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전쟁'하려면 새누리당부터 혁신해야
2015.11.13 10:56
'역사 전쟁' 하려면 새누리당부터 혁신해야
[류근일, "'역사 전쟁' 하려면 새누리당부터 혁신해야," 조선일보, 2014. 11. 10, A34.]
국사 교과서 정상화 운동 이후 한국 정치의 대치(對峙)선은 1948년의 대한민국 '건국'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로 그어졌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그렇게 그었다. 그는 그때의 '대한민국 건국'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것을 인정하는 진영, 특히 집권당은 이번 '역사 전쟁'의 본질이 그렇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에 맞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 과감한 물갈이, '웰빙' 청산, 가치와 철학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가야 한다.
지금까지 가치와 철학을 추구하는 방식은 야권과 '민족 해방 민중민주주의' 운동권에만 있었고, 여권에는 없었다. 특히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이념의 시대는 갔다"는 말로 가치와 철학의 정치를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상대방이 '민족 해방 민중민주주의' 이념으로 공격해 올 때는 명색이 자유주의 정권이라면 마땅히 "전체주의 이념은 안 된다. 자유 평등 박애 이념이라야 한다"고 맞받아쳐야 옳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광우병 난동 때 워낙 혼쭐이 빠져 그런지 그런 데엔 기겁을 하고 손사래를 쳤다.
이 때문에 청와대 주인만 교체됐을 뿐 사회 전체는 여전히 '민족 해방 민중민주주의' 판이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에 와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통진당 해산과 국사 교과서 정상화 결정이 그것이다. 3대 정권에 걸친 '민중민주주의'의 일방적 공세에 자유민주주의가 모처럼 반격하는 국면이다. 한쪽이 아무리 싸우지 않고 살려 해도 다른 한쪽이 도발(挑發)해오면 응전(應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부는 이번 싸움을 국정(國定)화가 도발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검인정 교과서=대한민국 깎아내리기'가 먼저 도발한 것 아닌가?
그런데 응전하는 전열(戰列)에 문제가 하나 있다. '박근혜-황교안 라인'의 결의는 단호해 보이는데, 새누리당 사람들은 그저 마지못해 따르는 듯한 기색이다. 오죽하면 문재인 새정련 대표가 "황우여 교과부 장관과 정의화 국회의장도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했을까? 이래서 여당 사람들은 '민중민주주의' 쪽에 비해 신념·담론·선전·전투 모든 면에서 맞수가 되질 못한다. 이들은 가치니 철학이니 하는 것과는 담을 쌓은 채 입신양명(立身敭名)이나 추구하며 산 사람들이고, 대학생 때 겁이 나 데모에 가담하지 않은 죄(?)로 "운동권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나요?"라며 주눅이 들어 있는 부류이기 때문이다.
이런 여당으론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혼자 애를 써도 공무원연금 개혁처럼 매사 번번이 흐지부지되기 십상이다. 4대 개혁인들 이런 여권 가지고 제대로 될까? 10년 넘도록 '북한인권법' 하나 쟁취하지 못했고, 할 성의도 없었던 그들이다. 국사 교과서 정상화 전선에서도 이탈자가 나왔다. 새누리당 다수가 '나는 왜 야당이나 체제 타도 쪽이 아니라 굳이 여당인가?'라는 투철한 자기 정체성이 없는 까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의 이런 생리를 '배신의 정치'라고 했지만, 공적(公的)으로는 그건 철학의 빈곤, 몰(沒)가치, 무원칙, 정의감 마비다. 무엇보다도 그들에겐 '민중사관(史觀)' 문화 권력의 허위, 궤변, 억지에 대한 분노와 위기감이 없다. 그러기에 그들은 검인정 국사 교과서 내용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추행하고 있는지조차 자세히 들춰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진정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려면 '국사 교과서 싸움-2016년 총선-2017년 대선'에 이르는 기간을 내내 밀리기만 해온 '1948년 건국(建國) 가치'의 일대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기획했으면 한다. 그러자면 내년 총선 공천에서 새누리당을 '싸울 줄 아는' 집단으로 바꿔놓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실토했듯이 사람을 스펙만 보고 뽑을 게 아니라 전사(戰士) 자질을 갖춘 '야전군'을 한 30명 국회로 보내야 한다. 그러면 여권의 맹물 풍토가 확실하게 달라질 것이다.
여권의 정점(頂點)인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현대사와 관련해 일정한 확신이 선 것으로 보인다. 바깥의 '1948년 건국 가치' 세력도 온·오프라인에서 진일보한 생태계를 형성해 가고 있다. 그래서 그 정점과 바깥, 두 힘이 중간의 '어릿어릿 새누리당'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평양 '천황제 파시즘'의 통일전선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기본 인권과 행복 추구가 보장되는 통일로 가려면 그에 앞서 '영혼 없는 여당'부터 갈아엎어야 한다.
