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2부가 6일 김경수 경남지사의 대선 여론 조작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작년 1월 1심과 마찬가지로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작을 사실상 주도하면서 2017년 치러진 대선 여론을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2심은 김 지사가 드루킹 측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은 구체적 선거 운동과 관련 없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도 “(총영사직 제안은) 대선 기간 문 후보의 선거 운동을 지원한 것 등에 대한 보답 내지 대가”라고 했다. 1심과 2심이 2년 2개월에 걸쳐 수십 명 증인심문과 방대한 디지털 증거 분석을 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김 지사의 무관 주장은 재판 결과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드루킹은 킹크랩 개발 계획과 댓글 조작 결과 등을 김 지사에게 비밀 메신저로 보고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는 김 지사 휴대폰에서 삭제된 상태였지만 메시지를 열어봐야만 ‘삭제’되는 것이었다. 김 지사가 댓글 조작을 보고받았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킹크랩 시연 참관은 드루킹 측이 먼저 진술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접속 기록 등 디지털 증거가 나중에 발견됐다. ‘조작’이 될 수가 없다. 심지어 김 지사가 드루킹 사무실을 떠난 뒤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에게 킹크랩 기능을 보고했다”며 주고받은 문서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2심도 “김 지사가 킹크랩 개발 시연을 보고 운용을 승인한 것이 분명하다”고 한 것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 규모는 특검이 파악한 것만 무려 8840만회에 달한다. 국정원 댓글(41만회)의 수백 배 규모다. 국정원 댓글은 국가기관이 동원된 범죄였지만 댓글 조작의 무대는 소규모 사이트였다. 반면 드루킹 댓글 조작은 네이버, 다음 등 전 국민이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에서 주로 이뤄졌다. 그 파급력 면에서 수백 배가 아니라 수천, 수만 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국정원 댓글이 초등학생 수준이라면 드루킹 댓글은 대학생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2심은 이와 관련해 “선거 국면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한 여론을 유도할 목적으로 댓글 조작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했다. 결국 대선의 정당성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대선 여론 조작을 주도한 김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모든 일정을 챙기며 대변인 역할을 했고 지금은 여권 핵심 지지층이 차기 대선 후보로 밀고 있다고 한다. 그런 김 지사가 대선 기간 드루킹과 10번이나 만났고, 댓글 조작을 지시하며 보고받고 있었다. 게다가 드루킹을 김 지사에게 처음 소개한 송인배씨는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을 지냈고 드루킹 측 인사 면접을 본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역시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드루킹 측이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받은 날 김 지사가 청와대 조현옥 인사수석과 통화한 기록도 나왔다. 핵심 측근들이 모두 드루킹 측과 접촉하며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를 모를 수 있었겠느냐는 것은 상식적인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정말 무관한가. 이번에도 먼 산 보며 침묵할 것이다.


정권은 김 지사 유죄에 대해 대법원에서 뒤집어 보겠다고 한다. 이미 대법원은 선거 TV 토론에서 허위 답변을 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황당한 이유를 대며 면죄부를 줬다. 조폭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은수미 성남시장도 지엽적 꼬투리를 잡아 면죄부를 줬다. 김명수 대법원은 법원이 아니라 정권 수호 기관이다. 김 지사에 대해서도 어떤 판결을 할지 알 수 없다.