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쟁국은 ‘AI인재 100만’, 한국은 ‘세금 알바 100만’," 조선일보, 2020. 9. 8, A35쪽.]


정부와 민주당이 세금으로 임금 주는 공공 일자리를 올해 95만개에서 내년 103만개로 늘리기로 하고 3조1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 중 80만개가 휴지줍기, 교통안전 지킴이 같은 60세 이상을 위한 일자리다. 명부에 이름만 적으면 대충 시간을 때워도 한 달에 30만원가량 주는 노인 용돈벌이 아르바이트다. 갈수록 종류도 다양해져 풀뽑기며 금연구역 지킴이, 비둘기 먹이 주기 감시원, 새똥 닦기 요원, 낚시 금지 지킴이, 야생 멧돼지 울타리 관리요원까지 생겼다. 온갖 명분을 만들어 현금을 뿌리는 것이다.


도저히 일자리라고 할 수 없는 것이지만 통계청 고용 통계엔 취업자로 계산된다. 정부는 이런 식으로 수십만 개의 가짜 일자리를 부풀린 취업자 통계를 발표하고는 “고용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홍보해왔다. 코로나 사태로 상당수 세금 알바 사업이 중단됐는데도 정부는 이들을 ‘일시 휴직자’로 처리하는 편법을 써서 취업자로 분류하기도 했다. 명백한 통계 분식이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 52시간제 등 일련의 반(反)기업·반시장 정책으로 30·40대와 제조업 일자리가 수십만 개씩 증발하고 있다. 3년간 70조원 넘게 퍼부은 일자리 예산은 흔적도 없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까지 덮치면서 청년들은 초유의 취업난에 빠졌다. 기업 10곳 중 7곳이 올 하반기 채용 계획이 없다고 한다. 기업이 빈사 상태에 빠져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데 좋은 일자리가 생길 턱이 없다. 정부의 반기업 정책에 견디지 못한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설비를 옮기는 현상까지 더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일자리 창출의 근본 처방인 규제 완화와 노동개혁은 외면한 채 나랏빚까지 내가며 세금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일본 정부가 ‘AI인재 100만명 양성 계획’을 추진하고, 중국은 화웨이라는 한 기업이 AI 인력을 100만명 채용하겠다고 한다. 전 세계가 새로운 첨단산업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는데 한국 정부는 빚 내고 세금 뿌려 만든 ‘가짜 일자리 100만개' 선전할 궁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