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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의 전쟁

2015.11.13 10:51

김효성 조회 수:492 추천:2

안팎의 전쟁


[김대중, “안팎의 전쟁,” 조선일보, 2015. 11. 3, A34.]

임기의 절반을 막 넘긴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두 가지 중대한 사안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미래의 한국을 지켜낼 안보(安保)의 틀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확고히 하는 이념의 틀, 즉 역사 교과서 개정에 관한 것이다. 이것들은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다.

박 대통령은 엊그제 한·중·일 정상회담을 마침으로써 우리나라 안보의 맥을 쥐고 있는 미국·중국·일본 세 나라와의 문제들을 일단 섭렵했다. 얻은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알게 된 것은 있다. 미국이 어제의 동맹국 미국이 아니고, 중국이 겉에 보이는 것만큼 우호적이 아니며, 일본이 몇 마디 논리적 호소에 넘어갈 일본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 한 예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국제적 규범 위반 사항에 "한국도 목소리를 낼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사실을 들 수 있다. 이것은 분명 의도적인 외교적 일탈이다. 과거 같으면 설사 회담 내에서 그런 이야기가 오갔다 해도 공개하지 않았으며, 하더라도 '우려'를 표명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상례였다. 미국은 우리가 지금 중국과 경제적으로 어떤 형편에 처해 있는지, 북한 문제에 중국의 영향력이 어떤 정도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이 작심하고 있는 난사군도 문제에 우리에게 반대 목소리를 내달라고 공개 주문하는 것은 힐난에 가깝다.

이것은 분명 미국의 변화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트럼프가 연일 던지고 있는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과 미국 언론들이 사드 배치 문제,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등을 비추며 한국의 친중(親中) 행보를 비판하는 기사를 특필하는 등의 무드를 타고 오바마까지 나서 한국을 은근히 몰아붙이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이 비워주는 양만큼 채워줄 것도 아니다. 그럴 리도 없고 그래서도 곤란하다. 중국은 한국을 "가까운 이웃나라로서 우호교류의 천 년 역사를 이어가자"고 했지만 우리는 침략과 종주의 역사를 기억할 뿐 '사람 사이의 깊은 인연'은 기억에 없다. 이번 회담에서도 중국 측 보도에 의하면 중국은 EEZ 재조정을 통해 이어도를 먹어가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중국의 인구와 땅덩어리만큼 배타적 경제수역도 더 넓혀야겠다니 '천 년의 버릇'이 되살아나고 있는 느낌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있어 언제나 뒤통수 담당이다. 변한 것은 없다. 위안부 문제의 '조기타결을 목표로'는 그냥 방치해두겠다는 말의 또 다른 외교적 표현일 뿐이다. 일본은 언제나 그랬지만 관민(官民)이 때를 맞춰 적절히 상반된 목소리를 내 어떤 쪽이 진심인지 헷갈리게 하는 데 이골이 난 나라다. 정부는 여전히 신사참배하고, 위안부 책임 없다고 하고, 독도는 자기 땅이라고 하는데 민간인들은 '사죄한다', '일본 정부의 개헌 반대한다'는 등 엇박자를 놓는다. 우리가 무엇보다 비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일본이 마치 미국의 비공식 대변자인 양 행세하고 미국이 그런 역할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외교·안보의 틀이 요동치며 변화하고 있는 와중에 박 정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라는 뜨거운 감자에 손을 댔다. 이것은 박 정부의 명운(命運)을 건 싸움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좌파와의 싸움은 일관성 있다. 이석기의 단죄, 통진당 해산, 그리고 역사 교과서 개정은 박 대통령의 이념적 트레이드마크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역사 교과서 전쟁에서 지면 그의 대통령 자리도 지워지는 것이고 여기서 이겨내면 그의 역사에 남을 업적으로 기록되는 것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총력을 경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러 정치지도자들이, 또 많은 보수적 인사들이 좌파들의 돌팔매가 두려워 눈감고 지나친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행위들이었고, 그중에서 두드러진 것이 역사 교과서였다. 박 대통령은 여기에 도전한 것이다. 당연히 좌파들이 들고일어나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은 '새 교과서'를 친일로 매도하고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논리적, 학술적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여러 언론보도를 보면 지금의 교과서에 문제가 있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국정은 안 된다는 것이 지배적인 여론인 것 같다. 국정은 안 된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일부에서는 다양성을 내걸면서 이런 교과서, 저런 교과서가 존재하고 각 학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기만이다. 지난번 교학사가 우파 관점의 교과서를 펴냈을 때 좌파는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2318개 고교 중 단 한 개의 '다른 관점의 교과서'도 못 나오게 만든 아픈 기억이 있다.