[류근일, "'역사 전쟁' 하려면 새누리당부터 혁신해야," 조선일보, 2014. 11. 10, A34.]
국사 교과서 정상화 운동 이후 한국 정치의 대치(對峙)선은 1948년의 대한민국 '건국'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로 그어졌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그렇게 그었다. 그는 그때의 '대한민국 건국'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것을 인정하는 진영, 특히 집권당은 이번 '역사 전쟁'의 본질이 그렇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에 맞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 과감한 물갈이, '웰빙' 청산, 가치와 철학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가야 한다.
지금까지 가치와 철학을 추구하는 방식은 야권과 '민족 해방 민중민주주의' 운동권에만 있었고, 여권에는 없었다. 특히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이념의 시대는 갔다"는 말로 가치와 철학의 정치를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상대방이 '민족 해방 민중민주주의' 이념으로 공격해 올 때는 명색이 자유주의 정권이라면 마땅히 "전체주의 이념은 안 된다. 자유 평등 박애 이념이라야 한다"고 맞받아쳐야 옳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광우병 난동 때 워낙 혼쭐이 빠져 그런지 그런 데엔 기겁을 하고 손사래를 쳤다.
이 때문에 청와대 주인만 교체됐을 뿐 사회 전체는 여전히 '민족 해방 민중민주주의' 판이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에 와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통진당 해산과 국사 교과서 정상화 결정이 그것이다. 3대 정권에 걸친 '민중민주주의'의 일방적 공세에 자유민주주의가 모처럼 반격하는 국면이다. 한쪽이 아무리 싸우지 않고 살려 해도 다른 한쪽이 도발(挑發)해오면 응전(應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부는 이번 싸움을 국정(國定)화가 도발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검인정 교과서=대한민국 깎아내리기'가 먼저 도발한 것 아닌가?
그런데 응전하는 전열(戰列)에 문제가 하나 있다. '박근혜-황교안 라인'의 결의는 단호해 보이는데, 새누리당 사람들은 그저 마지못해 따르는 듯한 기색이다. 오죽하면 문재인 새정련 대표가 "황우여 교과부 장관과 정의화 국회의장도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했을까? 이래서 여당 사람들은 '민중민주주의' 쪽에 비해 신념·담론·선전·전투 모든 면에서 맞수가 되질 못한다. 이들은 가치니 철학이니 하는 것과는 담을 쌓은 채 입신양명(立身敭名)이나 추구하며 산 사람들이고, 대학생 때 겁이 나 데모에 가담하지 않은 죄(?)로 "운동권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나요?"라며 주눅이 들어 있는 부류이기 때문이다.
이런 여당으론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혼자 애를 써도 공무원연금 개혁처럼 매사 번번이 흐지부지되기 십상이다. 4대 개혁인들 이런 여권 가지고 제대로 될까? 10년 넘도록 '북한인권법' 하나 쟁취하지 못했고, 할 성의도 없었던 그들이다. 국사 교과서 정상화 전선에서도 이탈자가 나왔다. 새누리당 다수가 '나는 왜 야당이나 체제 타도 쪽이 아니라 굳이 여당인가?'라는 투철한 자기 정체성이 없는 까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의 이런 생리를 '배신의 정치'라고 했지만, 공적(公的)으로는 그건 철학의 빈곤, 몰(沒)가치, 무원칙, 정의감 마비다. 무엇보다도 그들에겐 '민중사관(史觀)' 문화 권력의 허위, 궤변, 억지에 대한 분노와 위기감이 없다. 그러기에 그들은 검인정 국사 교과서 내용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추행하고 있는지조차 자세히 들춰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진정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려면 '국사 교과서 싸움-2016년 총선-2017년 대선'에 이르는 기간을 내내 밀리기만 해온 '1948년 건국(建國) 가치'의 일대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기획했으면 한다. 그러자면 내년 총선 공천에서 새누리당을 '싸울 줄 아는' 집단으로 바꿔놓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실토했듯이 사람을 스펙만 보고 뽑을 게 아니라 전사(戰士) 자질을 갖춘 '야전군'을 한 30명 국회로 보내야 한다. 그러면 여권의 맹물 풍토가 확실하게 달라질 것이다.
여권의 정점(頂點)인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현대사와 관련해 일정한 확신이 선 것으로 보인다. 바깥의 '1948년 건국 가치' 세력도 온·오프라인에서 진일보한 생태계를 형성해 가고 있다. 그래서 그 정점과 바깥, 두 힘이 중간의 '어릿어릿 새누리당'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평양 '천황제 파시즘'의 통일전선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기본 인권과 행복 추구가 보장되는 통일로 가려면 그에 앞서 '영혼 없는 여당'부터 갈아엎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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