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월성 1호 감사 마침내 의결, 탈원전 국가 自害 끝나야," 조선일보, 2020. 10. 20, A39쪽.]
감사원이 19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관한 감사 보고서를 의결했다. 거의 13개월 만이다. 의결을 위한 감사위원회가 무려 아홉 번이나 열렸다. 정권 편 감사위원들이 정권에 불리한 의결을 막은 탓이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산업부 공무원들이 자료를 거의 모두 삭제했다. 이렇게 (피감사자들의) 저항이 심한 것은 처음 봤다”는 말까지 했다.
아직 감사 결과가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감사였다면 한수원의 2018년 6월 월성 1호 조기 폐쇄는 부당했다는 판단이 내려졌을 것이다. 결코 복잡한 사안이 아니다. 7000억원이나 들여 새 원전과 마찬가지로 보수한 월성 1호기를 대통령 탈원전 정책에 맞춘다고 억지로 폐쇄한 사건이다. 처음엔 안전성이 문제라더니 아무리 조작해도 안전성 문제를 찾을 수 없자 갑자기 경제성이 없다고 했다. 경제성이 없게 만들려고 갖은 조작을 했지만 이 역시 입맛에 맞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엔 경제성 평가 내용을 이사회에 제출하지도 않고 조기 폐쇄 의결을 강행했다. 의결한 한수원 이사들에겐 법적 책임에 대비한 보험을 들어줬다.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있느냐는 생각이 절로 든다.
조기 폐쇄를 강행한 당시 산업부 고위층과 한수원 경영진은 형사처벌 등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사람도 문책 대상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청와대 개입 없이 이런 무리한 왜곡 조작은 결코 벌어질 수 없다. 보신에 민감한 공무원들이 자료 삭제, 왜곡 등 ‘감사 방해’를 대담하게 벌인 것도 청와대가 뒤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인사권 앞에서 나약한 존재다. 그렇다 해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는 법이다. 부당한 지시에 맞서지 않고 정권 친위대로 나서면 결국 책임을 진다는 교훈을 관료 사회에 남겨야 한다.
탈원전으로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월성 1호기 문제만이 아니다. 당장 공정률 30%에서 어정쩡한 상태로 건설이 멈춰 있는 신한울 3·4호기 문제가 있다. 여기에도 최소 7000억원이 이미 들어가 있다. 건설을 중단하면 그 7000억원도 허공에 뜨고 국내 원전 업계가 재기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번 감사를 계기로 월성 1호기의 재가동과 함께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등 원자력 정책 근본 방향의 정상화를 검토해야 한다. 정치적 아집 때문에 세계 최고 원전 경쟁력을 붕괴시키고 국가 에너지 백년대계를 뒤흔드는 일은 이제 끝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