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장관이 페이스북 정치를 재개한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조국 사태'가 없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랬다면 온 국민이 분노할 일은 없었겠지만 조국의 실체가 탄로 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반칙과 특권으로 가득 찬 그의 내로남불 위선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쯤 그는 국회에 입성했거나 중책을 맡아 대권 가도를 질주하고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 워낙 상품성이 좋은 데다 친문의 열렬 지지를 받고 있으니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것쯤은 일도 아닐 것이다. 여세를 몰아 2년 뒤 대선을 치른다면? '조국 대통령'이 현실화된다면? 생각만 해도 대한민국엔 악몽이 아닐 수 없다.
조국 사태는 친문 좌파의 위선도 낱낱이 까발렸다. 서민 대중의 편임을 자처하던 좌파 지식인들이 자기 편의 귀족 같은 특권에 대해선 말문을 닫았다. 입만 열면 공정과 정의를 외치더니 조국 일가의 반칙과 불공정은 한사코 싸고돌았다. 다른 편 잘못엔 그토록 혹독하던 이들이 내 편 허물에 눈감는 걸 보고 사람들은 위선적 좌파의 정체를 목격하게 됐다. '진보'가 아니라 '진영'의 노예임을 알게 됐다. 조국 아니었으면 몰랐을 일이다. 진실을 깨닫게 해준 그에게 감사라도 해야 할 지경이다.
국민 입장에서 지난 3년은 환상과 착각에서 깨어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속이려는 권력과 속지 않으려는 국민이 끊임없이 '진실게임'을 벌였다. 촛불 민심을 업고 탄생한 정권이기에 기대가 컸다. 무능한 좌파일 수는 있겠지만 순수성만큼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앞 정권 같은 독선과 불통, 비민주적 국정 독주는 없을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믿음과 기대는 차례차례 깨져나가 이젠 넝마조각처럼 너덜너덜해지고 말았다.
3년 전 취임사에서 문 대통령은 '권위주의 청산'을 맨 첫 번째로 약속했다. 탈권위를 내세운 정부에서 권력은 집중되고 대통령은 우상화되었다. 대통령 부부를 향한 여권의 끝없는 찬양은 "여기가 북한이냐"는 소리가 나올 지경이 됐다. 문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을 끝내겠다고 했다. 입으론 통합을 말했지만 편 가르기와 내 편 챙기기에는 역대 정권 최고였다. 민주화 투쟁을 훈장처럼 내세우는 정권에서 민주주의는 상처투성이가 됐다. 불통과 오만, 힘으로 밀어붙이는 국정 독주는 신(新)독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약자 편이라더니 약자를 못 살게 하는 정부였다.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빈부 격차를 오히려 키우는 정책으로 치달렸다. 법 앞의 평등을 말하더니 실상은 법치의 파괴자였다. 대통령 친구를 당선시키려 청와대가 선거 개입했다는 혐의까지 나왔다. 권력기관을 정치에서 독립시키겠다면서 검찰을 장악하려 온갖 무리수를 서슴지 않았다. 페미니즘 대통령이라더니 자기 편의 권력형 성폭력엔 끝내 눈감았다.
이 모든 역주행의 공통점은 의도된 것이란 점이다. 무능이나 실수가 아니라 계산된 선거공학의 결과다. 이념을 우선하고, 분열을 조장하고, 내 편을 챙겨야 선거에 유리하다 보기 때문이다. 정권 출범 때 내세웠던 모든 약속이 허물어졌다. 애초부터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는지 모른다. 우리가 알던 정권, 우리가 생각하던 그 대통령이 아니었다. 국민보다 진영, 국익보다 정파적 이익을 우선시키는 정권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리고 부동산 정책이 마지막 기대마저 무너트렸다. 불로소득을 증오하는 정권이니 부동산만은 반드시 해결해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부동산 안정과 거꾸로인 정책들이 3년 내내 이어졌다. 마치 집값을 올리려 작정이라도 한 듯했다. 여당 정치인들은 "집값 안 떨어진다" "집값 올라도 문제없으니 세금만 잘 내라" 운운하며 숨겨진 본심을 드러냈다. 이제 국민은 집값을 잡겠다던 말이 허언(虛言)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부동산 문제조차 계급정치를 우선하는 반(反)서민 정권임을 알게 됐다.
문 정권의 눈속임 국정은 좀 더 오래갈 수도 있었다. 역설적으로 총선 압승이 정권의 실체를 앞당겨 폭로해주었다. 176석에 취한 권력이 최소한의 자제력마저 잃어 버린 탓이다. 국회 상임위를 독식하고, 논란 많은 악법을 심의 없이 밀어붙이고, 검찰총장 뽑아내기에 올인했다. 어떤 여당 중진은 검찰이 '대통령의 충견(忠犬)'이라야 한다고 했다. "세상 바뀐 것을 확실히 느끼게 갚아주겠다"는 협박까지 나왔다. 이들의 세계관은 군사독재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제동장치 없이 오만으로 치달린 결과 제풀에 정체를 실토하고 말았다.
3년여의 국정 사기극으로 나라 꼴은 엉망이 됐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많은 국민이 진실을 알게 된 것이 천만다행이다. 문 정권이 더 치밀했고 조심했더라면 5년 내내 국민 눈을 가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국운(國運)이 다하진 않은 모양이다.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좌파정권, 자유대한민국 수호] 박정훈,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
2020.08.24 17:15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1/202008210004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