 쪽 민간인 포격 금지를 요구하는 정신 나간 종북주의자들이 그들의 우두머리다. 햇볕론은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 햇볕을 북한에 쪼인 것이 아니라 남쪽을 녹이는 데 더 효율적으로 써먹었다. 김정일집단에게 돈 갖다주고 시간 벌어주면서 남쪽의 '정신'을 해체시키는 데 더 기여했다. 이제 우리 내부의 종북좌파들은 누구도 겁내지 않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을 만큼 노골적이다.

우파도 덩달아 춤추고 있다. 좌파의 근본주의를 포퓰리즘쯤으로 잘못 알고 좌파의 포퓰리즘에 질세라 경쟁에 나섰다. 한나라당이 우리 국방에 무슨 관심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들이 오로지 '복지․서민'에 올인한 것만은 분명하다. 심지어 여당 내에서조차 천안함 피폭사태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있는 편이다. 여․야 공히 정치자금 뜯어내는 데 이골이 났고 자기들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며 다음 선거의 당선에만 관심이 있는 '무개념 집단'―이것이 오늘날 정치권의 현주소다.

어떻게 하다가 세계의 막강군대―철통국방을 자랑해왔던 한국이 이런 안보무기력 또는 안보불감증에 빠지게 됐는지 우리는 이제라도 깊이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가 군을 그렇게 만들었고 군이 정치에 개입했다. 군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면서 군은 본래의 길에서 벗어났다. 좌파가 그것을 지나칠 리 없다. 전교조 등 좌파 교육은 우리 군을 비하했고 통일저해세력으로 묘사했다. 군은 기피 언어가 됐고 국방과 안보는 '정치도구화'됐다.

일반인 사이에서도 군과 안보는 시니컬한 대상이 됐다. 한 작가가 “나라도 총 들고 나가겠다”고 했더니 “전쟁 부추기는 것이냐”는 조롱이 돌아왔다. 모병제가 채택돼서 자기 아들이 군대 안 갈 수 있다면 대신 돈으로 보상하겠다는 중산층 이상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확전 반대’가 20대에 압도적으로 몰려 있다는 어느 여론조사의 수치는 우리 국방의 미래를 암담케 만든다.

