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인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엔 정부 규탄 시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거대한 성벽이 세워졌다. 경찰 버스 300대를 이어 붙인 총연장 4㎞ 차벽이 도로와 인근 인도 사이를 갈라 놓았다. 이명박 정부 때 경찰차를 동원한 시위 차단벽 쌓기가 처음 도입됐을 때 지금의 집권 세력은 ‘MB산성’이라고 부르며 비난했었다. 박근혜 정부도 차벽을 쌓자 당시 문재인 야당 대표는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반헌법적’이라고 했었다. 네티즌들은 그때 일들을 떠올리며 광화문광장에 ‘재인산성’이 다시 등장했다고 한다.


1만명이 넘는 경찰이 광장 중심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지키며 불심검문을 벌였다. 도심에 있는 직장에 출근한 시민은 대여섯 차례씩 사원증을 제시해야 했다. 시내 나들이를 나왔던 일반 시민들은 목적지까지 멀리 돌아 가야 했다. 큰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80년대 독재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라고 했다. 아니 신군부 계엄하에서도 도심 접근이 이렇게 철저히 차단된 적은 없었다.


정부는 “광장 통행 차단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것이지 독재 시절 반정부 시위 봉쇄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반박한다. 미국 대통령마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하는 세상이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만전을 기하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방역을 위해서라면 어느 곳에서나 똑같은 기준으로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같은 시간 서울 근교 위락 시설에는 평소 주말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혼잡을 이뤘다. 특히 연휴 기간 개방한 과천 서울대공원 일대에는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고 한다. 주차장 매표소까지 편도 4개 차로에 500m 가까이 차량이 늘어섰고 주차하는 데 30분가량이 소요됐다. 7000대 가까운 주차 시설이 가득 채워졌다. 도심에서 ‘드라이브 스루’ 시위를 벌인 차량은 9대 이하로 제한하고 창문도 열지 못하게 단속한 반면 놀이공원 주차 대기 중인 차량은 길게 늘어선 상태에서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워도 뭐라는 사람이 없었다. 놀이기구마다 사람이 붐벼 1m 거리 두기는 엄두도 못 냈다.


광화문광장에서 멀지 않은 명동 유명 백화점에서도 상당수 시민들이 북적대며 쇼핑을 즐겼다. 지하 식당가에서도 수십 명이 동시에 식사하느라 자리 띄어 앉기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정부 실정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는 광화문광장에선 코로나가 무섭게 번지고, 놀이기구를 타는 과천이나 쇼핑을 하는 명동은 코로나 안전 지대인가. 정치적 의도에 따라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정부의 방역 대책이야말로 정략의 극치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