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단 반발 검사들 ‘검찰 개혁은 정권 비리 수사 막으려는 사기’," 조선일보, 2020. 10. 31, A31쪽.]
추미애 법무장관이 자신을 비판한 검사를 겨냥해 인사 보복을 시사한 것을 계기로, 추 장관에게 반기를 드는 검사들의 ‘커밍아웃’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추 장관이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 등을 남용한 것을 비판하면서 ‘검찰 개혁은 근본부터 실패했다’는 글을 올린 게 지난 28일이다. 추 장관은 “이렇게 커밍아웃해주시면 검찰 개혁만이 답”이라고 응수했다. 이 검사를 찍어 보복을 예고한 것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이 검사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링크한 직후에 추 장관이 이를 공유하면서 올린 글이다. 그러자 다른 검사들이 이 검사를 지지하면서 ‘나도 이환우다’라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이틀 만에 200명이 넘었다. 이례적인 일이다.
이 사태는 검찰이 조국의 비리 파렴치를 수사하면서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우리 정권의 비리도 수사하라’고 지시한 뒤였다. 막상 검찰이 조국 일가의 비리와 청와대의 울산 선거 공작 사건 등을 수사하자 정권은 검찰 수사팀을 공중분해시키는 인사 학살로 대응했다. 세계 민주국가 중에 수사 중인 검찰을 수사 대상이 인사 학살해버리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관련 검사는 한 명도 남김없이 좌천시켰다. 한 명은 세 번이나 좌천시켰다. 정권은 이때부터 자신들의 이 행위를 ‘검찰 개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엉뚱한 이름을 붙여 선전전을 벌이는 방식이다. 지금 검사들은 ‘정권 비리 수사를 못 하게 막는 것이 어떻게 검찰 개혁이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검사들은 ‘북한도 아닌데 무서워서 말도 못 하는 세상' ‘억압과 공포는 개혁이 아니다’ ‘의견 개진만으로도 조롱, 비판을 받는 현실'이라고 개탄하고 있다. 전체 검사 2150여 명 중 10% 가까이가 실명으로 이런 비판에 동참했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과거 정권에서 검사들이 연판장을 돌릴 때도 이 정도 숫자가 동참한 적은 없다. 심지어 민주당 출신인 천정배 전 법무장관의 사위도 ‘나도 커밍아웃’이라며 합류했다. 박규은 수원고검 검사는 ‘그동안의 검찰 개혁이란 한마디로 집권 세력과 일부 검사 등의 합작 아래 이뤄진 사기였던 것 같다’고 했다.
정권은 이제 조 단위 ‘펀드 게이트’ 수사도 덮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여권 인사들 이름이 나오자 갑자기 윤석열 총장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지휘권을 발동했다. ‘검찰 개혁으로 포장해도 정치권력의 검찰권 장악이 본질’이라고 한 신헌섭 서울남부지검 검사의 지적 그대로다. 문 정권의 검찰 개혁은 검찰을 장악해 정권 비리 수사를 막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