북한의 공격에 분노하고 어떤 대응을 할지, 그것도 입으로만 떠들어대는 것은 공허한 패배주의적 푸념처럼 들린다. 우리 내부의 지도층, 정치권, 군의 문제를 거론하며 질타하는 것으로 시종하는 것도 소득 없는 자해행위일 뿐이다.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심각히 논의해야 할 것은 우리가 헛된 위장 평화의 꿈에서 깨어나, 나와 내 이웃, 내 동포와 땅을 지키는 근본의 과제로 돌아와 대한민국 지키기의 정신을 모아가는 과제다. 정치적 견해의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또 있는 것이 건강하다. 건강한 좌파, 책임 있는 우파의 경쟁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동질감과 일체성을 해치는 극단적 친북․종북주의자들이 떵떵거리며 활개치는 사회는 용납할 수 없다. 대한민국을 선양하고 우리가 잘났음을 자랑하기보다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일이 최우선임을 일깨워야 한다. 우리의 교육구조, 사회의식 구조를 그렇게 만들어 나가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현 정권이 못한다면 다음 정권이라도 이 운동을 내걸고 국민의 심판을 이끌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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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화살 쏜 후에 과녁 그리는 데 성공한 북한 157
79 美 정보수장도, 우리 국민도 '북 核 포기 않을 것'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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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트럼프 '북핵·미사일 실험 원치 않을 뿐'이라니 115
74 美 정보 수장 이어 군 사령관도 '北 완전 핵 포기 안 할 것' 131
73 美 정보 수장들 '김정은 核 포기 안 할 것' 131
72 이럴수가! 文, 한반도 비핵화 의미 알고도 서명했다?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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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1년 만에 드러난 '한반도 비핵화' 동상이몽의 진실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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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核무장 120만 북한군 앞에서 병력 12만 줄인다는 국방 실험 161
62 "北비핵화 논의한 적 없다"는 靑의 실토 152
61 北核 협상, 이대로 가면 우리는 중국 세력권에 편입된다 200
60 韓美日 '北 비핵화 없이 제재 완화 없다' 이것만은 지켜야 174
59 한·미 정부 北과 협상 내용 더 이상 과대 포장하지 말라 191
58 중국 '우리가 승리,' 일본, 낭비의 정치쇼 162
57 美·英 언론들, '영업사원같은 트럼프, 김정은에 농락당했다' 267
56 어이없고 황당한 美·北 회담, 이대로 가면 北 핵보유국 된다 196
55 미국-북한 회담에 대한 논평 187
54 역사에 한국민은 '전략적 바보'로 기록될까 256
53 수백조원 대북 지원 美는 돈 내지 않겠다는데 168
52 北은 1956년부터 '한반도 비핵화'를 말했다 206
51 '북핵은 南韓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189
50 핵 동결 상태에서 北과 평화협정 맺으면 진짜 안보 위기 온다 214
49 북한이 절대 비핵화하지 않을 4가지 이유 246
48 대화(對話)만능주의를 경계한다 225
47 여덟 번 약속 깬 뒤의 아홉 번째 약속 264
46 우리 국가안보실장이 북의 뻔한 '프로파간다'를 전했다 213
45 이 거대한 자해 劇을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269
44 미래 主權 양보한 사드 합의, 폭력적 보복 재발한다 234
43 '설마 공화국'의 핵EMP 무방비 219
42 '北 핵보유는 인정'하고 '韓 전술핵은 반대'하나 234
41 김정은이 우리 예금을 '0'으로 만드는 날 244
40 북한이 핵을 들고 서해를 기습했을 때 255
39 진짜 평화 위해 전술 핵무기 재배치해야 549
38 북핵 안고 그냥 사는 거지 271
37 북핵(北核), 대화로 풀 수 있다는 미신(迷信) 240
36 반전반핵가(歌) 북을 향해 불러라 384
35 현 시점의 대북지원·대화 추구는 ‘북핵 제재’ 이탈이다 243
34 美는 核 비확산 지키다 피해자된 한국민 이해하나 327
33 中 등 핵보유국이 북핵 안 막으면 NPT 흔들릴 것 294
32 北核의 목적은 적화통일이다 317
31 중국의 착각,미국의 오해 342
30 北 핵탄두 소형화, 미사일 탑재 가능… 美 본토에 실질적 위협 388
29 북핵 키운 그들의 망언 828
28 북핵 저지,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 883
27 왜 핵무장론인가? 779
26 북핵, 독자적 핵 억지력 보유가 해법이다 766
25 중국이 원유․쌀․돈줄 등 북한의 급소를 누를 때다 1014
24 나라, 국민 지키려면 '원치 않은 결단' 내릴 수 있다 756
23 北의 핵실험, 구경만 할 것인가 908
22 북이 대륙간 탄도탄(ICBM)을 만드는 이유 786
21 남이 핵 가져야 북이 협상한다 925
20 아무리 무기 좋아도 정신 무너지면 고철 883
» '대한민국' 생존의 문제 925
18 고장난 무기부터 갈아치우라 888
17 북도발 규탄에 좌우 따로 없는 유럽 1147
16 한반도 비상시 미군 신속하게 증파 못할 것 1114
15 북 위협에 대한 원칙적 입장 필요하다 1084
14 북(北)은 우리를 겨냥한다 1089
13 이래도 '안보 위협'이 아닌가? 1125
12 북의 우라늄 농축 선언 1070
11 ‘핵 게임’ 김정일의 네 가지 노림수 1108
10 核도 갖고 南에 14조원 덤터기도 씌우려는 北 1033
9 결코 이행 못할 문서 또 생산 1019
8 북한 체제에 대한 이해 1122
7 미군철수→ 순식간 남한 적화(赤化) 993
6 남한 겨냥 미사일 시험발사 1108
5 김정일, “핵무기로 조국통일 완수” 계획 1091
4 준전시 행동요령 12개항 989
3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 NYT 인터뷰 1057
2 北核실험의 대비 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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