교과서의 문제는 민중사학의 문제다. 서울대 좌익운동권 출신인 장로교 신학대의 김철홍 교수는 지금의 검인정 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인민민주주의 체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며 "그런 책을 읽고도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사회주의 이론을 잘 모르는 사람일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 문제를 내년 총선 때 정당투표에 내걸어도 좋다. 거기서 국정 교과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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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백선엽 장군이 현충원 못 간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 아니다 92
95 새로운 야당의 출현을 주시하며 70
94 탄핵의 江이 사라졌다 95
93 성난 얼굴로 투표하라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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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100년 前 그 춥고 바람 불던 날처럼, 작아도 결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겠습니다 82
90 세상이 광우병 괴담에 휩쓸릴 때… '팩트의 방파제'를 쌓았다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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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참 나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박정희 두번 죽이기 79
86 탄핵 이후 처음 보는 자유보수 진영의 희생과 헌신 97
85 힘이 없으면 지혜라도 있어야 한다 114
84 자유냐 전체주의냐, 그 사이에 중간은 없다 76
83 4·15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다 287
82 보수 통합의 열쇠는 국민에게 있다 105
81 죽느냐, 사느냐? 주사파 집권 대한민국 198
80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 우파가 무엇이고, 좌파가 무엇인가? 1426
79 야권이 넘어야 할 山 '박근혜' 141
78 좌파 10단의 手에 우파 1단이 맞서려면 179
77 조갑제, "김문수의 이 글은 대단하다. 진땀이 난다!" 167
76 '베트남판 흥남 부두'인 '십자성 작전'을 아십니까 205
75 굿 모닝~ 변희재! 159
74 변희재, 안정권과 김용호발 보수혁명 443
73 58년 전 오늘이 없었어도 지금의 우리가 있을까 171
72 홍준표의 박근혜, 황교안 논평 옳지 않다 132
71 김문수 대담 (2019년 4월 8일) 162
70 기승전 황교안 173
69 황교안의 정확하고 용감한 연설 172
68 나경원 연설의 이 '결정적 장면'이 좌익을 떨게 했다! 139
67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자들은 단합해야 1646
66 이런 인물을 한국당 대표로 뽑자! 197
65 한국당 전당대회, 보수대통합의 용광로가 되어야 177
64 '문재인 對 反문' 전선 246
63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이면 한국 대변인은 누군가 310
62 자기 발등 찍은 文 정부, 판문점에서 절룩거리다 360
61 진보의 탈 쓴 위선과 싸워야 327
60 죽은 자유한국당 左클릭 하면 살까? 279
59 선거 압승하니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242
58 MBC의 문제 250
57 광장정치와 소비에트 전체주의 290
56 촛불의 반성 263
55 文정권 1년 214
54 '독재자 김정은' 집단 망각증 200
53 지식인으로 나는 죽어 마땅하다 230
52 혁명으로 가고 있다 229
51 서울-워싱턴-평양, 3色 엇박자 265
50 북이 천지개벽했거나 사기극을 반복하거나 273
49 대한민국의 '다키스트 아워' 342
48 현송월과 국립극장 277
47 교회는 북한에서 성도들이 당한 역사 가르쳐야! 390
46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295
45 남북대화, 환영하되 감격하지 말자 316
44 중국이 야비하고 나쁘다 310
43 돌아온 중국이 그렇게 반갑나 308
42 박정희가 지금 대통령이라면 347
41 청와대 다수도 '문정인·노영민 생각'과 같나 308
40 대통령 부부의 계속되는 윤이상 찬양 275
39 남과 북 누가 더 전략적인가 285
38 오래된 미래 322
37 도발에 대한 우리의 응전은 지금부터다 332
36 뺄셈의 건국, 덧셈의 건국 263
35 文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역사 265
34 망하는 길로 가니 망국(亡國)이 온다 269
33 네티즌도 화났다… 공연 파행시킨 反美 행태에 비판 쏟아져 242
32 7094명 戰死, 한국 지킨 美2사단에 고마움 표하는 공연이 뭐가 잘못됐나 337
31 성주와 의정부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장면들 291
30 북(北) 김정은의 선의(善意) 347
29 공산주의 신봉한 영국의 엘리트들처럼 412
28 야당의 정체성? 무슨 정체성? 340
» 안팎의 전쟁 492
26 하단 광고, 우리나라의 위기 988
25 좌파들의 사대 원수 927
24 ‘정신적 귀족’ 보수주의자의 길 그 근간은 기독교적 세계관 1375
23 좌파적인 보수정당 정치인들 1050
22 황장엽 선생이 본 '역사의 진실' 1086
21 독도가 한국 영토인 진짜 이유 1073
20 용서 잘하는 한국 정부 991
19 황장엽 조문까지 北 눈치 살피는 민주당 1166
18 유럽의회, '中, 한국 조치 지지하라 1294
17 얼마나 더 대한민국 망신시킬 텐가 1122
16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1252
15 목숨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가 걱정된다 1164
14 '시국선언'은 정치편향 교수들의 집단행동 1233
13 너무 가벼운 시국선언 [1] 1082
12 "TV논평, 좌편향 인용 심각" 1134
11 '10·4남북정상선언' 이행될 수 없는 이유 1108
10 중국에 ‘하나의 한국’ 원칙 요구해야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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