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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는 '자유수호전쟁'이었다

2011.01.21 09:55

관리자 조회 수:931 추천:99


[박효종, “6․25는 ‘자유수호전쟁’이었다,” 중앙일보, 2010. 6. 25; 서울대 윤리학과 교수.] *작년 6월의 글.

6․25 전쟁이 일어난 지 내일로 60주년이 되는데, 우리의 소회는 착잡하다. 그동안 6․25는 ‘잊혀진 전쟁’이었다. 최근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6․25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누가 누구와 싸웠는지는 ‘골든벨 스타’가 되어야 알까 말까 할 정도다. 이러한 무지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하면서 6․25의 실체를 국민의 기억에서 모호하게 만든 것이 한몫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문제는 6․25의 진실과 의미가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들 사이에 명확하게 공유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6․25의 상처와 아픔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가 분명치 않은 것이다. 단순히 남과 북이 서로 총을 겨눈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에 불과한 것인가. 전쟁에 대한 의미가 확실치 않으면 젊음과 목숨을 바친 호국세대의 희생과 헌신은 ‘망각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점에 있어 북한은 한 발 앞서 있다. 일요일 새벽 기습 남침해 동족의 가슴에 총을 들이댄 전쟁임에도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부른다. 중국과 소련을 끌어들여 한반도를 피로 물들여 민족에 고통을 안겨준 전범(戰犯)이 ‘조국해방전쟁’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는 일이지만, 공산주의적 발상으로 가치관을 부여해 주민들의 공유된 인식으로 삼는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다원주의사회라 그런지 그 진실과 의미조차 십인십색(十人十色)이다. ‘실패한 통일전쟁’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한국전쟁’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명칭으로는 우리가 겪은 전쟁의 가치론적 의미를 크게 왜곡할 뿐이다.

과연 6․25는 우리에게 어떤 전쟁이었나. 그것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전쟁이었고 자유의 땅을 지키기 위한 호국전쟁이었다. 그런 자유수호 의지가 결연(決然)했기에 소련제 탱크를 앞세우고 쳐들어오는 북한 공산주의자들 앞에 무릎을 꿇지 않았다. 우리는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고 맨손이었지만 용감했다. 정규군으로도 싸웠고 학도병으로도 싸웠다. 벌판에서도 싸웠고 산에서도 싸웠으며 참호를 파고 싸웠고 철교에서도 싸웠다. 하늘에서도 싸웠고 바다에서도 싸웠다.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아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냈다.

만일 아버지 세대가 죽음을 두려워한 나머지 ‘비겁한 평화’를 원했다거나 적화통일을 받아들였더라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틀림없이 현대판 노예의 삶을 살았으리라. 밤낮으로 김일성․김정일 어록을 외우고 저녁마다 자아비판하느라 진이 빠졌을 게다. 또 비만 오면 김정일 사진이 비 맞을까 밤잠을 설치고 집집마다 김 부자 사진을 걸어 놓고 절을 했을 터이다. 그러나 ‘비겁한 노예’보다는 ‘떳떳한 자유인’이 되고자 했기에 분연히 일어섰다.

지금이야말로 이 6․25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성전(聖戰)’이었다는 사실을 엄숙하게 선언하고 자유수호를 위한 결의를 다져야 할 때다. 물론 6․25는 휴전으로 끝난 전쟁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6․25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보아야 한다. 이번의 천안함 침몰 사태야말로 이에 대한 산증인이 아닌가. 어쩌면 그렇게 6․25와 닮은꼴일까. 북한이 몰래 기습한 것도 똑같고 또 자신과 무관하다고 잡아떼는 꼴도 똑같다.

그런 것들은 북한의 상투적 수법이라고 쳐도 정작 우리 사회에서조차 천안함의 진실이 유언비어(流言蜚語)로 덧칠되고 있어 유감이다. 정부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 끝에 북한의 소행이라고 결론을 내렸음에도 괴담 수준의 의혹들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정말 천안함의 진실은 ‘의처증(疑妻症)’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까. 아무리 본인이 결백하다고 하소연해도 믿어주지 않는 것이 ‘의처증’의 속성이다. 참여연대는 한술 더 떠 유엔안보리에 정부가 밝힌 천안함 결과는 의혹투성이라고 서한을 보내기까지 했는데, 참여연대야말로 ‘의처증 환자’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땅에서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그 자유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조금도 알려고 하지 않는 좌파 시민단체들이여! 아버지 세대가 6․25 때 바친 희생과 헌신 덕분에 그대들이 누리는 자유가 공고해졌음을 기억하라. 그리고 이번 천안함의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아버지 세대가 지킨 ‘자유의 탑’을 무너트리는 ‘자유의 반역자’가 된다는 점을 명심하라. 6․25의 진실과 의미가 중요한 것은 오늘날 그대들이 그토록 강조해 마지않는 자유와 인권이 거기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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