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수호 대법원 이번엔 ‘법 창조’해 전교조 편들기," 조선일보, 2020. 9. 4, A31쪽.]


대법원이 3일 해직 교원을 가입시킨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법외(法外)노조 처분은 무효라며 2심을 취소하고 재판을 다시 하라고 했다. 노동3권은 법률로만 제한이 가능한데 하위 법령인 노동조합법(교원노조법) 시행령을 근거로 법외노조 처분을 내린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다. 전교조 주장을 그대로 받아 준 것이다.


판결도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법리는 물론이고 상식과 사회 현실에도 맞아야 한다. 노동조합법은 해직자 등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부 개입을 차단해 노조 자율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행령은 그 취지에 따라 법을 위반한 ‘노조’에 대한 정부 당국의 시정 명령과 법외노조 통보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전교조는 여전히 노조가 아니고 법을 위반하고 있는데도 사실상 ‘합법 노조‘가 된다. 모순 아닌가. 당국이 이를 제재할 방법도 없다. 다른 노조들이 해직자나 외부인들을 노조에 무더기 가입시켜 합법 지위를 달라고 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건가.


대법원은 앞서 전교조가 낸 시정 명령 취소 소송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기각했다. 헌법재판소도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한 법률이 합헌이라고 했다. 그동안 달라진 것이라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정권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로 바뀌었다는 것뿐이다. 처음부터 전교조 손을 들어주려고 작정하고 ‘법 기술‘을 부렸다는 의심이 든다. ‘법외노조 처분이 정당하다’는 소수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대법원이 (본연의 업무인) 법을 해석하지 않고 스스로 법을 창조하고 있다”고 했다.


더구나 전교조가 노조원으로 가입시킨 해직자 9명은 대부분 교육감 선거 개입, 국가보안법 위반, 불법 시위 등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결코 ‘부당 해직’을 당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전교조는 정부의 거듭된 시정 명령을 어기며 끝까지 법을 무시하다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노조 설립 신고 당시 거짓 신고서를 제출해 당국을 속이기도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런 전교조의 불법과 법 조롱은 모두 무시하고 도리어 상을 준 것이다. 이것이 대법원이 말하는 정의인가.


근래 들어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대법원 판결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선거 TV 토론에서 거짓말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다’라는 황당한 판례를 만들어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사직을 유지시켜 줬다. 검찰이 항소장을 부실 기재했다는 지엽적 형식논리를 들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은수미 성남시장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기도 했다. 법원이 판결로 대통령에게 아부한다는 ‘곡판아문(曲判阿文)‘이라는 말이 판사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법이 아니라 정권을 수호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법률의 최종 해석 기관인 대법원이 정치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